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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은 '사학개혁'을 원하지 않습니다

보수언론 '프레임 전략'에 빠지지 말아야... "사학개혁과 반값등록금 투 트랙 필요"

등록|2011.06.09 16:33 수정|2011.06.09 16:33
어제(8일) <반값 등록금 무섭더냐? 조선·중앙 '머리' 쓰네>라는 글을 썼습니다. <조선일보><중앙일보>가 촛불집회는 외면하면서 사립대와 사학재단을 비판하는 이유를 분석하는 글입니다. '촛불집회 외면'은 '등록금 문제' 외면으로 이어지는 게 통상적이죠. 그런데 두 신문은 전자는 외면하면서 후자만 주목했습니다. <조선><중앙>의 보도 배경을 짚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두 신문의 등록금 관련 보도는 '프레임'을 교묘히 바꿔서 본질을 희석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등록금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MB정부와 한나라당이 아니라 사학재단 쪽으로 향하게 한 다음, 반값 등록금 문제를 '대학개혁'과 구조조정 문제로 전환하려는 게 두 신문의 의도라는 얘기입니다.

보수신문의 보도 이면을 짚는 것도 중요

반값등록금오마이뉴스 - '반값등록금 무섭더냐? 조선 중앙 '머리' 쓰네 ⓒ 민동기


그런데 이 글을 보시고 트위터와 댓글을 통해 저에게 몇 가지 문제 제기를 하신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분들의 문제 제기에 일정 부분 공감을 하면서도 부분적으로 오해의 소지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후속 글을 통해 설명을 드리는 게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문제 제기의 핵심만 간단히 추리면 이렇습니다.

'등록금 내리는데 진보·보수가 따로 있나.'
'이유야 어찌 됐든 <조선><중앙>이 사립대와 사학재단에 칼을 들이댄 것은 평가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사학재단이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 사실 아니냐.'

맞습니다. 등록금 내리는데 진보·보수 따로 없습니다. <조선><중앙>이 사립대와 사학재단에 칼을 들이댄 것도 평가해줘야 합니다. 사학재단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부분도 온당한 지적입니다. 대부분 공감이 갑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유야 어찌 됐든 조선·중앙이 사립대와 사학재단에 칼을 들이댄 것은 평가해줘야 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가 없더군요.

저는 <조선><중앙>이 사립대와 사학재단에 칼을 들이댄 것을 평가해 줄 필요는 있지만 보도 배경과 의도를 정확히 알고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보도의 진정한 목적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중앙>이 사학비리 척결과 개혁을 원할까?

어떤 분이 댓글에서 이렇게 비판을 했습니다.

"사학재단에 대해 본격적으로 칼을 들이댔다는 것은 그것이 <조선일보>라 할지라도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하는데, 그걸 굳이 촛불분쇄 의도와 연관 지어 혐의를 부여하는 논지는 답답하다."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되묻고 싶습니다. 정말 <조선일보>가 사학재단에 본격적으로 칼을 들이댄 걸로 생각하는지. 저는 그 부분은 동의하기 어렵더군요. 두 신문이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증'과 재단적립금 문제를 보도해 온 점은 인정하지만 한계도 뚜렷합니다. <조선><중앙>은 본질적인 사학 개혁이나 족벌체제로 운영되는 사학재단의 비리를 조명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참여정부가 사학법 개정을 추진할 당시 입에 거품 물고 반대 견해를 밝힌 대표적 언론이 조중동이었습니다.

그런 조중동이 사학재단에 본격 칼을 들이댄다? 저는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그럼 왜 최근 등록금 문제를 집중 조명하느냐? 저는 일부 사립대와 사학재단을 '재물'로 삼아 등록금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적절히 해소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봤습니다. 보수진영에게 최대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여론무마용 성격이 짙다는 얘기입니다.

사학재단경향신문 2011년 6월9일자 5면 ⓒ 경향신문


'국민적 반감의 적절한 해소'를 겨냥한 '여론 무마용' 보도는 절대 사학비리의 본질을 겨냥하지 않습니다. <조선><중앙>의 '대학 등록금 보도'가 진정성을 획득하려면 적어도 오늘(9일) <경향신문> 5면에 실린 '횡령·유용 5년간 2765억, 사립대 60여 곳 족벌운영' 기사 정도는 나와 줘야 합니다. 내용을 추리면 이렇습니다.

"2007년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서 대학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이사회 정수 4분의 1을 대학평의원회에서 추천한 개방이사로 채우도록 했지만, 법 개정 4년이 지난 2010년 8월 현재까지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성균관대·홍익대 등 15개 대학이 개방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있다. 선임된 개방이사마저 전·현직 총장 등 법인 또는 학교 측 관계자로 채워진 경우가 13.2%였다.

현재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 등은 개방형 이사제 폐지, 대학평의원회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사학법 재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는 '이 같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사학의 부정·비리를 더욱 양산시킬 우려가 크다'면서 '오히려 법인 이사회에 집중된 권한을 지금보다 더욱 분산시킬 필요가 있으며, 개방형 이사를 뽑지 않고 있는 대학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교과부는 이 같은 위법행위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조선><중앙>은 절대 이런 종류의 기사는 내보내지 않습니다. 오늘(9일) 자 <조선>을 한 번 보세요. 김황식 국무총리가 사견임을 전제로 "국민이 합의하고 가난한 학생에 100% 쓴다면 기부입학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8일 국회에서 답변한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싣고 있습니다. 비록 찬반 논란 형식으로 다루긴 했지만 저는 '반값 등록금' 논쟁이 진행되는 와중에 '기부입학제' 문제를 슬쩍 끼워 넣는 오늘(9일) 자 <조선>이야말로 비교적 자신들의 속내를 솔직히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부입학제조선일보 2011년 6월9일자 4면 ⓒ 조선일보


프레임 전쟁... '반값 등록금'과 '사학개혁' vs '대학 구조조정'

말이 길어졌습니다. 저는 <사학 혁신 병행해야 '반값등록금' 실효 거둔다>는 오늘(9일) 자 한겨레 사설에 공감합니다. "우리의 대학 등록금 문제는 결국 사립대 등록금 문제"이고 "대다수 사학 재단이 부실·부패·영리 구조에 얽혀 있기" 때문에 사학개혁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사립대들을 정부 책임 아래로 끌어들이기 위한 획기적인 제도 개혁과 재정 지원을 함께 추진"하지 않으면 '반값등록금'의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반값등록금을 위한 정부 지원과 사학개혁이라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저는 <조선><중앙>의 최근 '대학등록금 보도'는 분석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최근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증'과 재단적립금 문제를 집중 보도한 것만 주목한 독자들은 마치 '사학개혁'을 두 신문이 선도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조중동은 사학재단의 본질적인 문제와 비리는 짚지 않습니다. 사학재단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곳이 바로 조중동이기 때문입니다.

사학혁신한겨레 2011년 6월9일자 사설 ⓒ 한겨레


오늘(9일) 자 <중앙>을 보면 대학의 자구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여기서 '자구노력'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사학개혁? 전 '대학 구조조정'을 겨냥하고 있다고 봅니다. <조선>이 '기부입학제'를 슬그머니 끄집어내고, <중앙>이 '대학 구조조정'에 방점을 찍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저는 앞으로 반값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보수언론에 의한 '프레임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봅니다. 

조중동의 '프레임 설정'에 말려들지 말아야

그런 점에서 야당이 등록금 이슈를 '사학 개혁'으로 옮기기로 한 것에 지지를 보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반값등록금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정부 지원과 사학개혁이라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지를 보내면서도 복지논쟁 확산을 경계하는 <조선><중앙>의 '프레임 설정'에 말려들지 말기를 바랍니다. 치밀한 전략 없이 투 트랙을 병행하면 자칫 복지논쟁과 사학개혁 모두를 놓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곰도리의 수다닷컴'(http://pressgom.tistory.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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