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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 동굴 속의 탱고 (64)

64. 동질성

등록|2011.06.09 16:39 수정|2011.06.09 16:39
"우린 여행을 통한 심리치료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요. 당신들의 마음을 꺼내 주는 역할? 삶의 방향을 다시 세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깨달음의 기회라고나 할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르헨티나가 가장 적합하다고 여겼고요. 특히 보카를 중심으로 해서 탱고가 가진 의지력이나 뭐, 그런 것들이 마음의 움직임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원래는 당신이 무료 여행자를 모집하고 다녔잖아요. 그런데 우린 신청도 안했는데 막무가내로 왜..."

나는 얼결에 일기에서 읽은 내용을 말해 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가이드는 입을 옴짝하더니 나를 잠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곤 이내 얼굴색을 싹 바꾸곤 종전과 같은 톤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 화려한 대국을 뽐내던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조금 달라졌어요.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사람을 향해선..뭐랄까, 조금 비웃는 경향이 있어요. 어느 정도 돈을 벌면 여행하고 인생을 즐기는 게 최선의 삶이라 여기는 거죠. 게다가 그들은 스페인 식민지 시절을 거쳤기 때문에 밤늦게까지 먹고 마시고 낮잠을 즐기는 스페인 문화에 젖어 있기도 하고요. 일하기를 싫어하는 경향도 다분히 존재하고요. 결국 그러한 국민성들이 현재 아르헨티나의 불황을 만들었단 의견도 무시할 순 없어요."

"큭, 그래서 탱고 춤을 추는 문화, 와인 마시는 문화가 발달한 건가?"

조제는 히죽거리며 한마디 거들었다.

"뭐, 그럴지도 모르죠. 어떻건 과거의 영화에 젖어서 현재를 나아가지 못하고 헤매는 사람, 혹은 과거의 기억에 묶여서 현재를 자책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거나, 마음은 다잡았으되 방향 설정을 못하고 있는 사람을 우린 그간 모집해 왔어요. 한마디로 아르헨티나와 자신을 함께 되짚어 보잔 거죠. 물론 보카는 그나마 열정이 넘치는 곳이죠. 낭만도 있고 역사도 있고, 그것도 최하 계층 사람들이 일궈놓은 도전과 변화의 몸짓이 세계적 문화인 탱고에 녹아들어 있으니까."

"그럼요. 보카는 관광지이기 이전에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있는 곳이죠. 그것들이 모여서 현재의 보카를 만들어가는 것이고요. 특히 1930년대부터 시작된 탱고의 황금기에는 꿈과 자유에 몸을 떨던 연주자들의 터전이었고, 우리가 앞으로 돌아 돌아다 볼 아르헨티나의 군사 독재 시기에는 보카도 어쩔 수 없이 침체했고요. 그리고 지금 보카는 아르헨티나를 찾는 거의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찾는 왁자지껄한 관광지가 되었어요. 한마디로 환경과 함께 변화하는 인간 삶의 축약판인 거죠."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던 시인도 어느새 끼어들어서 한마디 거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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