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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들을 바라보며 살아가고 싶은데...

[포토에세이] 비이슬과 앵두

등록|2011.06.13 13:42 수정|2011.06.13 13:42

비이슬잔디이파리에 비이슬이 맺혔다. 장마철이 시작되었다고 하더니만, 그래도 곱게 비가 내려주었다. ⓒ 김민수



장마철이 시작되었다고 하더니만 출근길이 젖어있다. 저마다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이 귀찮았는지, 도로는 출근차량으로 가득차 있다.

라디오를 틀고 뉴스를 듣는다. 새로운 소식들이 아니라 해로운 소식들인가 싶을 정도로 마음을 맑게 하는 뉴스는 없다. 세상 소식을 듣는 순간, 짜증부터 밀려오는 것은 이 세상이 주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뜰에는 지난 봄부터 심혈을 기울여 다듬었던 잔디에 송글송글 비이슬이 맺혔다.

비이슬잔디이파리의 작은 솜털에 송글송글 맺힌 비이슬, 그 작은 이슬방울들은 이 세상의 어떤 보석보다도 아름답다. ⓒ 김민수




조금은 마음이 맑아진다. 이렇게 맑은 것들을 바라보면서 마음도 씻고, 감격도 하며 살아가고 싶은데…. 내 마음이 문제인지, 아니면 세상인 문제인지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곳에 빼앗기고 산다.

사립대총장들이 모여 10% 정도는 인하할 수 있다고 했다던가? 그것도 정부가 지원해 주는 조건으로. 아예, 협박을 하지. 등록금과 국가보조금으로 살이 찔대로 쪄서는 자기들이 그동안 축적해 놓은 것들은 단 한 푼도 내놓을 생각없이, 또다시 국민의 주머니로 마치 선행을 하듯 하겠다는 심보. 사립대 총장들 모두 찬성했다니, 자기들이 먼저 살을 깎아내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단다.

잔디의 꽃잔디의 꽃이 쑥쑥 올라온다. 가만 들여다보니 잔디꽃도 예쁘다. ⓒ 김민수




그네들은 그렇게 살라고 하고, 이렇게 작은 잔디꽃이 씨가 되고, 떨어져 다시 싹을 내고 촘촘한 잔디밭을 만들어가듯, 그렇게 교육이라는 판을 다시 짜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 봄, 몇 년 동안 방치된 잔디밭이 너무 흉해서 본래의 잔디밭을 싹 밀어내고 잔디를 사다 심었더니만 죽죽 뻗어가면서 꽃을 피운다. 잔디의 새순과 꽃이 이렇게 예쁜 줄 예전에 미처 몰랐었다. 잔디가 뻗을수록 잡초가 발디딜 틈 없어진다. 그리고, 이내 사라진다. 그러나, 잡초가 기승인 곳에서는 잔디가 맥을 못춘다. 사람살이도 그렇겠지.

그 잡초같은 것들, 발 붙이지 못하게 하려면 끊임없이 잡초를 뽑아내듯 해야겠지.

앵두붉은 앵두, 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인다. 맛은? 새콤달콤 맛나다. ⓒ 김민수




앵두가 잘 익었다. 욕심많은 누군가의 눈에 뜨이면 내일 아침엔 볼 수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아직은 건재하다. 붉게 익은 앵두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지금도 있을까? 앵두가 열릴 즈음이면 종이컵에 빨간 앵두를 담아 팔던 노점상들이 있었는데, 요즘에도 있을까?

앵두한 입에 툭 털어넣으면 온 몸이 새콤달콤한 맛으로 가득찬다. ⓒ 김민수




한 입에 털어먹어야 맛이라고 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앵두, 오디, 호박씨, 해바라기씨, 이렇게 작은 것들은 한 입에 털어넣고 우물거려야 제맛이다.

여나무개를 따서 한 입에 집어넣었더니만 입이 미어터질 지경이다. 씨앗을 하나 둘 뱉어내면서 앵두의 과즙을 몸을 모신다. 그 상큼함.

이 세상과도 호흡을 할때,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의 현실은 너무도 퍽퍽하다. 퍽퍽한 현실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각을 세우고 살아간다. 친구로 살아갈 수 있던 것들까지도 원수처럼 살아간다. 누가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이런 것들 바라보면서, 마음 편하고 맑게 살아가고 싶은데, 세상은 그걸 허락하지 않는 듯하다. 이런 세상에서도 아무 문제 없다는 듯이 맑게 살아가는 이들이 얄미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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