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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지사의 발언은 '허언'이 되었다"

[주장] 충남도의 불통과 불신의 행정... 예산주물산업단지 신뢰하지 않는다

등록|2011.06.04 19:18 수정|2011.06.04 19:20

▲ 예산주물단지 심의 관련 입장 발표 ⓒ 양흥모


충남도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는 지난달 18일 예산주물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에 대해 충남도는 이를 승인하는 과정에서 주민의견을 충분히 검토, 반영하고 환경보전위원회를 구성 운영키로 하는 등 환경적 건전성을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과 당진군, 시민사회는 주민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며 심의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인 <무한신문> 등 보도에 의하면 안희정 지사는 지난 1일 도청 대강당에서 열린 '6월 직원모임'에서 "최근 충남산업단지심의위원회가 예산주물단지 조성 계획 심의를 3~4차례 연기하면서 결론을 냈다"며 "이렇듯 이해관계자들이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면서 더 나은 결론을 내는 것이 새로운 행정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보도내용으로 볼 때 안 지사는 예산주물산업단지 인허가 과정을 행정의 수범사례로 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안 지사는 정말 행정이 '주민들에게 주장의 기회만 보장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있는지를.

잠깐 예산주물산업단지에 대한 안 지사의 행보를 복기해 보자. 안 지사는 지난 2월 예산과 당진에 있는 주물산업단지 예정부지를 방문해 주민들에게 "주물산업단지의 핵심 쟁점은 해당 업체들이 확실한 환경저감장치를 설치 할 능력이 있는가와 환경 저감 장치를 설치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운영할 만한 여건이 있는냐 여부다. 이를 제대로 평가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법과 제도가 여러분들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믿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일주일 앞둔 지난 달 12일 에는 주민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쟁점이 살아 있는 상태에서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결론을 내지 않겠다"고 다시 한번 약속했다. 주민들은 안 지사의 언행에 박수와 신뢰를 보냈다.

지역주민들은 안 지사를 믿고 집단행동도 자제하며 충남도와 소통과 심의 관련 대책 활동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안 지사의 주문대로 법과 제도를 믿고 따른 결과는 전혀 정반대로 나타났다. 안 지사의 발언은 허언이 되었다. 지난 달 18일 예산주물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사실상 대책없이 '승인' 했기 때문이다.

대책 없이 승인했다고 표현한 이유는 안 지사가 믿었던 법과 제도는 너무 부실하기 때문이다. 예산주물단지는 처음부터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산업단지인허가절차간소화 특례법'으로 몇 년에 걸쳐 진행되던 관련 절차가 몇 개월로 줄어 부실 환경영향평가와 거센 주민반대를 야기했다. 게다가 충남도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가 다루는 핵심 쟁점이 환경문제였지만 25명의 위원중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과 환경오염 문제를 검토할 환경전문가는 단 1명도 없었다. 핵심쟁점인 주물산업단지의 악취와 대기오염 등 환경오염과 주민피해를 제대로 논의 할 수 없는 구조였다.

주물단지입지반대 주민대책위는 인천 서구, 경북 고령, 경남 진해의 운영되고 있는 주물산업단지를 직접 방문하여 시설들의 기능과 문제를 조사했다. 인근 주민들을 만나 피해 사례를 묻고 들었다.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인 김정욱 명예교수에게는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다. 김 명예교수는 분석결과를 통해 환경영향평가서의 기법과 방법, 내용이 엉터리로 진행됐다는 것을 골자로 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충남도에 전하기도 했다.

예산주물단지에 대한 결과는 누가봐도 '강행처리'

그런데도 안 지사는 '이해관계자들이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보장했다'는 말로 예산주물산업단지 인허가 과정을 행정의 수범사례인 양 말하고 있다.

실무책임자인 권희태 충남도 경제통상실장은 <오마이뉴스> 기고문을 통해 "강행처리라는 비난도 일부 있으나 환경적 건전성 확보와 주민생활 불편 차단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며 안 지사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권 경제통상실장은 또 "조건으로 제시된 모든 환경저감시설이 완벽하게 설치되고 환경보전위원회의 철저한 사후관리가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하겠다"는 말로 '조건부 승인' 결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안 지사와 도 경제통상실장의 이같은 언급은 충남산업단지심의위원회의 결정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며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에 다름아니다.

안 지사와 권희태 도경제통상실장은 예산주물산업단지 인허가 과정이 행정 수범사례인양 말하기 이전에 주민들과 당진군, 당진군의회, 지역 시민사회에 답해야 한다. 찬성 측 사람들만 모아놓고 진행된 주민설명회 과정을 알고 있는지? 환경영향평가서가 엉터리로 진행됐다는 관련 전문가인 서울대 명예교수의 의견이 얼마만큼 어떻게 반영된 것인지? 주민들이 우려해온 악취와 대기오염으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충남도가 나서 어떤 책임을 질수 있는지? 당장 주물산업단지와 몇 십미터를 사이에 두고 살아야 하는 농민에게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을 것이라고 진정으로 믿고 있는 것인지?

확언하건대 예산주물단지에 대한 결과는 누가봐도 '강행처리'이고 조건부 승인은 매우 잘못된 답이다. 안 지사와 도경제통상실장이 예상되는 주민피해를 해결할 법고 제도적 장치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안 지사는 지역주민대책위의 면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안 지사가 '시간에 쫓겨 무리하게 결론을 내지 않겠다'고 약속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은 이유에 대해 우리가 묻기이전에 말하는 것이 도리 아니냐"고 반문하고 있다.

안 지사와 충남도의 소통과 신뢰의 행정이 시험대에 서 있다. 지금이라도 도민을 위한 행정과 소통으로 상처받은 민심을 어루만져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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