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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수부 검사만 검사냐?"...검찰 발표에 민주당 반발

청와대 "폐지에 신중해야" 사실상 반대... 한나라당 "큰 틀에서 검토" 미온적인 반응

등록|2011.06.06 18:37 수정|2011.06.06 18:37
김준규 검찰총장이 6일 "중수부는 거악에 맞서왔다, 큰 비리는 넘어가는 미래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며 '중수부 폐지 반대' 뜻을 발표하자 여야의 반응이 엇갈렸다.

한나라당은 "당론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큰 틀에서 검토해 나가겠다"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검찰이 최후의 사정기관으로서 부정부패를 일소하는 데 모든 힘을 쏟아야 함은 당연하고 이를 방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도 "중수부 폐지 문제는 국가 이익과 국민의 사법 편익이라는 큰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원론적인 뜻만 밝힌 것이다.

한나라당 "중수부 폐지 큰 틀에서 검토" 미온적 반응

▲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 의장(자료사진). ⓒ 유성호


반면 민주당은 검찰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공세에 나섰다.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이명박 정부 하에서 중부수가 무엇을 했는지부터 나열했다.

그는 "중수부는 전 정권 수사로 강원랜드 등 공기업 비리수사를 했고 태광실업 박연차 정관계 로비 수사, 호남 기업 죽이기 논란을 일으킨 C&그룹 사건 수사, 부산저축은행 수사 등을 한 것이다"라며 "이런데도 거악에 대처한다는 표현을 어떻게 쓰느냐"고 힐난했다.

이어 박 의장은 "민간인 사찰, 에리카 김, 삼화저축은행 등 국민적 의혹이 인 사건은 모두 서울중앙지검에서 해왔다"며 "중수부는 MB 정부 들어 '호남기업 죽이기', '참여정부 인사 쫓아내기'에 이용됐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핵심 사건 수사는 이미 서울중앙지검에서 맡아서 해왔으니 중수부가 폐지돼도 '거악'에 맞설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상설특검을 기구화해 상시적으로 특검을 열 수 있게 하면 큰 비리 수사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박 의장은 "중수부 폐지는 검찰 총장이 직접 수사를 하지 못하게 해 총장이 객관적인 역할을 하게 하려는 것이지 검찰의 수사권을 약화시키는 게 아니"라며 "검찰의 논리대로 중수부가 폐지될 경우 거악에 맞서지 못한다면 중수부 검사는 로열패밀리고 나머지 검사들은 수사를 제대로 못 하는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그는 "그런 논리라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특별수사청·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민주 "6월 국회에서 검찰개혁 차질없이 밀고 나갈 것"

▲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앞에서 저축은행 부실과 사전인출 의혹 등에 대한 중앙수사부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며 정문을 붙잡고 기도하고 있다. ⓒ 권우성


민주당은 검찰총장의 '큰 비리는 넘어가는 상황' 발언도 비난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그렇다면 지방검찰청은 큰 비리 수사는 그냥 넘어갔다는 것이냐"며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하는 삼화저축은행 사건은 작은 비리냐"고 반문했다.

'수사는 계속 진행하겠다'는 검찰총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당연한 얘기"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검찰이 어린애도 아니고 검찰개혁안이 마음에 안 든다고 수사를 임의로 중단하고 직무유기성 태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을 협박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6월 국회에서 검찰제도 개혁을 차질없이 밀고 나갈 것"이라고 못 박았다.

'상륙작전을 시도하는 날 해병대 사령부를 해체하는 상황'이라는 검찰의 우려에 대해서는 '기우'라고 맞받아쳤다. "제도 개혁은 일반적으로 공포 이후 다음 해 1월 1일부터 진행되니 현재 진행 중인 권력형 비리 조사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중수부 폐지, 신중하게 검토해야" 사실상 반대

한편, 청와대는 중부수 폐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반대의 뜻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우리 입장도 검찰의 성명과 맥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참모진은 "서울중앙지검장은 차기 검찰총장을 노리는 자리므로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 산하의 대검 중수부에 비해 정치적 독립성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국회의원들이 수사를 받는 등 곤란하니까 중수부를 없애려는 것 아니냐, 여론도 중수부 폐지에 대해 좋지 않으니 국회 논의과정에서 자연 소멸되지 않겠느냐"는 등의 발언을 언론에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중수부' 폐지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던 청와대가 사실상 반대 의사를 개진하고 나서자 '중수부 폐지'를 함께 결정한 한나라당이 검찰 발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상황을 두고 청와대의 반대 때문에 여당이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청와대는 지금도 한나라당에 뜻을 전달하기만 하면 여야 합의로 마련된 중수부 폐지안도 번복할 수 있다고 믿는가"라며 "언제까지 여당 의원들을 청와대 하수인으로 전락시킬 작정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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