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스티브 잡스는 1955년생이라 성공했다?
[서평] 성공의 사회적 조건을 말하는 책 <아웃라이어>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 수준의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다. 달리 말하면 하루 세 시간씩, 10년을 끈기있게 노력한다면 전문가로 성공할 수 있다는 성공법칙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 개인이 성공하지 못한 건 1만 시간을 투자할 끈기와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우리 사회는 그렇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하지만 정작 이 법칙을 소개한 말콤 글래드웰의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의 견해는 전혀 다르다. 초라한 환경에서 태어나 치열한 노력과 재능계발을 통해 성공했다는 식의 성공스토리는 진실을 감추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성공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전부 틀렸다'며 끊임없는 노력 같은 개인적인 특성만으로는 성공을 설명해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개인의 성공 뒤에 가려진 이점과 특별한 기회, 문화적 유산의 혜택 등 사회적 환경이 성공의 방향을 결정짓는 요소라고 말한다.
성공은 사회적 환경의 산물
먼저 캐나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사례를 살펴보자. 지구상에서 가장 아이스하키에 미친 나라 캐나다의 프로 선수들은 철의 법칙이라 할 만큼 1월, 2월, 3월생이 월등히 많다. 연초에 태어난 것이 사주팔자가 좋기 때문일까. 그렇기도 하다.
캐나다의 코치들도 미래의 꿈나무를 발굴하기 위해 유소년 후보들을 선발해 하키 클래스를 꾸린다. 문제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태어난 아이들을 동일 대상으로 놓고 우수한 아이들을 찾는다는 것이다. 사춘기 이전에 열두달이라는 기간은 엄청난 신체발달의 차이를 갖는다. 당연히 몇 달이라도 일찍 태어난 1~3월 생들이 유리하다.
떨어진 아이들이 낙담 속에 동네 하키에서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든 데 비해, 선출된 아이들은 선발되었다는 성취감에 훌륭한 코치와 뛰어난 팀 동료와 함께 많은 경기를 소화하며 두 세 배로 연습하게 된다. 1만 시간을 노력하기가 휠씬 용이한 환경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뛰어난 선수로 거듭나게 된다.
조금 일찍 태어나 신체발달이 약간 더 빨랐다는 이 작은 이익이 미래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매우 특별한 기회가 되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는 마태복음 효과가 실현되는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비틀즈나 빌게이츠도 1월생 아이스하키 선수처럼 특별한 기회의 수혜자였다. 비틀즈는 1960년에서 1962년 말에 걸쳐 운 좋게도 함부르크에 있는 클럽에서 일주일 내내 여덟 시간씩 연습할 기회를 가졌었다. 빌게이츠는 고등학교 시절에 1968년이라는 이른 시기였음에도 컴퓨터실이 생겨 밤낮없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빠져들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IT계의 거물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에릭 슈미트 모두가 1955년생이라는 점이다. 1975년 개인컴퓨터가 갓 출시될 시기에 20대였던 그들은 다가올 개인컴퓨터 혁명을 준비하고 주도하기에 딱 절절한 나이였다. 그들의 성공은 특별한 노력이 사회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는 시대를 만난, 그들이 자라난 세계의 산물인 셈이다.
성공엔 선천적인 지능보다 사회적 능력이 중요
말콤 글래드웰은 성공엔 선천적인 재능이라고 할 지능(IQ)보다는 실용지능이 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용지능이란 '뭔가를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등을 아는 것'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포함하는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지식이다. 문제는 이 지식은 대부분 가족에게서 배우는데 부유한 집안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부유한 집안의 자녀들은 자신들이 요구가 존중받아온 양육과정을 통해 외부에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필요한 것을 요구하고 협상하는 방법을 쉽게 익힌다. 반면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은 부모도 그렇지만 권위 앞에 주눅들고 외부의 권위에 자신의 의견을 펴는 훈련을 받지 못한다. 그들은 그저 수동적으로 반응할 뿐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이 놓인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의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크리스토퍼 랭건과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크리스토퍼 랭건은 평범한 IQ테스트로는 측정이 안 되는, 천재를 위한 슈퍼 IQ테스트에서도 한 문제를 빼곤 다 맞힌, 백만명 중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천재였다. 그러나, 50대에 이른 그는 말목장에서 자기만의 지적 작업에 몰두하긴 하지만 동물을 돌보며 살아갈 뿐이다. 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랭건은 신발엔 늘 구멍이 나있을 정도로 가난한 집안에서 살았다. 리드대학에 전액 장학금 제의를 받고 다녔지만 어머니가 재정지원서류를 제때 제출하지 않아 장학금을 박탈당했다. 다시 몬태나 주립대학에 등록했지만 교통편 문제로 오전 수업을 오후로 옮기려다 거절당해 대학을 자퇴했다. 이후 그는 제도교육과는 담쌓고 생계를 위해선 건설현장을 전전하며 살아야 했다.
오펜하이머도 천재였다. 우울증에 시달렸던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지도교수를 독살하려 했다. 하지만 장기간의 협상 끝에 정학처분과 심리치료 상담 처분이 결정되었다. 물론 물리학자로서의 길은 계속 갈 수 있었고, 핵무기를 개발한 맨하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이름을 날렸다.
오펜하이머는 살인기도라는 매우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지만, 자신을 설명하고 변호할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랭건은 자신에게 장학금이 왜 필요한지는 그만두고 수업을 옮기는 것조차 설득해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랭건은 늘 술에 취해 화를 내는 양아버지의 권위에 눌려 피해 다녀야만 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차이가 더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성공의 측면에서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를 만들었다.
랭건의 예는 성공이 결국 사회에서의 성공임을 의미할 때 개인의 재능이나 노력만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적 교류능력이 중요함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는 개인의 노력 이전에 양육환경을 통해 얻어지는 환경의 시혜물인 셈이다.
그래서 그는 책의 많은 부분을 문화적 유산의 영향에 할애한다. 예를 들어 아시아인이 수학을 더 잘하는 이유는 벼농사에서 비롯된 근면·성실의 문화가 수학문제에 끈기있게 매달리게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왜 부자집단은 무상급식에 그토록 반대했을까
<아웃라이어>는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우리사회의 차고 넘치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성공이 개인의 특출함의 결과가 아니라 사회적 유산과 특별한 기회의 합작품이라는 글래드웰의 주장에 동의한다면, 우리 사회는 성공을 위해 어떠한 사회적 환경과 조건을 제공하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이 질문을 한국사회에서 성공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조건인 교육에 던져 본다면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 같은 이슈가 왜 중요한 문제인지를 절감하게 된다.
가난이 보편적이었던 50~60년대와 달리 지금은 가난은 무능력의 상징으로 감추어야 할 사실이 되었다. 그런데 무상급식이 가난의 증거로 주어진다면, 다른 것도 아닌 생활의 가장 기본인 식생활마저도 시혜에 의존해야 한다면, 그 아이가 제대로 된 사회적 교류 능력을 가지긴 어렵다. 권위 앞에선 무력하고 순종적이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표현하지도 못하는, 설사 제 아무리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제2의 랭건이 되기 쉽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 왜 이건희 아들에게도 무상으로 줘야 하나며, 망국적 포퓰리즘에 싸워야 한다며 그토록 무상급식에 반대한 연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복지가 권리가 아니라 시혜로 주어져야 계층 간의 벽이 공고해진다는 사실 말이다.
스웨덴에서 부모의 소득에 상관없이, 국왕의 자녀에게도 아동 수당이 주어지는 것은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기회가 공정한 성공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양육과 교육에 관한 지원은 보편적으로 주어져야 한다.
요즘 대학생들이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기 보다는 필요한 것을 요구한다는 면에서 말콤 글래드웰이 말한 '실용지능'을 발휘하는 모습으로 보여 반갑다.
<아웃라이어>에서도 1만 시간은 엄청난 시간이라면서 "경제적으로 곤궁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연습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낼 수 없으면 안 되므로 가난해서도 곤란하다(p.58~59)"고 쓰고 있다. 반값등록금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도록 우리사회가 제공해야 하는 사회적 환경이자 성공 인프라인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성공시대를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되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지금까지 한국사회 성공의 조건으로 보여준 건 '고소영'이었다. 그 성공이 자신을 둘러싼 집단이 아닌 국민의 성공을 말하는 것이었다면 '강 파기'에 보이는 열의만큼 대학생들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 개인이 성공하지 못한 건 1만 시간을 투자할 끈기와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우리 사회는 그렇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하지만 정작 이 법칙을 소개한 말콤 글래드웰의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의 견해는 전혀 다르다. 초라한 환경에서 태어나 치열한 노력과 재능계발을 통해 성공했다는 식의 성공스토리는 진실을 감추고 있다고 말한다.
성공은 사회적 환경의 산물
▲ ⓒ 김영사
먼저 캐나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사례를 살펴보자. 지구상에서 가장 아이스하키에 미친 나라 캐나다의 프로 선수들은 철의 법칙이라 할 만큼 1월, 2월, 3월생이 월등히 많다. 연초에 태어난 것이 사주팔자가 좋기 때문일까. 그렇기도 하다.
캐나다의 코치들도 미래의 꿈나무를 발굴하기 위해 유소년 후보들을 선발해 하키 클래스를 꾸린다. 문제는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태어난 아이들을 동일 대상으로 놓고 우수한 아이들을 찾는다는 것이다. 사춘기 이전에 열두달이라는 기간은 엄청난 신체발달의 차이를 갖는다. 당연히 몇 달이라도 일찍 태어난 1~3월 생들이 유리하다.
떨어진 아이들이 낙담 속에 동네 하키에서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든 데 비해, 선출된 아이들은 선발되었다는 성취감에 훌륭한 코치와 뛰어난 팀 동료와 함께 많은 경기를 소화하며 두 세 배로 연습하게 된다. 1만 시간을 노력하기가 휠씬 용이한 환경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뛰어난 선수로 거듭나게 된다.
조금 일찍 태어나 신체발달이 약간 더 빨랐다는 이 작은 이익이 미래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매우 특별한 기회가 되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는 마태복음 효과가 실현되는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 비틀즈나 빌게이츠도 1월생 아이스하키 선수처럼 특별한 기회의 수혜자였다. 비틀즈는 1960년에서 1962년 말에 걸쳐 운 좋게도 함부르크에 있는 클럽에서 일주일 내내 여덟 시간씩 연습할 기회를 가졌었다. 빌게이츠는 고등학교 시절에 1968년이라는 이른 시기였음에도 컴퓨터실이 생겨 밤낮없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빠져들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IT계의 거물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에릭 슈미트 모두가 1955년생이라는 점이다. 1975년 개인컴퓨터가 갓 출시될 시기에 20대였던 그들은 다가올 개인컴퓨터 혁명을 준비하고 주도하기에 딱 절절한 나이였다. 그들의 성공은 특별한 노력이 사회로부터 보상받을 수 있는 시대를 만난, 그들이 자라난 세계의 산물인 셈이다.
성공엔 선천적인 지능보다 사회적 능력이 중요
말콤 글래드웰은 성공엔 선천적인 재능이라고 할 지능(IQ)보다는 실용지능이 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용지능이란 '뭔가를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등을 아는 것'과 같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포함하는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지식이다. 문제는 이 지식은 대부분 가족에게서 배우는데 부유한 집안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부유한 집안의 자녀들은 자신들이 요구가 존중받아온 양육과정을 통해 외부에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필요한 것을 요구하고 협상하는 방법을 쉽게 익힌다. 반면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은 부모도 그렇지만 권위 앞에 주눅들고 외부의 권위에 자신의 의견을 펴는 훈련을 받지 못한다. 그들은 그저 수동적으로 반응할 뿐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이 놓인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의 차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크리스토퍼 랭건과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크리스토퍼 랭건은 평범한 IQ테스트로는 측정이 안 되는, 천재를 위한 슈퍼 IQ테스트에서도 한 문제를 빼곤 다 맞힌, 백만명 중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천재였다. 그러나, 50대에 이른 그는 말목장에서 자기만의 지적 작업에 몰두하긴 하지만 동물을 돌보며 살아갈 뿐이다. 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랭건은 신발엔 늘 구멍이 나있을 정도로 가난한 집안에서 살았다. 리드대학에 전액 장학금 제의를 받고 다녔지만 어머니가 재정지원서류를 제때 제출하지 않아 장학금을 박탈당했다. 다시 몬태나 주립대학에 등록했지만 교통편 문제로 오전 수업을 오후로 옮기려다 거절당해 대학을 자퇴했다. 이후 그는 제도교육과는 담쌓고 생계를 위해선 건설현장을 전전하며 살아야 했다.
오펜하이머도 천재였다. 우울증에 시달렸던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지도교수를 독살하려 했다. 하지만 장기간의 협상 끝에 정학처분과 심리치료 상담 처분이 결정되었다. 물론 물리학자로서의 길은 계속 갈 수 있었고, 핵무기를 개발한 맨하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이름을 날렸다.
오펜하이머는 살인기도라는 매우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지만, 자신을 설명하고 변호할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랭건은 자신에게 장학금이 왜 필요한지는 그만두고 수업을 옮기는 것조차 설득해내지 못했다. 왜냐하면 랭건은 늘 술에 취해 화를 내는 양아버지의 권위에 눌려 피해 다녀야만 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차이가 더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성공의 측면에서는 비교할 수 없는 차이를 만들었다.
랭건의 예는 성공이 결국 사회에서의 성공임을 의미할 때 개인의 재능이나 노력만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적 교류능력이 중요함을 말해준다. 그리고 이는 개인의 노력 이전에 양육환경을 통해 얻어지는 환경의 시혜물인 셈이다.
그래서 그는 책의 많은 부분을 문화적 유산의 영향에 할애한다. 예를 들어 아시아인이 수학을 더 잘하는 이유는 벼농사에서 비롯된 근면·성실의 문화가 수학문제에 끈기있게 매달리게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왜 부자집단은 무상급식에 그토록 반대했을까
<아웃라이어>는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우리사회의 차고 넘치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성공이 개인의 특출함의 결과가 아니라 사회적 유산과 특별한 기회의 합작품이라는 글래드웰의 주장에 동의한다면, 우리 사회는 성공을 위해 어떠한 사회적 환경과 조건을 제공하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이 질문을 한국사회에서 성공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조건인 교육에 던져 본다면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 같은 이슈가 왜 중요한 문제인지를 절감하게 된다.
가난이 보편적이었던 50~60년대와 달리 지금은 가난은 무능력의 상징으로 감추어야 할 사실이 되었다. 그런데 무상급식이 가난의 증거로 주어진다면, 다른 것도 아닌 생활의 가장 기본인 식생활마저도 시혜에 의존해야 한다면, 그 아이가 제대로 된 사회적 교류 능력을 가지긴 어렵다. 권위 앞에선 무력하고 순종적이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표현하지도 못하는, 설사 제 아무리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제2의 랭건이 되기 쉽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 왜 이건희 아들에게도 무상으로 줘야 하나며, 망국적 포퓰리즘에 싸워야 한다며 그토록 무상급식에 반대한 연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복지가 권리가 아니라 시혜로 주어져야 계층 간의 벽이 공고해진다는 사실 말이다.
스웨덴에서 부모의 소득에 상관없이, 국왕의 자녀에게도 아동 수당이 주어지는 것은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기회가 공정한 성공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양육과 교육에 관한 지원은 보편적으로 주어져야 한다.
요즘 대학생들이 반값등록금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기 보다는 필요한 것을 요구한다는 면에서 말콤 글래드웰이 말한 '실용지능'을 발휘하는 모습으로 보여 반갑다.
<아웃라이어>에서도 1만 시간은 엄청난 시간이라면서 "경제적으로 곤궁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연습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낼 수 없으면 안 되므로 가난해서도 곤란하다(p.58~59)"고 쓰고 있다. 반값등록금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도록 우리사회가 제공해야 하는 사회적 환경이자 성공 인프라인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성공시대를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되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지금까지 한국사회 성공의 조건으로 보여준 건 '고소영'이었다. 그 성공이 자신을 둘러싼 집단이 아닌 국민의 성공을 말하는 것이었다면 '강 파기'에 보이는 열의만큼 대학생들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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