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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도와준 풀빵장수, 리어커 두번 빼앗겨

[현장] 7일 이어 8일에도 인사동 거리 용역-노점상 충돌 이어져

등록|2011.06.08 19:23 수정|2011.06.09 11:25

▲ 풀빵장수 손병철씨가 인사동 뒷골목에서 "오늘 아침에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손수레를 구청 단속반과 용역업체 직원이 빼앗아 갔다"며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 유성호


"이제 정말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8일 오후 만난 '인사동 풀빵 장수' 손병철(53)씨는 억울하다 못해 허탈한 표정이었다.

청각장애인인 손씨는 지난 2006년 12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찾아와 풀빵 파는 일을 도와주고, 작년 추석 때는 이 대통령 부부와 함께 TV토크쇼에 출연해 유명해진 인물이다.

"생명보다 소중한 기계... 이대로 장사하게 해주세요"

그런 그가 오늘 하루만 장사하는 리어카를 두 번이나 빼앗겼다.

오늘 아침 8시 평소처럼 항상 자신의 풀빵 리어카를 보관해놓는 인사동 뒷골목을 찾아갔다가 망연자실했다. 생명처럼 소중한 리어카가 없어져버린 것이다.

"17년전에 3만 원 주고 구입한 내 생명보다 소중한 기계입니다. 오래됐지만, 내가 직접 연구해서 최고의 맛을 내던 기계지요. 요즘 기계로는 손에 익지 않아 그런 맛을 낼 수 없어요."

같은 장소에 있던 다른 노점상 리어카 4대도 함께 없어진 것으로 보아 구청에서 끌고 간 것 같다.

불운은 또 찾아왔다. 그의 딱한 사정을 듣고 동료 노점상들이 제공해준 신발 제품과 간이 리어카를 오후에 들이닥친 용역들에게 또 빼앗겨 버린 것이다. 용역이 들이닥칠까봐 다른 노점상들로부터 좀 떨어진 장소에 있었던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

"공익요원 근무중인 아들(25)이 어제 인터넷 기사를 보고 마음이 무척 좋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구청장님이 역지사지 하는 마음으로 선처해줬으면 좋겠어요. 부디 제가 이대로 장사할 수 있게 해주세요."

▲ ⓒ 유성호



▲ 구청 단속반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강제로 물건을 빼앗자, 노점상 주인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 유성호



오늘도 나타난 용역들... 격렬한 항의에 머쓱

어제 구청이 고용한 용역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 인사동 노점상들은 오늘도 오후 2시가 되자 줄지어 리어카를 몰고 거리로 나갔다. "마치 전쟁터로 나가는 기분이야", "어이구 떨려, 오늘은 얼마나 난리를 치려나…" 노점상들은 곧이어 닥칠 상황이 걱정되는 모습이다.

상인들의 몸에는 팔과 다리에 여기저기 타박상 흔적이 남아있었다. 어제 용역들에게 목을 잡혀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박아무개(62·여)씨는 가슴에 멍이 들고 머리가 어지러워서 아직 병원에 누워있다.

상인들은 거리에 리어카를 세우고 물건을 진열하면서 "물건을 빼앗기면 안돼", "설사 빼앗기더라도 다시 올려놔" 등등 전략을 세웠다.

오후 2시 45분경 드디어 구청직원들과 건장한 체격의 용역회사 직원 수십 명이 나타나자 순식간에 인사동 거리는 아수라장이 됐다. 리어카에 진열된 물건들을 빼앗아가려는 용역과 이를 막으려는 상인들 사이에 공방전이 벌어졌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리자 거리의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걱정스럽게 상황을 지켜봤다. 

어제 겪은 경험이 있어선지 상인들의 방어가 완강하자 용역들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골목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수 분후에 다시 나타났다가 사라지길 반복해 상인들 힘빼기를 시도하는 듯 했다.

이곳에서 은제품 노점상을 하는 김아무개(46)씨는 "아무도 오지 않는 곳으로 가서 장사를 하라고 하니, 누가 순순히 따르겠느냐"며 "국민의 세금을 들여 국민들의 삶을 지켜줄 생각은 하지 않고 용역을 고용해 국민들을 괴롭히는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당국의 처사를 비난했다.

▲ 노점상 주인들이 현수막을 들어보이며 "폭력을 행사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을 왜 경찰들이 가만히 놔두냐"고 항의하고 있다. ⓒ 유성호



▲ 한 노점상 주인이 <오마이뉴스>의 현장사진 등으로 만든 현수막을 들어보이며 항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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