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쪼록 용기 잃지 말라'는 말, 듣기 싫습니다"
11일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울산시민 한마당' 풍경
▲ 경비 임금 월 90만원 풍자 마당극경비,청소는 모두 용역으로 비정규직 신세들. ⓒ 변창기
지난 6월 11일 토요일 오후 5시 울산대공원 동문 입구에서는 집회가 하나 열렸습니다. 아는 형님이 같이 가서 할 게 있다고 해서 가보게 되었습니다. 공식 대회명이 있었습니다. '6·11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울산시민 한마당' 그것이었습니다.
▲ 시민들 희망적기희망종이적기 후 다육이 화분 하나씩 받아 갔어요. ⓒ 변창기
▲ 다육이 화분 챙기기다육이 화분을 거름 흙에 심어 갔어요. ⓒ 변창기
저는 화분 나누어주는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종이로 된 나뭇잎에다 최저임금에 대한 희망사항이나 자신의 희망사항을 적어 붙이면 다육이 식물 화분 하나를 주는 행사였습니다. 300백여 개 준비한 거 같은데 가족 나들이 온 사람들이 가족 수 대로 적으니 순식간에 동이 나버렸습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열린마당엔 나들이 나온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습니다. 5시부터 울산시민한마당 본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정당, 시민단체에서 함께한 듯 여러 부류의 옷을 입은 분들이 보였습니다. 한 몸짓패가 나와서 함께하는 율동을 선보였고 곧 민중의례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습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서 나와 타임오프 관련 이야기를 했고 대학생들이 나와 '반값등록금'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마당극도 하고 여러 노래 모임이 나와 노래도 했습니다. 마당극은 현실문제를 풍자하는 것으로 엮었습니다. 요즘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반값등록금 문제와 최저임금제에 대해 정치 풍자를 한 내용이었습니다.
▲ 반값등록금 실시하라!대학생들이 등록금이 비싸 학교를 자퇴해야 하는 시대 ⓒ 변창기
저는 마지막에 나온 나이든 분들을 관심 있게 보았습니다. 대학교에서 청소 일을 하시는 어르신들이 나와서 풍자 노래를 했습니다. 태진아씨가 부른 <사랑은 아무나 하나>의 가사를 바꿔 불렀습니다.
청소는 아무나 하나/ 유령취급 하지 말아라/ 바닥을 빛내고 세상을 빛내는
우리들은 노동자다/ 최저임금에 무시멸시해도/ 우리 손이 필요해/ 청소는 아무나 하나
생활임금 쟁취합시다!
노조는 아무나 하나/ 용기라도 있어야지/ 고용의 불안도 해고의 아픔도
노동조합 함께해왔지/ 우리 투쟁에 함께해주던/ 연대동지 있기에/ 노조는 우리가 한다
함께 가자 비정규 철폐!
나이가 60이 넘은 어르신들이 무대에 올라 부르는 그 노래를 들으니 가슴 한 켠이 찡하더군요. 눈물이 났습니다. 늙으신 어머니가 생각 났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이리저리 품팔이 다니면서 청소 일을 하고 있습니다.
▲ 대학교 청소 노동자어르신들이 나와 진행 했을 때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 변창기
어르신들은 빗자루와 쓰레받기에 글을 써붙여 두었습니다. 한 할머니가 나오셔서 거기 적힌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여기 쓰인 글이 보이세요? 노랑색엔 듣기 좋은 이야기를 썼고 분홍색엔 듣기 싫은 이야기를 썼어요. 보이세요? 학생이나 교수님이나 지나가면서 큰 소리로 반겨줄 때, '깨끗한데요'라고 했을 때, '어머니 수고하십니다' 하고 인사할 때, '쉬엄쉬엄 하세요'라는 말 들을 때, '다른 곳보다 더 청결하네요'라는 말 들을 때 우린 기분 좋습니다. 그리고 인사 잘하는 학생들 보면 이쁩니다.
우리도 사람인지라 청소하다 보면 듣기 싫은 이야기도 있어요. 청소 하는 거 보면서 쓰레기 버리는 사람, 인사도 없이 쌀쌀맞게 왔다 가버리는 사람, '아무쪼록 용기 잃지 말라'는 말도 듣기 싫은 말 중 하나입니다. 깔보는 눈빛이나 업신여기는 듯한 말투, 그런 말들은 듣기 거북스럽습니다.
8시간 기준으로 근무할 때 혼자 생활할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우리 청소 노동자 중에는 그렇게 혼자 살아가는 분도 있습니다. 4대 보험 떼고 나면 86만 원 정도 됩니다. 86만 원으로 한달 살 수 있나요? 노동부 장관 그 사람에게 최저임금 적용해서 월급 줘야 합니다. 그것 가지고 한 달 살아 보라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대학교가 문제입니다. 옛날 쥐는 곡식을 먹었는데 요즘 쥐는 돈을 갉아 먹는 거 같습니다."
▲ 기쁠때 기분 나쁠 대노랑색은 기분 좋을 때, 분홍색은 기분 나쁠 때. ⓒ 변창기
그날 집회에 나온 사람들 대부분 비정규직입디다. 정규직 노조에서는 간부만 몇몇 눈에 보이는 정도였습니다. 현대차 노조원만도 4만5천 명이라 합니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300여 명 정도 되더군요. 그래 가지고 최저임금 4320원에서 5410원으로 올릴 수 있겠나요?
무대에 걸린 대형 현수막엔 이런 문구도 있더군요.
MB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라!
울산 한 곳에서 300여 명이 모여 낸 최저임금 현실화 목소리가 5천만 국민의 대표권자의 귀에 들리기나 할까요?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