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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죽이려 했던 세력과도 손잡는데 하물며"

[현장] 진보개혁정치세력의 진로, '통합의 길'이냐 '연대의 길'이냐

등록|2011.06.14 09:27 수정|2011.06.14 09:29

▲ 진보개혁모임 이목희 기획위원장이 13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진보개혁 정치세력의 진로, 통합의 길, 연대의 길'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DJP연합, 노-정 단일화. 생각해보면 민주진보진영은 자신을 죽이려 했던 세력과도 손잡고 정권교체를 이뤘다. 불과 10년 만에 87년 6월항쟁을 함께 이룬 '한 뿌리'가 손만 잡으면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걸 못해낸다면 민주진보진영은 결국 국민적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자기를 버리고 어떻게 결단할 것인가 생각해야 한다."

김기식 시민정치행동 '내가 꿈꾸는 나라' 공동준비위원장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진보개혁정치세력의 진로' 토론에서 2012년 민주진보진영의 집권전략을 강조했다. 보수와도 손잡고 집권하려 했던 세력이 같은 뿌리나 다름없는 진보진영과 손잡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역설했다. 그만큼 내년 총선과 대선은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선거임을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민주당 진보개혁모임이 주최한 '통합의 길, 연대의 길' 토론에서 가장 많이 쏟아져 나온 얘기는 '야권통합'이었다.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 그 방법론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김기식의 '한뿌리론'과 노회찬의 '선거연합당'론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는 지난 3월 '가설정당론'을 제기한 데 이어 이번에는 '선거연합당'을 들고 나왔다. 가설정당보다는 세련된 개념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선거연합당이 당면한 현실에서 가장 선택이 용이한 안이라고 강조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는 "기존의 정당들이 백년해로를 목표로 통폐합하는 것은 자율적으로 놔두되 전체 야권의 운명과 관련해서는 내년 양대 선거 승리를 위해 선거연합당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각 정당의 선의는 인정되나 어떻게 245석을 모두 조정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각 당이 공동으로 국민참여경선을 하되 이 경선은 본질적으로 선거연합당 안에서 치러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선관위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선거연합당 소속으로 출마한다면 누구도 그 선거연합당의 대의에 토 달기 힘들 것"이라고 제안했다.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문성근 대표는 "노회찬 전 대표께서는 생활비 아끼려고 동거는 할 수 있지만 결혼까지는 어렵지 않느냐 얘기했는데 우리가 말하는 통합정당은 한 지붕 아래 다섯 가족이 각방을 쓰며 함께 살자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문성근의 한 지붕 다섯 가족론이다.

또한 이날 이목희 진보개혁모임 기획위원장은 "진보개혁정치세력 통합을 위한 원탁회의 구성을 제안"하면서 "야4당과 주요 시민단체들이 주체가 돼서 최단 시일 내 이 논의를 시작해 10월 말 이내 종결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지난 시기 백만민란 등에서 꾸준히 제기해왔던 정파등록제와 준교섭단체제도와 같은 방법론을 도입해 운영하는 방안도 민주당이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참여당, 야권통합보다 진보통합정당에 무게중심

이 같은 제안에 노회찬 전 대표와 문성근 대표, 김기식 위원장은 긍정적 입장을 밝힌 반면, 문태룡 국민참여당 최고위원은 난색을 표했다. 문태룡 최고위원은 "참여당 내부에는 열린우리당 출신 당원들이 많다"며 "그들에게는 아직도 그때의 상처와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대중적 진보통합정당 건설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라는 참여당 내부의 견해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추진 중인 진보통합정당 과제와 야권통합 의제를 잘못 뒤섞었을 때 진보통합정당 건설이라는 사업이 지연되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민주당 안에서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된다면 참여당은 어떤 내용에 대해서도 개방적 태도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거정부를 구상한다면 동거정당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원탁회의에 대해 개방적 태도를 취하겠지만 우선 진보통합정당 건설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성근 대표는 "야권통합에 동의하는 제정파와 시민사회가 모이는 실무협의체를 구성 중"이라며 "원탁회의가 잘 진행되면 적절한 시점에 통합신당추진기구도 필요할 것이므로 제정당과 제정파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일정정도 수준에서는 개문발차 형식으로라도 추진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타진했다.

노회찬 전 대표는 "10월까지 통합정당에 대한 논의를 매듭지어야 의미있는 합의가 추진될 수 있다는데 적극 찬성한다"며 "야권통합 논의에 참여하는 정당과 사회단체간 이견이 없다는 것만 확인한 6개월이었다"고 자성을 촉구했다.

유인태의 독설 "민노당-참여당 통합하면 민주당 넘는다? 착각말라"

이날 토론에서 김기식 위원장은 한국정치가 변화하고 있다는 시대정신에도 정치권이 착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정부에 대한 전 국민적 비토는 그동안 한국의 보수를 지탱해왔던 개발성장주의, IMF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기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바탕을 둔 국민적 심판기조가 상당히 밀접히 연관돼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는 "연합정치가 상당히 진보적 의제를 다룰 수밖에 없는 객관적 조건이 형성돼 있다"며 "연합정치는 민주진보진영의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못 박았다. 야권이 힘을 합쳐 내년 총-대선에서 단일구도를 만들라는 건 국민적 요구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은 "그 어떤 정치공학도 민심을 이긴 적이 없고 성공한 예가 없다"며 "민주진보진영이 통 크게 접근할 때 통합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특히 그는 "야권 내 다수파인 민주당은 노선적 문제에 대해 보다 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한-EU FTA 비준안 처리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는 통합은 고사하고 선거연합 수준의 연합정치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노동과 생태, 통상문제에 대한 보다 더 진보적 대안을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객석에 앉았다가 짧은 발언기회를 얻은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도 "2012년이라는 역사적 정세는 격동과 격변이 예고되는 시기"라며 "IMF체제 이후 한국 사회에 있었던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이든 격화된 양극화 사회질서든 다종다기한 사회경제적 모순들이 표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또 "격동과 격변이 예고되는 시점에서 국민들의 가슴 속에 있는 변화의 요구는 태풍과 같은 것"이라며 "민주개혁세력이 그 태풍에 불을 붙일 수 있다면 그것은 단지 이명박정부 심판에 앞서 2013년 이후 한국 사회를 적어도 20~30년 이후까지 끌어갈 수 있는 새로운 정치주체와 사회주체를 만드는 것과도 직결돼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유인태 민주당 의원도 발언기회를 얻어 "우리가 다르면서도 작은 차이를 넘어 연대하려는 것은 소선구제라는 선거제도때문"이라며 "한나라당이 절대 기득권을 내놓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것은 고육책으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입을 뗐다.

이어 유 의원은 국민참여당을 겨냥했다. 그는 "국민참여당과 민노당이 통합되면 그 시너지 효과로 민주당 지지율을 상승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지금 양당간 통합을 추진하는 모양인데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도와주는 후보단일화가 될까봐 걱정"이라며 "양당이 245개 지역구 가운데 민주당으로부터 어디어디 지역을 빼앗아오면 그 지역을 먹을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시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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