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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쿠폰도 '100% 환불' 되나요?

한국 온 그루폰 창업자 "소셜커머스 원조는 소비자 운동"

등록|2011.06.07 17:49 수정|2011.06.07 17:49

▲ 소셜커머스 창시자인 앤드류 메이슨 그루폰 CEO가 7일 낮 방한해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 김시연



"요즘 유행하는 소셜 커머스 원조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지난 대선에서 등록금 반으로 깎아주겠다는 티켓을 팔았고, 많은 사람들이 그 티켓을 사서 당선됐는데 그 티켓은 부도난 티켓이었다."

지난 3일 광화문 '반값 등록금' 집회에서 프로레슬러 김남훈씨가 '반값'을 소셜커머스에 빗대 남긴 말이다. 마침 진짜 소셜 커머스 원조가 한국에 왔다.

"그루폰 전신은 사회적 목적 달성 위한 캠페인 사이트"

그루폰 창업자이자 CEO인 앤드류 메이슨(31)이 7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투어 첫 방문지인 데다 기업 공개(IPO)를 앞둔 탓인지 회사 실적과 전망에 대한 말보다는 20대 벤처기업가로서 창업 스토리에 무게를 실었다. 

요즘 한국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 집회가 한창이고 트위터에 "소셜 커머스에서 등록금도 반값 할인해 달라"는 글이 많이 오르내린다고 하자, 황희승 그루폰코리아 대표는 "기사에 '50%'만 보이면 눈이 가서 보게 되는데 재미난 이슈인 것 같다"고 화답했다. 메이슨 역시 웃으면서 "사실 그루폰 목적은 소비자들의 삶을 덜 지루하게 만들자는 것"이라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고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달라"고 답했다.

실제 그루폰은 일종의 소비자 단체 운동에서 출발했다. 앤드류 메이슨은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웹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시카고대학에서 공공정책 학위 과정을 중퇴하기도 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2007년 11월 자신의 휴대폰을 해지하려다 그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힘들다는 걸 알았다. 이에 여러 사람이 모이면 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판단해 사회적 단체 행동을 위한 공동구매 웹사이트인 '더 포인트'를 만들었다.

메이슨은 "그루폰 전신인 '더 포인트'는 특정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캠페인하고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는 사업"이라면서 "그 가운데 한 프로젝트가 스카이다이빙처럼 평소 해보지 않은 다양한 소비자 경험을 창출하는 것으로, 업체 반응이 뜨거워 상품 판매를 하려면 9개월 동안 대기해야 했을 정도"라고 밝혔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08년 11월 회사 건물 1층 식당 '피자 반값' 쿠폰 판매를 시작으로 문을 연 그루폰은 불과 2년여 만에 전 세계 46개국 500여 개 지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 됐다. 그루폰은 지난해 8억 달러 매출을 기록했고 지난해 12월 구글의 60억 달러 인수 제의를 거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 지사인 그루폰코리아는 지난 3월 14일 문을 열었다.


'입소문 마케팅'에서 TV 광고하는 '반값 쇼핑몰'로 변질
  
'소셜 커머스'란 음식, 상품, 서비스 등 다양한 딜(거래)을 한시적으로 반값 정도에 싸게 살 수 있는 일종의 공동구매로, 소비자들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SNS)를 활용해 자발적인 홍보로 구매자를 모으는 '입소문 마케팅'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에도 티켓몬스터, 위메이크프라이스, 쿠팡 등 소셜커머스를 앞세운 업체가 수백 개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SNS보다는 TV, 포털 등 대중매체 광고를 앞세워 과거 '원데이몰'과 결합한 '반값 쇼핑몰'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환불 문제, 서비스 품질 문제 때문에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이 '조건없는 반값등록금'이라고 적힌 대형피켓을 들어보이며 반값등록금 실현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국민 신뢰 잃은 '반값 등록금' 공약 운명은?

"지역 대학에서 타 대학과 비교했을 때 교육수준이 비슷하다고 소셜커머스로 등록금을 반값 할인 조건에 신입생 입학 수에 따라 할인해 준다면 소비자 이동도 줄어 지역경제 선순환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해본다."(@papuru20)


"대학 등록금 반값의 큰 고비는 그 다음입니다. 지금 이 성원처럼 교육의 질 유지에 필요한 더 큰 관심 필요할 테지요! 안 그럼 반값에 밥도 반 공기 나오는 슬픈 소셜 커머스 같은 상황 (오늘의 딜: 대학등록금 50%!)"(@mrSnake_ChaN)

이처럼 트위터 이용자들은 소셜커머스가 내세우는 '가격 파괴' 열풍에 기대 '반값 등록금'을 염원하면서도 한편으론 '반값 과대 광고'처럼 자칫 알맹이 빠진 반값 등록금 정책이나 부실한 대학 교육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초 제품 구입 후 7일 내 환불 규정을 지키지 않은 티켓몬스터, 위메이크프라이스, 쿠팡 등 5개 업체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 4500만 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본사 원칙에 따라 '7일 이내 100% 환불' 규정을 도입한 그루폰코리아는 대상에서 빠졌다.

이날 메이슨은 "그루폰 이용자 90%가 서비스에 만족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그 요인으로 업체를 선정할 때 품질을 중요시한 것과 소비자에게 '놀라운(그루폰 거래 명칭이 '서프라이즈 딜'이다)' 경험을 제공해 신뢰를 구축한 것 2가지를 꼽았다.  

과대 광고로 소비자 신뢰를 잃은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들처럼 현 정부도 대선을 앞두고 '반값 등록금', '반값 아파트' 등 실천 의지 없는 '반값' 쿠폰만 남발해 국민 신뢰만 잃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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