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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한 주말 밤, <나가수>뿐이었다

많은 논란에도, '나가수' 가 내게 특별한 이유

등록|2011.06.06 15:21 수정|2011.06.06 15:21

▲ '나는 가수다' 의 임재범 ⓒ imbc

지난달 29일. 그리고 5일. MBC TV <우리들의일밤>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를 지켜봤습니다. 기존 멤버였던 박정현, BMK, 김범수, 윤도현, 이소라. 그리고 새로 합류한 JK 김동욱, 옥주현 등. 7명의 가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음악은 듣는 필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울렸습니다.

박정현씨가 부른 '그대 내품에'(고 유재하)의 가사를 흥얼거리며 감동받았고, 김범수씨의 '네버엔딩스토리'(부활)를 들으며 그 매혹적인 음성에 빠져들었습니다. 그간 많은 비난에 시달렸던 옥주현씨의 '천일동안(이승환)도 감명 깊게 들었습니다.

음악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기 때문인지, 이들 중 누가 1위인지 예상 못할 정도였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누가 1등이어도 상관없었습니다. 그런 만큼 29일의 공연은 아름다웠습니다. 혼자 음악을 듣다가 울컥하기도 하고, 손뼉을 치기도 했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남들은, '편집 논란'이다 뭐다해서 '나가수'를 비판하기에 바쁜 시간이었지만 저에게는 그게 왜 먼나라 일처럼 느껴졌던 것일까요. 그저 그들의 음악을 듣는 것으로  마음의 위로가 됐고, 가슴이 따뜻해졌던 시간. 주말 밤에는 많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존재했지만, 정작 마음의 위로가 됐던 것은 '나가수' 뿐이었습니다.

달갑지 않았던 서바이벌 '나가수', 마음의 위로가 되어주다

고백하나 하자면, 그동안 전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사실, <일밤> 프로그램 전반을 아우르는 서바이벌 형식(신입사원, 나가수)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그런 상황에서 시작된  '나가수'가 마냥 곱게 보일 리 없었지요.

게다가 방영 초기, '나가수' 모 가수의 재도전이 논란이 되며 PD까지 교체되며 결방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뭔가 미덥지 못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저렇게 논란이 될 바에는 차라리 프로그램을 없애는 게 낫지 않겠는가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우여곡절을 겪으며, 새롭게 시작된 '나가수'는 예상 밖의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주변 이야기를 듣자니, 임재범 신드롬이 한 몫을 톡톡 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임재범씨가 대체 얼마나 노래를 잘했기에?'라는 궁금증이 많았던 시간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바쁨 탓에, '나가수'를 몇번 보지 못하고 그저 주위의 반응을 귀동냥으로만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남들이 신드롬에 열광할때, 큰 관심을 가지지 않은 이유, 어쩌면 이때까지만 해도 제겐 '나가수'는, 그저 평범한 주말 버라이어티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저 봐도 되고, 안 봐도 되는 그런 프로그램 말이죠. 하지만 음악의 힘이 생각보다 위대하다는 것. 29일 방송을 통해 느꼈습니다.

그즈음, 전 개인적으로 마음이 많이 아팠던 시간입니다. 살다보면 남들은 웃지만, 자신은 잘 웃지 못하는 그런 시간을 맞이 합니다. 그때가 되면 남들의 흔한 위로가 전혀, 위로로 다가오지 않게 됩니다. 무엇인가 위로가 필요해 TV를 틀지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너무 밝아 괜히 괴리감이 느껴지는. 수많은 주말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즐거움이 참 아쉽게 생각되는 때 말이죠.

논란보다, 음악에 집중하면 '나가수'의 힘이 보인다

그때 '나가수'를 만났습니다. 마음이 울적해, 주말 어디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무심코 튼 TV에서 박정현의 '그대 내품에'를 만났습니다. 평소에 다소 오버스럽다 생각했던 청중의 감동한 모습은, 당시 제 모습의 거울일 거라 생각합니다.

이어진 BMK의 '편지'를 들으며, JK 김동욱의 '비상'을 들으며 참 많이 울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전혀 알지 못하는 가수의 노래가 마음의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남들은 많이 비난하고, 비판했던 옥주현의 '천일동안'도 제게는 참 아름다운 노래로 다가왔습니다.

평소 아이돌 출신 가수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날 진심을 담아 부른 옥주현의 노래는 순위를 떠나서 훌륭했습니다. 마음의 위로가 돼주었기에 고맙기도 했습니다. 5일의 '나가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가수' 중간평가에서 BMK의 '비와당신의이야기'(부활)를 들으며 전율했고, 이소라의 '행복을주는사람'(해바라기)을 들으며 참 행복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사실 저같은 까막귀야 누가 최고의 노래를 불렀는지 알길이 없습니다. 다만 내 마음속 최고의 노래를 꼽을 순 있겠지요. 물론  그 최고의 노래가 하나의 노래가 아니라서 문제겠지만요.

인터넷에서는 여전히 '나가수 편집 논란'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한 아이돌 출신 가수에 대한 비난도 크게 번지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프로그램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지금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논란을 부추기기 보다는 '나가수'  프로그램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음악'에 집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 말이죠.

편집등의 사소한 문제가 아닌, 그 본연의 음악에 심취하다 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나가수'의 또다른 매력이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겠죠. 위로가 필요했던 주말 밤, 제 마음을 울렸던 그 <나가수>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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