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고엽제 조사, 미국이 주장한 방식 신뢰 못한다"

주민대책위 "민간조사단 참여하고 모든 자료 공개해야"

등록|2011.06.07 20:35 수정|2011.06.07 20:35

▲ 왜관미군기지 고엽제 매립 진상규명 민간대책협의회와 대구경북대책위원회는 7일 오후 캠프 캐럴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정보의 공개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 조정훈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캐럴의 고엽제 매립 의혹과 관련해 한미 합동조사단의 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주민들의 직접적인 시추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왜관 주민과 국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조사해야

칠곡주민으로 구성된 '캠프캐럴 고엽제 매립 진상규명 대책위원회'와 대구·경북 사회단체로 구성된 '왜관 미군기지 고엽제 매립범죄 진상규명 대구경북대책위원회'는 7일 오후 캠프캐럴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투명한 정보공개, 피해 주민에 대한 보상대책 수립과 오염된 국토의 원상회복"을 요구하고 "매몰 의혹 장소에 대한 토양 시추조사와 안전한 방법으로 직접 발굴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시간이 흐를수록 고엽제 매립의 정황과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미국 측은 그때마다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며 ""미국 측이 주장한 수질조사, 레이더 조사방식 만으로 합의된 공동조사 방법에 대해서 깊은 우려와 의문을 있고 나중에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신뢰를 보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번에 구성된 한미합동조사단은 국민들이 가지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공개적이고 투명한 과정이라 볼 수 없다"며 "고엽제 매립이 없었다고 확신한다면 왜관 주민과 국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의 조사에 대해서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에서 성 베네딕토 왜관 수도원 김종필 신부는 "잘못된 선택에 의해 인간 생명이나 땅의 생명, 피조물의 모든 생명들이 위협받고 있다"며 "앞으로 100년, 200년, 천년을 살아갈 참생명을 위해 올바르고 바르게 처리해야 할 바람을 가지고 이 뙤약볕에 섰다"고 말했다.

민간단체 협의회 장영백 대표는 "지역 민심이 흉흉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적, 정신적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져만가고 있다"며 "지금 진행되는 지표투과레이더(GPR) 조사로는 오염 실상을 숨기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고 정확한 진실을 조속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대구경북대책위 백현국 대표는 "한미합동조사단 한국측 대표인 옥곤 부경대 교수는 언론을 통해 '다이옥신은 수용성이 아니라서 위험성이 없다'든지, '다이옥신이 나온다고 해서 꼭 고엽제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는 말을 하는데 조사단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현국 대표는 대신 "시민단체와 주민이 추천하는 성대동 동아대 교수와 한광용 녹색연합 자문위원을 포함시켜야 한다"며 "다이옥신에 대한 전문가인 두 분이 참여해야 객관적이고 진정성이 있어 조사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광용 녹색연합 자문위원은 "지표투과레이더 조사방식으로는 정확한 조사가 불가능하므로 직접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번 문제는 그냥 넘어갈 성격이 아니라 국민적 자존심의 문제이고, 과학적 사실을 통해 정확히 짚어내고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민대책위의 협조요청이 있고 한국 측 조사단에 합류요청이 온다면 언제든지 협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캠프캐럴 고엽제 매립 진상규명 민간대책협의회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성 베네딕토 수도원에서 대책위 임원진을 구성하고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 조정훈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김하연 농업경영인 칠곡군 엽합회장은 "농산물을 수십년 동안 먹고 살아왔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주민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데 정부가 빨리 조치를 취해 불안감을 없애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재향군인회, 자유총연맹, 농업경영인 칠곡군 협의회 등 33개 단체로 구성된 주민대책위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성 베네딕토 수도원에서 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책을 논의하고 대구경북대책위와도 긴밀한 협조를 통해 공동 보조를 맟춰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오는 10일 대구경북대책위가 주최하는 촛불문화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키로 했다.

대구경북대책위도 7일 저녁 대구백화점 앞 민주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고엽제 매립 진상규명과 미국측의 사과를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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