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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캠프 고엽제 조사, 접근방법이 틀렸다

[기획①] 고엽제에 관한 8가지 진실..토양 중심 종합조사 필요

등록|2011.05.30 10:07 수정|2011.06.03 16:40

▲ 주한미군이 1978년 고엽제를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 기지에 대량매립했다는 미군 전역자들의 증언으로 인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20일 오후 캠프 캐럴 기지 내부의 모습. ⓒ 연합뉴스



경북 칠곡 왜관 캠프캐럴의 고엽제 불법매립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려 한다. 우선 기지 주변 지하수부터 채취하였다고 하는데 물에 잘 녹지 않는 다이옥신의 특성을 감안했을 때 순서상 이것이 맞을까 의문이다. 한편, 벌써부터 지하수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환경부에서는 주변 측정망 자료를 볼 때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조사는 제대로 되는 것인지,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는 것인지 국민들은 아리송하다. 이대로 가면 조사결과에 대해 모두가 동의할 수나 있을지 걱정이다.

이 글은 캠프캐럴의 고엽제 불법매립 사건에 대해 우리가 분명하게 알아야 하는 몇가지 상식에 대해 소개하고, 제대로 된 조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 몇 가지를 밝힐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묻고 답하는 방식을 빌렸다.

1. 최근 문제가 되는 물질이 고엽제인가요? 다이옥신인가요?
고엽제는 미군이 한국전쟁 때부터 개발하기 시작한 전쟁용 농약입니다.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베트남 전쟁 때부터입니다. 베트남 정글을 소실시킬 목적으로 2,4,5-T라는 유기염소계 농약 성분을 주로 한 고엽제를 살포하였습니다. 에이전트 퍼플과 에이전트 오렌지가 이 목적으로 사용된 대표적인 고엽제입니다.

그런데 2,4,5-T는 미량의 TCDD라는 다이옥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4,5-T라는 농약의 생산과정에서 다이옥신이 불순물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고엽제가 암과 기형아로 악명을 떨친 이유는 바로 이 TCDD라는 다이옥신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고엽제란 미군이 삼림을 파괴하기 위해 개발하고 사용한 농약을 뜻하며, 다이옥신은 고엽제 중의 가장 치명적인 독성성분을 뜻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2. 캠프캐럴에 미군이 고엽제를 매립한 것이 1978년도라면, 30년도 더 된 일입니다. 아직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까?
고엽제가 항공기에서 살포될 경우 1년 내에 대부분의 다이옥신은 햇볕에 분해됩니다. 물에서도 휘발되면서 서서히 없어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토양의 오염입니다. 다이옥신은 토양의 입자에 달라붙으면 아주 오랜 기간 동안 남아있게 됩니다. 물 속에서도 침전물이나 부유물질에 다이옥신이 붙어 있으면 50년 이상 남아있게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땅을 파고 고엽제를 매립했다면, 장기간 동안 다이옥신의 대부분은 그대로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매립한 상태 그대로 있다면, 매우 고농도일 것입니다.

3. 하지만, 환경부에서는 캠프캐럴 주변 토양이나 지하수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된 것에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었는데요?
환경부에서는 꾸준하게 모니터링하는 오염측정망 자료를 통해 그런 발표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염측정망 자료만으로 캠프캐럴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것은 매우 비과학적인 태도입니다. 첫째, 정확한 조사는 캠프캐럴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캠프캐럴에 매립된 다이옥신은 외부로 퍼져나갔을 수도 있고, 고스란히 지하에 남아있을 수도 있습니다. 둘째, 오염측정망의 몇 개 안되는 포인트에서 다이옥신이나 농약성분이 나오지 않았다고 하여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환경부의 자료는 참고자료는 될 수 있어도,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근거자료는 절대 될 수 없습니다.

4. 그렇다면, 한미양국이 공동으로 기지 주변 지하수를 채취하기 시작했으니, 제대로 된 조사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군요?
캠프캐럴 주변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었다고 무조건 제대로 된 조사라고 보아서는 안됩니다. 특히, 마스터플랜이 없는 조사는 제대로 된 조사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캠프캐럴의 다이옥신 오염은 세 가지 경로가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첫째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불법매립입니다. 둘째는 고엽제 저장과 이동 중의 오염입니다. 셋째는 기지 내에서 고엽제를 사용하여 제초작업을 하였을 가능성입니다. 고엽제의 불법매립은 이미 사실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하지만, 어떤 뉴스를 보아도 매립 외에 다른 오염가능성은 전혀 언급되지 않습니다. 본조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오염의 규모와 경로에 대해 종합적 판단을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런 판단 없이 지하수만 떠서 분석하면 어떤 문제도 찾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다이옥신은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지하수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주한미군이 1978년 고엽제를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 기지에 대량매립했다는 미군 전역자들의 증언으로 인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20일 오후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럴 기지 정문에서 미군 군무원이 촬영을 제지하고 있다. ⓒ 연합뉴스



5. 실제로, 저장과정에서의 오염이 발생한 사례가 있었나요?
미국본토의 공군기지에서도 다이옥신을 저장하던 장소가 심각하게 오염된 사례가 있었고, 베트남에서는 다낭공군기지 주변 호수까지 오염되어 주민들에게도 영향을 준 사례가 있습니다. 주요 경로는 이렇습니다. 고엽제를 저장하고, 이동하고, 배합하고, 항공기에 싣는 과정에서 고엽제가 땅으로 떨어져 내리면서 1차 오염이 발생합니다. 여기에 비가 내리면 오염된 토양이 쓸려 내려가면서 하수관로를 따라 이동합니다. 또는 물청소를 하면서 하수관으로 고엽제가 쓸려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최종적으로 하천이나 호수에 흘러들어가 가라앉게 됩니다. 그 결과 침전물은 물론이고 호수에 살고 있는 물고기에서 기준치 이상의 다이옥신이 발견되었습니다. 해외에서는 불법매립에 의한 오염사고보다 이러한 오염사고가 훨씬 흔하였습니다.

6. 그렇다면, 미군과 한국정부가 조사를 하면서 우선 고려할 점은 무엇입니까?
기지 내에서 고엽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캠프캐럴에서는 먼저 확증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고엽제가 어떤 식으로 캠프캐럴 기지 내로 유입되었으며, 어떤 장소에 어떤 식으로 보관되었는지 미군은 정확한 자료를 공개해야 합니다. 최소한 다음과 같은 정보는 미군이 제공해야 합니다. 첫째, 캠프캐럴에 보관되었던 고엽제의 종류, 총량 및 시기별 변동량, 둘째, 캠프캐럴에 고엽제가 보관되었던 저장소의 위치 및 시설 세부 내역(하수관로 반드시 포함). 이 자료를 보고나서 오염가능성이 없다면 불법매립에 의한 오염 가능성만 조사하면 될 것입니다. 만약 미군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토양오염에 대한 본격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다이옥신은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지하수만 떠서는 절대 안 되며, 토양을 중심으로 오염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접근법입니다.

7. 다이옥신이 얼마나 나와야 고엽제로 인한 오염이 입증됩니까?
검출되는 것 자체로 문제입니다. 물론, 고엽제가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다이옥신이 발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쓰레기 소각로에서 발생된 것이 날아와 토양을 오염시켰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저농도로 광범위한 토양에서 발견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특정 위치에서만 다이옥신이 발견된다면, 그것은 고엽제의 사용, 저장, 이동, 불법매립 등의 특정 행위에 의한 오염일 것입니다.

8. 다이옥신이 토양에서 얼마나 검출되면 위험한 것입니까?
현재 미국환경부 등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기준은 1 ppb입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환경부는 1 ppb가 그 지역의 주민을 보호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이옥신이 1 ppb 수준으로 토양에 오염되면, 지역주민에게서 암이 발생할 확률이 1만 명당 2.5명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원래 환경기준은 100만 명에서 1명의 암이 발생하는 수준에서 만들어지므로, 1만 명당 2.5명은 2500배나 더 위험하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환경부는 자체적으로 0.072 ppb로 기준을 낮추려고 합니다. 우리도 최소한 이 수준 미만으로 관리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신범씨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위생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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