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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거라도 할 수 있으니 다행이야

[포토] 재개발지역과 폐지수집 리어카

등록|2011.06.05 16:10 수정|2011.06.05 19:45

폐지수집힘에 부쳐 이렇게 작은 것을 끌고 다닐 수밖에 없다. ⓒ 김민수


집을 나섰다. 그냥 걷고 싶을 뿐이었다. 목적지는 없었다. 요즘, 폐지수집하시는 분들이 많이 보이기도 하지만, 거기에 더해 고령화, 여성화되었음을 본다. 할머니는 힘이 부쳐 이보다 더 큰 것은 끌 수도 없다고 했다.

폐지수집오르막길을 올라 자신이 살지 않는 다른 동네로 가는 중이다. ⓒ 김민수


어릴적 뛰어놀던 그곳을 가보고 싶었다. 공기 맑고 살기 좋은 도시 1위를 했다는 송파구에 속해있지만, 십년 이상 재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해서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한 거여동재개발지구가 그곳이다.

폐지수집이렇게 근근히 모아야 하루 만 원이나 될까? ⓒ 김민수


집에서 그곳으로 가는 동안 만난 리어카들이다. 오르막 길을 넘어가는 아저씨는 자기 동네에서는 차마 폐지를 줍지 못해서 다른 동네로 간다고 했다.

폐지수집비닐이 쳐진 것으로 보아 하루를 돌아다녀도 한 리어카 채우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김민수


한번 끌고 나가면 가득 채워 고물상까지 들렀다 올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도 안 되어 몇 번을 나가야 겨우 고물상에 갈 수 있을 만큼이 모아진다고 한다. 그렇게 한 리어카 채워야 돈 만원이란다.

폐지수집크게 잡아 하루 2만 원이라고 하자. 500만원 등록금 마련하려면 꼬박 일년을 일해야 한다. 공치는 날도 있으므로. 그러나...하루에 1만 원도 안 되니, 한 학기 등록금을 마련하려면 족히 2년은 먹지도 쓰지도 않고 모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 김민수


계산을 해봤다. 폐지를 모아 한학기 등록금을 마련하려면 족히 2년은 걸려야할 것 같다. 대한민국에서 부모노릇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힘들때, 힘들다고 말하는 것 조차도 편가르기하는 몰지각한 이들이 있다.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좌파, 빨갱이란다. 그 사람들은 지구별에 사는 이들이 아닌 것 같다. 그런 이들만 따로 모아 특별공화국이라도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

폐지수집이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이거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야. ⓒ 김민수


애써 찾아다니지 않아도, 줄줄이 보이는 리어카. 리어카를 끌고 걸어다닐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하신다.

초등학교때 함께 조간신문을 돌리던 친구의 집 앞을 서성였다. 나는 한 달도 하지 못하고 나자빠졌고, 그 친구는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곧 유리공장으로 취업을 해서 노동자가 되었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까? 나를 기억하기는 할까?

자전거녹슬고 찌그러진 자전거, 그들도 달리고 싶다. ⓒ 김민수


녹슬고 구멍난 자전거도 한 때는 쌩쌩 달렸던 적이 있을 터이다. 그런 날이 다시 오길, 과거에 잘 나갔던 추억을 먹고 사는 이들의 삶도 다시 한번 꽃 피는 날이 오길.

연탄보일러이 보일러 녹슬어 없어지기 전에 재개발이 되면 좋겠어. ⓒ 김민수


카메라를 들고 좁은 골목길을 서성이니 그곳에 살고 있는 분의 심기가 불편한가보다.

"어릴적 제 고향이에요."
"그래요? 저거(연탄보일러) 사기 전에 재개발되면 좋겠어."

상막한 담장이지만, 이제 이런 담장도 볼 수 없을 터이다. ⓒ 김민수


골목을 나왔다. 심호흡을 하려고 하늘을 바라보니 커다란 십자가탑이 들어온다. 지금은 다니지 않는 나의 고향교회다. 그곳에서 뭐하고 있는 것인지. 내가 아는 여학생 하나는 술에 취해 밤에 저 담을 넘다가 손가락이 잘리는 부상을 당했었다. 섬뜩하다. 이젠 저런 풍경도 볼 수 없을 터이다.

전깃줄끊어진 혹은 이어진 전깃줄이 거미줄 같다. ⓒ 김민수


세상엔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세상은 왜 그렇게 풍요롭다못해 넘쳐나는 것 같을까? 서너시간을 걷고 돌아왔어도 일용할 양식 이상의 것을 먹어서 더부룩한 배가 부끄러워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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