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취직 후 이자 없이 완전후불로 하자
[반값 등록금 실현 위한 대안] 핵심은 등록금 부담의 '완전 해소'
반값등록금 투쟁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시민사회·학계·정당 관계자들의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현실적 대안에 대한 기고를 환영한다. 이 글은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겸 복지국가국민운동 공동본부장이 <오마이뉴스>에 특별기고한 것이다. [편집자말]
▲ 1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조건없는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국민촛불대회'에서 대학생, 시민, 야당인사들이 촛불과 휴대폰 불빛을 밝히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우리는 이 시점에서 현재 우리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한 올바른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대안'이 올바르지 않다면, 많은 대학생들과 시민들의 지지 여론에도 반값 등록금 요구에 대한 사회 운동적 에너지는 정치적 제도로 수렴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쟁의 방향', 즉 대안이 특히 중요하다.
등록금 문제, 무상급식과 마찬가지로 '보편주의'로 풀어야
지금 정치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문제의 해법에 올바르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2010년 지방선거 때 정책적 대결축의 핵심이었던 무상급식 문제를 환기해 볼 필요가 있다. 무상급식 문제의 발단은 김상곤 경기교육감이었다. 김상곤 교육감은 무상급식을 실시함에 있어서 한정된 예산을 감안할 때, 두 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었다.
첫 번째 방안은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었다. 이럴 경우 저소득층이 아닌 학생들은 무상급식 대상에서 일단은 제외된다. 두 번째 방안은 전면적 무상급식을 실시하되, 저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이었다. 당시 김상곤 교육감은 이 둘 중에서 최종적으로 두 번째 방안이었던 전면적 무상급식을 학년별로 실시하는 것을 선택했다.
얼핏 보면, 제한된 예산 하에서 저소득층부터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것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 방안은 '선별적 복지' 원리를 내재한 것이다. 선별적 무상급식은 소득과 자산조사를 통해 가난한 집 아이를 골라낸다는 측면에서 아이에게 수치심(stigma)이라는 인권의 문제를 야기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별을 위한 자산조사 그 자체가 엄청나게 많은 행정비용을 초래하며, 그렇게 해서 선별해낸 결과가 그리 공정하지도 않다.
즉, 하위 소득 30%까지 혜택을 주다고 선별 기준을 제시했을 때, 도대체 29%에 속하는 사람과 31%에 속하는 사람 간에 무슨 차이가 있다고 한 쪽은 혜택을 받고 다른 한 쪽은 혜택을 못 받아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나라는 소득과 자산의 투명성이 그리 높지도 않으므로 선별의 공정성을 담보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선별적 복지는 수혜 대상자를 넓힐수록 제도 자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결정적 문제가 있다. 가난한 5% 국민을 선별해서 복지 혜택을 주는 데는 큰 돈이 들지 않으므로 기존의 정부 재정 범위 내에서 제도의 운영이 가능하겠지만, 50%를 선별하여 혜택을 준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10배나 늘어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한 것인가? 해법은 하나밖에 없다. 누군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
그런데 세금(이 경우에는 직접세가 해당)의 대부분은 중산층 이상의 국민들이 납부한다. 이들은 자신은 혜택도 못 보는 일에 세금을 더 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수혜 대상자가 크게 확대된 선별적 복지는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보편적 복지가 정답이다. 누구나 복지 혜택을 누리고, 누구나 능력에 따라 누진적으로 세금을 더 내면 될 일이다. 복지의 수혜와 재원의 부담을 일치시키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국가 전체적으로 소득재분배 효과도 가장 좋다.
'선별적 복지' 원리에 입각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등록금 대책
▲ '반값등록금' 문제와 관련, 10일 오후 숙명여대에서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대표단과 간담회를 가진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굳은 표정으로 대표단의 얘기를 듣고 있다. ⓒ 남소연
선별적 복지정책과 보편적 복지정책의 작동 원리를 정치적으로 다시 설명하면 이렇다. 편의상 유권자를 부유층-중산층-서민층으로 나눈다면, 선별적 복지의 경우에는 '조세부담'은 부유층-중산층이 감당하게 되고, '복지 수혜'는 서민층에 집중된다. 그리하여 중산층의 입장에서 볼 때, 조세 부담은 늘되 복지수혜는 입지 않게 되어 '복지 반대 세력'에 가담하게 될 가능성이 많게 된다. 그리하여 역경 끝에 도입된 복지제도를 확대하려 할 때 정치적 반대에 직면하게 된다.
선별주의 복지를 주로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심지어는 기존의 선별적 복지마저 꾸준히 축소 압력을 받게 된다. 반대로 보편적 복지를 선택하게 될 경우, 중산층과 서민층의 '복지동맹'이 형성되어 다수 유권자 대중의 두터운 지지를 받게 된다. 우리가 반값 등록금 문제를 접근함에 있어서 '보편주의 복지 원리'를 깊이 새겨야 하는 이유이다.
2010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은 무상급식을 반대했다. 선별적 복지의 편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를 주장했다. 그런데 현재 등록금 문제에 있어서는 양 당의 기조가 유사해 보인다. 그들의 정책적 대안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등록금 대책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장학금 형태 ▲지원방법은 소득계층별 차등지원 ▲예산규모는 2.5조 원~3.1조 원 ▲학점기준, B학점~C학점.
현재 대학등록금은 총 15조 원 규모이다. 이 중에서 국가장학금과 대학 자체의 장학금 3조 5천억 원을 제외하면 약 11조 5천억 원이다. 즉, 반값 등록금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연간 약 6조 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나라-민주당의 3조 원 내외의 예산 규모에 의하면, 실제로 대학 등록금의 부담 완화 규모는 약 25% 수준인 셈이다. 이 경우, 반값 등록금 대책이 아니라 '1/4값 등록금' 대책인 셈이다.
이 정도의 금액으로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겪고 있는 등록금 부담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문제는 '선별주의' 때문에 초래되는 대상자 문제이다. 한나라당 방식이든, 민주당 방식이든, 중위소득 이하 50%만을 대상자로 삼고 있기 때문에 나머지 50%의 학생들은 등록금 대책에서 제외된다.
최근에 민주당이 입장을 일부 바꾸어 중산층을 포함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이는 본질적으로 '선별주의'이긴 마찬가지이며, 오히려 제도의 지속가능성만 어렵게 하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선별주의의 한계 때문에 대상자를 50%로 하는 것보다 70%로 확대하는 것이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더 어렵게 함).
이러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등록금 대책은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첫째, 등록금 부담의 실질적 완화에 기여하지 못한다. 제외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둘째, 지속적인 부정수급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소득계층별 차등지원 방식의 전제조건은 소득구간의 투명성인데,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담보되기 어렵고, 그래서 공정성 문제를 달고 다닐 가능성이 높다. 셋째, 대학 구조조정과 병행되지 않는다면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넷째, '선별적 복지' 원리에 입각했기 때문에 제도 확대가 곤란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제도 축소의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문제점이 하나 더 있다. 이 지점은 현재 전개되는 '반값 등록금' 요구 시위의 승리 여부를 규정지을 정도로 결정적인 문제인데, 그것은 바로 형평성 혹은 역차별 논란 등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현재 대학진학률은 83%이고, 대학을 진학하지 않는 고졸자는 17%의 비율인데, 이후 취업의 기회는 물론이고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대졸자에게는 연간 최소 3조 원에서 6조 원에 달하는 정부 재정을 지원하면서 고졸자에게는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형평성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고졸자에 비해 대졸자가 취업 기회와 고소득 가능성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그렇다면 대학생에 대한 국가의 6조 원에 달하는 등록금 지원 정책은 고졸자를 차별하고, 대졸자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고등학교가 의무교육이 아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학생들의 학비는 정부가 부담하지 않고 있다(고등학교 학비의 총액은 연간 1조 5천억 원에 불과함). 대학생들에게만 국가 예산으로 등록금을 지원하는 것은 이중적 의미에서 고졸 차별, 대졸 특혜가 될 수 있다. 한 마디로 정책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에 지속적으로 휩싸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등록금 문제의 본질은 '등록금 부담의 완전 해소'
▲ 1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학생, 시민, 야당인사들이 광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국민촛불대회'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우리가 이러한 형평성 논란과 역차별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등록금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방향성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정립할 필요가 있다. 등록금 문제의 본질을 한마디로 말하면, '등록금 부담의 완전한 해소'이다. 이것은 왜 사회정의에 부합하는가?
먼저, 학생들 입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리고 부와 학벌의 세습이 이뤄지고 있다. 실질적 의미에서 새로운 신분제 사회로 대한민국이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학생들과 학부모 입장에서도 불행한 일이고, 좋은 인재를 길러내고 인적자본을 육성해야 하는 국가의 입장에서나 사회 전체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그래서 등록금 문제는 반드시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원리에 입각해서 해결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등록금 문제에 대해 우리는 ▲조건의 평등 ▲공정 ▲사회적 연대 ▲고등교육의 인재 양성이라는 철학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러한 원칙 하에서 정책 수립의 기본 방향은 보편주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하고, 등록금 부담을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논의되는 것처럼 하게 되면, 대학 등록금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져도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 부담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실제로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취직을 위한 각종 스펙을 쌓는데 필요한 영어 학원비 등 다양한 사교육비와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들의 경우 자취든 하숙이든 매달 지출해야 하는 생활비에 대한 대책이 없으면 등록금 지원 정책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 등록금 자체가 없거나 국가가 대부분을 부담하는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보편적 복지 정책으로 아동수당에 이어 학생수당을 지급하거나, 집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는 대학생들에 대한 기숙사 및 주거비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학생들과 그 자족들의 실질적인 부담 경감을 위해서는 등록금 이외의 이들 지출에까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당연히 고등학교 의무교육의 확대도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학 지배구조의 민주화와 투명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등록금 완전후불제, '등록금 부담 제로 시대'를 위한 우리의 비전
▲ 6월항쟁 24주년을 맞아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촛불집회'에서 한 대학생이 '빛을 안고 입학해서 빚을 지고 졸업한다'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위와 같은 철학적 원칙과 정책적 방향성에 기초하여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오래 전부터 주장해오고 있는 대안이 바로 '등록금 완전후불제'이다. 등록금 완전후불제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먼저 국가는 학생들에게 등록금 후불제 신청을 받는다. 신청한 학생에 대해서는 학비를 포함하여 학습에 소요되는 제반 비용을 국가(국가가 지정한 금융기관)가 학생을 대신하여 학업기간 동안 전면적인 '무이자 대출'을 하게 된다. 학생들은 대학 또는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취업을 하여 실제로 '소득'이 발생한 시점부터 5년~10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원금을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이러한 등록금 완전후불제에 대해서 혹시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도'(ICL 제도)와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완전히 다른 제도이다. 어떻게 다를까?
현재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도'는 학생들에게 대출을 함에 있어서 시중금리 5.7%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게다가 복리로 계산되고 있기에 학생들은 처음으로 사회진출을 할 때, '신용불량자'로 출발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도'는 군 복무기간에도, 미취업기간에도 이자를 받고 있다. 바로 이러한 특징 때문에 영화배우 김여진씨가 정확히 지적했던 것처럼 어찌 보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채놀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하여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는 전체 대학생 300여만 명 중에서 고작 10만 명(3.3%)의 학생들만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등록금 완전후불제는 학생들의 이자 부담을 국가가 책임진다. 군복무기간이나 미취업기간 또는 일정 소득 미만의 취업기간에도 상환이 잠정 중단된다. 최종적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도 지불 능력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채무상환 의무에서 면제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이러한 등록금 완전후불제를 시행하기 위해서 소요되는 예산은 후불제를 이용하는 대상자를 전체 대학생의 80%로 가정할 경우, 연간 9.2조 원이다. 시행되는 초기의 몇 년 동안은 상환되지 않고 계속해서 나가야 하므로 필요재원(기금)의 규모는 더 늘어나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돈은 융자되는 것이기 때문에 5년~10년 이후에는 다시 회수된다.
이미 우리나라는 부실은행 살리기와 기업의 파산이 가져올 피해를 막기 위해 공적 자금을 150조 원 이상 투입한 경험이 있다. 이들 공적자금 중 회수 불능 채권이 50조 원이 넘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거의 부실 채권화 할 우려가 없는 등록금 완전후불제를 위한 융자에 공적 자금을 투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연기금 또는 민간은행 활용도 가능). 실제로 민간은행을 통해 학자금 융자를 실시하는 미국의 경우, 여러 대출 상품 중에서 학자금 융자가(이자 연체나 상환불능으로 손금 처리되는) '부실채권 발생률'이 가장 적은 종목으로 분류된다. 그렇기에 초기 학자금 융자를 위한 자금 마련 방안만 마련하면, 정부의 재정 안정성은 침해하지 않게 된다.
정부가 실제로 부담하게 되는 비용은 학생들의 부담을 대신하게 되는 '이자 비용'이다. 이자 부담은 대학생들이 졸업 후 원금을 상환할 때까지 계속 지급해야 하므로 누적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 등록금 융자의 이자 부담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은 고등교육이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도 타당하고, 고등교육의 최종 수혜자가 대학생 당사자뿐만 아니라 국가가 된다는 측면에서 수익자 부담 원칙에도 맞는 것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재정은 세금 수입의 증대로 마련해야 하는 바, 우리가 적용한 보편주의 원칙은 누진적 세수 확대를 용이하게 할 것이므로 보편주의 원칙에 입각한 등록금 완전후불제는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수용성도 매우 높다 하겠다.
83%의 대학진학률은 '생존에 대한 공포율'
▲ 1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조건없는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국민촛불대회'에서 한 이화여대 학생이 "반값도 비싸지만 우선은 반값"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혹자는 왜 정부가 등록금을 전액 지원해주면 안 되냐고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정부가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배제할 필요는 없으며, 그러한 대안을 놓고 더 많은 사회적 논의를 해볼 필요도 있겠으나, 우리는 우리의 방안이 훨씬 더 우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등록금 무상 정책은 당장의 과제로 실현될 수도 없다.
우리가 단기간에 아무리 조세수입을 늘린다 하더라도 민생의 5대 불안을 해소하고 역동적인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경제와 복지의 다양한 분야에 개입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모두 충당하기는 버거울 전망이다. 보편주의 원칙을 적용하되, 민생 불안의 모든 분야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우선순위와 재정투입의 강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대한민국의 대학 진학률 83%에 대한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83%의 대학진학률은 결국 '생존에 대한 공포율'이다. 대학가지 못하면 사람대접 받지 못하는 나라, 보통의 직장에 취업해서는 일상적 고용 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나라, 일자리-보육-교육-의료-노후-주거 분야 모두에 걸쳐 취약한 복지 시스템으로 인해서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보이는 나라, 세계 최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세계적으로 높은 대학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를 구현하고 있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에서 대학진학률은 40-50%대이다. 그런데 등록금 천만 원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은 대학진학률이 80%를 넘는다. 이것은 한국사회가 그만큼 '생존과 경쟁에 대한 공포'가 강력하고, 신자유주의 시장만능사회라는 것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장기적으로 대학진학률을 정상화시키는 방안을 추구해야 한다.
그를 위해 가장 중요한 실천적 과제는 누구나 생존의 불안을 떨쳐내고 안정적이면서도 역동적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바로 경제체제의 양극화를 극복하고, 일자리-보육교육-노후-의료-주거 등에서 높은 수준의 보편적 복지정책을 구현하는 것이다.
등록금 완전후불제는 사학재단의 지배구조 민주화와 병행되어야
등록금 완전후불제는 대학 사학재단의 지배구조 민주화와 병행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등록금 완전후불제는 대학교육의 정상화라는 관점에서 실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교육의 질을 높여야 하고, 부실 사학을 인수하여 국공립대 비율을 점진적으로 높여야 하고, 사립대학에 대한 국가의 조건부 지원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국가의 통제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학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국가의 지원과 연동하여 사학재단에 대한 공익이사의 비율을 늘리는 등 학교 운영에 대한 학부모-학생-지방자치단체-국가의 민주적 참여를 높이는 것을 통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현재의 등록금 수준이 적정한지에 대해 국민들의 불신이 팽배하다. 등록금 완전후불제든 장학금 지원정책이든 간에 지금의 높은 대학 등록금을 그대로 보전해주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만큼 대학의 경영이 투명하지 못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네 대학 등록금에는 엄청난 규모의 거품이 끼어있다는 것이 우리 국민의 생각이다. 특히, 사립대학 운영의 투명화는 감사원에서 감사인력 200명을 동원하여 대학 감사를 실시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실질적으로 대학에 대한 국가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대폭 늘리고, 국가의 재정 지원이 늘어나는 것보다 더 큰 규모로 대학 등록금을 인하하도록, 즉 등록금 거품을 완전히 빼도록 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연간 2.4조 원 수준에 불과한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필요하며, 국가의 지원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이 주장하는 무조건적인 퍼주기 방식의 지원이 아니라, 대학 이사회에 공익 이사를 참여시키거나 사립대학에 대한 국가의 지분을 확대하는 방식의 '조건부 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투명화를 거부하고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는 대학은 도서관 등 교육시설의 확충, 연구개발, 교수 인력의 충원 등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고 상대적으로 등록금 부담도 높을 것이므로 점차 교육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아 퇴출되는 구조가 형성될 것이다. 또, 운영이 부실한 사립대학들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인수해서 국공립대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재 80%에 달하는 사립대학 비율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교육의 공공성을 제고해야 한다.
등록금 인하와 등록금 완전후불제 쟁취로 '등록금 부담 제로 시대' 열어야
▲ '조건없는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국민촛불대회'가 열릴 예정인 1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 김진표 원내대표, 민주노동당 권영길 원내대표, 국민참여당 이재정 전 대표를 비롯한 야당 정치인들이 정당연설회를 개최한 뒤 반값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2010년 지방선거 때 민주당은 한나라당에게 '선별적 복지'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런데 현재 민주당의 등록금 대책은 한나라당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애초 반값 등록금 방안은 3조 원에 육박하는 예산 규모를 책정했음에도 수혜 대상자는 50%에 불과하고, 실제 전체 등록금을 기준으로 할 때 약 25% 정도의 부담만 해소하는 방안이다. 이후, 민주당이 중산층까지를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로 방향을 잡았지만, 결정적으로는 '선별주의' 원리로 인해 허약하기 짝이 없으며, 정치적 성공 가능성뿐만 아니라 제도의 지속가능성도 현저히 낮고, 국민적 지지기반이 취약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의 '반값 등록금' 정책은 간명하다. 대학에 대한 정부재정의 획기적 투입(년 2조 내지 3조 원을 추가 투입)을 통해 우리나라 대학들에 대한 공적 개입을 강화함으로써 대학들이 스스로 등록금 수준을 지금 보다 20-30% 정도 인하하도록 강제하고(지금 우리나라의 등록금이 세계적으로 비싼 데 비해 대학교육의 질은 높지 않으므로 우리나라의 대학 등록금에는 거품이 많이 끼어 있는 셈인데, 이는 정부와 대학들 모두 대학교육에 대한 재정 지원과 투자에 인색하였기 때문임), 이렇게 인하된 대학 등록금 전액과 저소득층 학생들의 생활비에 대해 등록금 완전후불제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대학에 가서 공부하길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공부할 당시에는 아무런 경제적 제약 없이 마음껏 공부할 기회를 누리게 된다(접근의 형평성). 보편주의 원칙이 관철되는 것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재원(매년 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 투입분과 등록금 완전후불제 이자에 대한 재정 부담)은 우리 국민 모두가 보편주의 원리에 따라 사회 연대적이고 누진적으로 부담한 세금으로 충당된다. 등록금 완전후불제의 수혜를 입은 대학생 당사자들은 지원받은 등록금 원금에 대해서는 졸업 후 10년에 걸쳐 소득이 발생할 때마다 일정 금액씩 상환함으로써 '수익자 부담원칙'을 지게 된다. 이는 대학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해당 제도의 지속가능성 등을 따져 볼 때, 매우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 하겠다.
또, 이러한 정책 패키지는 초기에는 최대 약 3조 원 정도의 정부 재정(대학에 대한 직접 지원에 소요되는 정부 재정)만으로도 충분하므로, 제도 도입이 매우 용이한 장점이 있다. 이에 더해, 이러한 정책은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학업기간과 미취업기간에 '등록금 부담'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장점이 있고, 대학생이나 대학생 자녀를 둔 개별 가계에서 그동안 직접 부담하던 11.5조 원이 가처분 소득으로 전환되어 우리나라의 서민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게 된다. 대학생들이 더 이상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뺏기지 않고, 마음껏 공부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작년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개되었던 무상급식 논쟁이 보편주의 복지국가 담론이 부상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면, 이번에 우리가 주장하는 정부의 재정적 개입을 통한 등록금 거품빼기와 등록금 완전후불제의 전면적 실시는 우리나라가 '보편주의 복지국가'로 갈 수 있는 강력한 자신감을 제공할 것이며, 복지국가 건설의 훌륭한 이정표로 남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