모든 시민은 기자다

"잔업, 특근해야 월 100만원 조금 넘어"

대구 성서공단 노동자들 와룡산에 올라 생활임금 쟁취 결의 다져

등록|2011.05.30 10:45 수정|2011.05.30 14:43

▲ 성서공단노조와 금속노조 대구지부 등으로 구성된 '성서공단 노동자 주민 기본권 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는 29일 오전 와룡산에 올라 등산객들을 상대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홍보물을 돌렸다. ⓒ 조정훈


"잔업 안 하면 돈 못 벌잖아요. 물가 오르는게 장난이 아닌데 시급은 너무 약하고 대출은 자꾸 늘어나고. 그래서 죽는줄 모르고 일만 하고 집에 들어오면 잠만 자기 바빠서 아무것도 못해요. 애들 밥 한 끼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해."

다른 지역에 비해 열악한 노동조건을 가진 대구 성서공단노조와 금속노조 대구지부, 인권운동연대, 민중행동 등 대구지역 노동자와 시민단체들이 29일 오전 최저임금을 올려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의 생활임금을 쟁취하자며 와룡산에 올라 결의를 다졌다.

이들은 등산로를 오르내리는 시민들에게 최저임금이 정착되면서 회사의 임금인상이 없어지고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되어버린 현실과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약 천원이 더 오른 시급 5410원과 월 기본급 113만원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알리는 홍보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홍보물을 받아 유심히 읽어본 등산객들은 이들에게 격려를 하기도 했으며 자기 처지와 비슷하다며 하소연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희정 성서공단 노조위원장은 "성서공단 실태에 대해 조사를 해 본 결과 성서공단은 80%의 사업장이 50인 이하였으며 이곳에 근무하는 노동자 5만3천명 가운데 2만3천명이 50인이하의 영세사업장에 근무를 하고 이들은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월 평균임금이 220만원인데 성서공단은 잔업, 특근을 뼈빠지게 해야 월 평균임금이 150만원"이라며 "주 40시간제 하더라도 토요일 일해야 먹고 살 수 있다"고 공단의 실태에 대해 밝혔다.

이날 등산로에서 만난 김미경(46, 여)씨는 "직장생활 10년 했는데도 시급 4320원을 받아 세금 떼고나면 월 100만원도 안 된다. 둘이 벌어도 애들 공부시키느라 옷 하나 못 사입고 먹을 것 하나 먹지 못한다"며 최저임금이 너무 적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자동차부품을 만드는 회사에 근무한다는 송성흡(54)씨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12시간, 토요일은 7시간 일해서 한 달에 받는 월급이 130만원 정도"라며 "맞벌이를 해도 애들 교육시키느라 대출받은 금액을 갚기가 너무 버거웠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와룡산 정상에 오른 이들은 최저임금을 철폐하고 생활임금을 쟁취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자며 최저임금을 넘어선 임금인상 투쟁을 시작하자고 결의하고 모두가 단결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생활임금을 쟁취하는데 노동자와 시민단체가 함께 힘을 모으기로 했다.

또한 오는 6월 8일부터 성서공단역 부근에서 생활임금을 쟁취하기 위한 천막농성에 들어가고 6월 19일에는 다시 와룡산에 올라 껌값도 안 되는 최저임금 올리기 결의대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 29일 오전 와룡산을 오르며 최저임금 인상 현수막을 걸고 있다. ⓒ 조정훈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