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계 가져오라? 변호사 '뺑뺑이' 돌리는 경찰
아직 먼 피의자 변호사 접견권 보장... 경찰, 이런 거 고쳐야 수사권 조정된다
장면 1.
2011년 5월 30일 오전 10시경 서울 양천경찰서. 전날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반값 등록금 문제로 시위를 벌이던 학생 10명에 대한 접견을 신청하였다. 그런데 접견 담당 수사지원 팀 경찰관은 내게 선임계를 요구하였다.
장면 2.
2011년 3월 24일 오후 5시경 서울 홍제동 대공분실. 전날 자본주의연구회 사건으로 체포된 회호현씨 등 3명에 대한 접견을 신청했다. 역시 그곳 경찰관은 선임계를 요구하였다. 나아가 경찰은 선임계 없이도 변호사와의 접견이 이루어져야 하는 법적 근거가 뭐냐며 이를 설명해 줄 것을 나에게 요구하였다.
그러면 범죄혐의로 수사기관에 체포된 피의자에 대하여 변호사가 접견을 할 경우 변호인 선임계는 필요한 것인가?
답은 형사소송법 제 제34조에 나와 있다. 형사소송법 제 제34조는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는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수수할 수 있으며 의사로 하여금 진료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헌법 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조문과 형사소송법 조문을 종합해 보면 수사기관에 의해 체포된 피의자는 변호인 선임계 없이 즉시 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규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요 근래 경찰의 실무는 체포된 사람을 접견하고자 하는 경우 선임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불과 3년 전만 해도 경찰은 그렇지 않았다.
선임계 없이도 변호인 조력 가능, 알 만한 경찰이 왜...
2008년 촛불집회 때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람들을 접견하러 가는 경우 경찰은 선임계를 요구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접견을 신청하는 경우, 하던 수사마저 중단하고 바로 접견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일선 경찰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에서도 그렇게 하였다.
그런데 불과 3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일선 경찰에서는 내부 규정 등이라는 이유로 선임계를 요구하여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장면 2의 경우, 이러한 실랑이에서 그치지 않고 그 법적인 근거를 설명해 줄 것을 요구하는 코미디 같은 일마저 벌어졌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20분 가량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그 설명을 듣고 하는 말이, 경찰 자문 변호사에게 맞는 이야기인지 확인을 받고 오겠다는 것이었다. 하는 수없이 그러라고 했더니 30분이 지난 다음에 와서 "변호사님 말씀이 맞다"면서 그때서야 접견을 하도록 해 주었다.
최초 접견신청 때부터 실제 접견이 이루어지기까지 무려 1시간 가량이 소요된 셈이었다. 그때 무엇인가 긴급하게 수사할 것이 있어 변호사를 '뺑뺑이' 돌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그야말로 심증뿐이었다.
지금 경찰은 검찰로부터의 수사권 독립(혹은 조정)에 조직의 역량을 총집중하고 있다. 심지어 조현오 경찰청장은 "경찰에 수사권을 주기로 한 국회 합의안이 관철되도록 간부들은 직위를 건다는 자세로 헌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조정이든, 독립이든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갖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무엇일까? 경찰이 국민의 인권을 제대로 보장할 것이냐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을 푸는 것이 아닐까? 영장도 없이 사람을 잡아가고, 고문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턱없는 것이라고 경찰은 자신할 수 있는가?
"인권을 최우선으로" 현장에서 더 강화해야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헌법상의 권리이다. 게다가 헌법은 변호인으로부터의 조력은 체포된 즉각 보장되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그런데 즉시 접견하게 해주기는커녕 선임계를 요구하고, 나아가 1시간이나 '뺑뺑이'를 돌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그러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러한 변화가 단지 경찰에게만 책임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넌지시 보여준다. 인권을 중시하는가에 관한 정부의 본질적 성격에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경찰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경찰은 검찰의 노예이기를 거부한다면서 수사권 조정 혹은 수사권 독립의 염원을 공공연히 노출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지금처럼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명문의 규정마저 위배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서는 그 꿈은 앞으로도 쭉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 5월 14일, 조현오 경찰청장은 경찰청사에서 열린 전국 지방청 수사·형사과장 회의에서 "사건 처리 전반에서 인권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는데 조현오 청장은 콕 집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필요가 있겠다. "변호인 접견하러 오면 선임계 요구하지 말고, 하던 수사 중단하고 접견할 수 있도록 하라"라고! 긍정적인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11년 5월 30일 오전 10시경 서울 양천경찰서. 전날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반값 등록금 문제로 시위를 벌이던 학생 10명에 대한 접견을 신청하였다. 그런데 접견 담당 수사지원 팀 경찰관은 내게 선임계를 요구하였다.
장면 2.
2011년 3월 24일 오후 5시경 서울 홍제동 대공분실. 전날 자본주의연구회 사건으로 체포된 회호현씨 등 3명에 대한 접견을 신청했다. 역시 그곳 경찰관은 선임계를 요구하였다. 나아가 경찰은 선임계 없이도 변호사와의 접견이 이루어져야 하는 법적 근거가 뭐냐며 이를 설명해 줄 것을 나에게 요구하였다.
그러면 범죄혐의로 수사기관에 체포된 피의자에 대하여 변호사가 접견을 할 경우 변호인 선임계는 필요한 것인가?
▲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반값등록금과 청년실업 해결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들이 경찰들에게 강제연행되고 있다. ⓒ 유성호
답은 형사소송법 제 제34조에 나와 있다. 형사소송법 제 제34조는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는 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수수할 수 있으며 의사로 하여금 진료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헌법 제12조 제4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조문과 형사소송법 조문을 종합해 보면 수사기관에 의해 체포된 피의자는 변호인 선임계 없이 즉시 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규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요 근래 경찰의 실무는 체포된 사람을 접견하고자 하는 경우 선임계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불과 3년 전만 해도 경찰은 그렇지 않았다.
선임계 없이도 변호인 조력 가능, 알 만한 경찰이 왜...
2008년 촛불집회 때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람들을 접견하러 가는 경우 경찰은 선임계를 요구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접견을 신청하는 경우, 하던 수사마저 중단하고 바로 접견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일선 경찰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에서도 그렇게 하였다.
그런데 불과 3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일선 경찰에서는 내부 규정 등이라는 이유로 선임계를 요구하여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장면 2의 경우, 이러한 실랑이에서 그치지 않고 그 법적인 근거를 설명해 줄 것을 요구하는 코미디 같은 일마저 벌어졌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20분 가량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그 설명을 듣고 하는 말이, 경찰 자문 변호사에게 맞는 이야기인지 확인을 받고 오겠다는 것이었다. 하는 수없이 그러라고 했더니 30분이 지난 다음에 와서 "변호사님 말씀이 맞다"면서 그때서야 접견을 하도록 해 주었다.
최초 접견신청 때부터 실제 접견이 이루어지기까지 무려 1시간 가량이 소요된 셈이었다. 그때 무엇인가 긴급하게 수사할 것이 있어 변호사를 '뺑뺑이' 돌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그야말로 심증뿐이었다.
지금 경찰은 검찰로부터의 수사권 독립(혹은 조정)에 조직의 역량을 총집중하고 있다. 심지어 조현오 경찰청장은 "경찰에 수사권을 주기로 한 국회 합의안이 관철되도록 간부들은 직위를 건다는 자세로 헌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조정이든, 독립이든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갖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무엇일까? 경찰이 국민의 인권을 제대로 보장할 것이냐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을 푸는 것이 아닐까? 영장도 없이 사람을 잡아가고, 고문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턱없는 것이라고 경찰은 자신할 수 있는가?
"인권을 최우선으로" 현장에서 더 강화해야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헌법상의 권리이다. 게다가 헌법은 변호인으로부터의 조력은 체포된 즉각 보장되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그런데 즉시 접견하게 해주기는커녕 선임계를 요구하고, 나아가 1시간이나 '뺑뺑이'를 돌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그러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러한 변화가 단지 경찰에게만 책임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넌지시 보여준다. 인권을 중시하는가에 관한 정부의 본질적 성격에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경찰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경찰은 검찰의 노예이기를 거부한다면서 수사권 조정 혹은 수사권 독립의 염원을 공공연히 노출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지금처럼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명문의 규정마저 위배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서는 그 꿈은 앞으로도 쭉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 5월 14일, 조현오 경찰청장은 경찰청사에서 열린 전국 지방청 수사·형사과장 회의에서 "사건 처리 전반에서 인권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는데 조현오 청장은 콕 집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필요가 있겠다. "변호인 접견하러 오면 선임계 요구하지 말고, 하던 수사 중단하고 접견할 수 있도록 하라"라고! 긍정적인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광철 변호사는 법무법인 창신 소속 변호사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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