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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옥주현에게 '악성댓글' 던질 수 있나

[주장] 사과를 해야 하는 이는 옥주현 아닌 악플러들

등록|2011.05.31 15:31 수정|2011.05.31 16:06
작년 가을, 인터넷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가수 타블로의 스탠퍼드 학력논란이다. 타블로의 학력에 의문을 품은 일부 네티즌들은 인터넷카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와 '상진세'(상식이 진리인 세상)를 개설했고, 연예기사를 주로 다루는 언론매체들도 연일 타블로의 학력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논란은 오래 가지 않았다. MBC스페셜 <타블로 스탠퍼드에 가다>편이 방영된 후 타블로의 학력을 의심했던 사람들에게 그를 비난할 구실이 사라졌다.

방송 이후, 인터넷상에서는 '타진요'의 운영자 '왓비컴즈'를 비난하는 글이 빗발쳤다. 마치 모든 일을 '왓비컴즈' 혼자 주도하고 종용한 양 말이다. 타블로에게 해명을 촉구했던 수만, 수십만의 네티즌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다. 다만 모든 책임을 주도자로 몰린 한 사람에게 전가할 뿐이었다. 언론매체도 다르지 않았다. 학력조작에 무게를 실어 타블로 사건을 보도했던 어떤 매체도 정정보도는 하지 않았다. 당사자인 타블로만 오랜 시간 고통에 시달렸을 뿐이다.

이들의 만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불과 일주일 전엔 MBC 스포츠플러스 송지선 아나운서를 죽음으로 내몰더니, 이제는 가수 옥주현으로 표적을 옮겼다. 처음에는 그녀의 <나는 가수다> 출연을 놓고 비난하다 6월 29일 방송 이후에는 옥주현이라는 사람 자체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예전에 방송에서 했던 몇몇 행동들을 근거로 들어, 이제는 실력이 아닌 '사람 됨됨이'를 운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만약 옥주현의 과거 행실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네티즌들에게 모두를 대신해 그녀를 비난할 권리가 있느냐는 것이다. 악성 댓글을 쓰는 사람들은 종종 "네티즌(시청자, 국민)이 원하는 건"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자신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이들은 누구도 대표하지 않는다. 단지 자신의 주관을 모두의 생각인 것처럼 포장해 위임받지 않은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네티즌의 입장"은 단순한 "자신의 입장"이다.

또 한 가지 지적할 점은 이들에게 옥주현의 과거 행동에 대한 사과를 요구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옥주현은 네티즌들에게 잘못한 것이 없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 출연이 확정된 뒤로 수없이 많은 비난과 욕설을 들어야 했다. 그렇다면 오히려 사과를 받아야 하는 쪽은 옥주현이 아닐까? 누군가 맞을 짓을 해서 맞았다고 가정해보자. 여기서 가해자는 당연히 때린 쪽이다. 옥주현은 이미 맞을 만큼 맞았다. 도대체 어느 누가 사람을 때려놓고 맞은 사람에게 사과를 요구한단 말인가.

지금까지 악성댓글과 루머가 사람을 죽음까지 몰고 간 사례는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사건이 터지면 자신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사람을 탓하고 비난한다. 송지선 아나운서의 자살이 보도된 후에도 인터넷 뉴스페이지에는 "제가 생각 없이 적은 글에 당신이 그렇게 큰 상처를 입을 줄은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글 대신 임태훈 선수를 비난하며 살인자로 모는 댓글이 주류를 이루었다.

악성댓글을 쓰는 이들은 흔히 자신들의 댓글을 '정당한 비판'으로 포장한다. 자신들이 받을 비난에 대한 방어기제다. 타블로 사건이 있을 때도, 타진요를 비롯한 일부 네티즌들은 "국민으로서 정당하게 제기할 수 있는 비판을 단순 악플이나 비난으로 매도하지 말라"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악성댓글은 정당성도 없고 타당하지도 않다. 그들은 사실이 확인되지도 않은 근거를 내밀어 육두문자를 쏟아낼뿐더 진실이 확인된 뒤에도 "아님 말고", "그래서 어쩌라고"식의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다.

대개 악성댓글은 단순한 비난에 불과하다. 비난을 쏟아내는 사람들 또한 네티즌, 국민이 아닌 악플러일 뿐이다. 자신들의 의견을 존중받고 싶다면, 지금까지 자신들의 댓글로 인해 상처 입고, 삶을 포기한 이들에게 사죄부터 하는 게 순서가 아닐까 싶다. 그럴 용기조차 없는 이들에게 베푸는 존중은 너무 과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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