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세입자들이여, 독일을 본받으라
[서평] 손낙구가 쓴 <10대와 통하는 부동산>... "세입자들이 나서야"
▲ <10대와 통하는 부동산> ⓒ 철수와영희
대체 왜 우리나라는 월세가 비싼 걸까? 집이든 건물이든 왜 전월세로 사는 사람들에겐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권리가 없는 걸까? 상가보호법이 있다고 해도 왜 무용지물인 걸까? 정말로 우리나라에는 집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 외국도 과연 우리나라와 똑같은 형편일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어른인 내가 이런 처지라면 아이들은 또 어떨까?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이런 사실을 알 방법이 없을까?
손낙구의 <10대와 통하는 부동산>(철수와영희)은 청소년들이 꼭 알아야 할 집과 땅에 관한 이야기를 알려주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비싸지 않다면 지금보다 훨씬 넓은 방과 큰집에서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값이 너무 비싸 셋방조차 구하지 못하는 현실 앞에 발만 동동 굴러야 할 때가 잦다. 이사를 자주 하는 바람에 친구들과 오래 사귈 수도 없다. 너무 서글픈 현실이다.
10대가 친구를 오래 사귈 수 없는 현실
"2009년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집은 1446만 채입니다. 그런데 집이 필요한 가구는 1302만 가구입니다. 모든 국민이 가구당 한 채씩 집을 갖고도 144만 채가 남아도는 상황인 것이죠. 그만큼 그동안 집을 많이 지었기 때문입니다. 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누면 주택보급률 111%가 나옵니다. 우리나라는 2002년부터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 집이 남아돌기 시작했습니다. 집이 남아도는데도 국민 10명 중 4명꼴로 셋방에 사는 것은 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입니다."(45쪽)
그렇다. 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너도나도 집을 갖지 못한다. 거기다가 돈 많은 사람이 여러 채의 집을 갖고서 임대를 내주고 있는 것도 커다란 문제다. 이 책을 보니 2005년 기준으로 혼자서 1083채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고, 혼자서 819채, 그리고 577채를 가진 집 부자들이 있었다. 최고로 많이 가지고 있는 집 부자 10명이 가진 집이 5508채라고 했으니, 한 사람당 평균 550채를 가진 셈이 된다. 그에 반하여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4명꼴로 남의 집을 떠돌며 산다는데, 해도 해도 너무한 일 아닌가.
그럼 다른 나라는 어떨까? 이 책에는 독일과 네덜란드와 싱가포르의 상황을 알려주고 있다. 독일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선진국이지만 우리나라처럼 집 없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한다. 독일 전체 가구 중 셋방 가구는 55%나 된다고 하니, 우리의 41%보다 더 많은 환경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독일이 지닌 장점이 있는데, 한 번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은 평균 13년 동안 살 수 있다는 게 그것이다. 우리나라가 2년에 한 번꼴로 이사해야 하는 경우에 비하면 그야말로 천국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더욱이 월세를 올리는 것도 주인 맘대로 할 수 없도록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래야 되지 않을까?
네덜란드는 국민 중 56%가 자신이 소유한 집에서 살고 있고, 44%는 셋방에 산다고 한다. 이는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 있다. 셋방에 사는 44% 국민 가운데 34%가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공기업 성격의 주택조합이 소유한 공공임대주택에 세 들어 산다. 더욱이 정부가 월세보조금도 준다. 우리나라에도 공공임대주택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마저도 비싸고, 변동률도 크다는 게 문제다.
셋방 사는 사람들이 '세입자협회' 구성한 독일
싱가포르는 어떨까?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도시화율이 100%인 나라다. 그만큼 좁은 국토에 인구가 많은데다 모두가 도시에 살고 있으니 주택문제가 심각할 것 같은 나라다. 하지만 국민 10명 중 9명이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걸까? 이 책을 보니 땅을 정부가 소유하고 있고, 집값도 한 가구당 1년간 버는 평균 소득의 2배밖에 안 되는 게 그 이유다. 싱가포르는 1960년대부터 정부가 땅을 모두 사들여 투기바람을 완전히 잠재웠다고 한다.
"짓기도 전에 팔 수 있는 선분양 제도는 1970년대에 박정희 정부가 재벌에게 준 특혜입니다. 또 한국 외에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제도입니다. 선분양 제도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땅을 마련한 뒤부터는 짓지도 않은 아파트를 팔 수 있기 때문에 재벌에게는 매우 유리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소비자는 매우 불리합니다. 미리 돈을 내야 할 뿐 아니라, 짓는 사이에 가격이 떨어지면 그 손해를 소비자가 져야 합니다."(103쪽)
저자 손낙구는 이것이 우리나라 부동산의 현주소라고 지적하고 있다. 재벌 대기업들이 아파트 짓는 사업을 벌이고, 선분양 제도로 모든 고통을 서민에게 떠안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집이 넘쳐나는데도 집에 자기 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제도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어떤 책에서 말하듯 집 없는 사람들이 '분노'해야 하지 않을까?
해법은 이 책에도 나와 있다. 독일 국민, 특히 셋방 사는 사람들이 단결하여 '세입자협회'를 만들어 셋방 가구를 위해 법률을 제정하고 정책을 도입하는 데 앞장섰듯이, 우리나라의 집 없는 사람들도 그런 일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청소년들이 자주 이사 다니지 않고 친구들을 오랫동안 사귈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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