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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식약청, 33년만에 선스크린 로션에 대한 규정 발표

SPF 15 미만 제품에는 '피부암이나 노화방지 돕지 않는다' 경고 문구 삽입해야

등록|2011.06.15 11:05 수정|2011.06.15 11:35

▲ 14일, 선스크린에 대한 새로운 표기법을 알려주는 미 식약청의 웹사이트 ⓒ


14일(현지시각) 미 식약청(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은 33년 만에 처음으로 선스크린 로션(또는 크림)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미 식약청은 지난 1978년 선스크린에 대한 일련의 규정을 정할 것이라 한 후, 1999년에 가서야 그 내용을 발표한 바 있지만, UVA와 UVB로 모두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껏 공식적인 입장 정리를 미뤄왔다.

이번에 새로운 규정은 향후 1년 내에 그 효력이 발생하게 될 것이며, 연간 판매율이 2만5천달러 미만인 제조사의 경우는 2년간의 유예기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미 식약청은 밝혔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광범위한 약효(broad spectrum)"라는 문구를 제품에 써넣고 싶으면 해당 선스크린 제품은 UVA와 UVB 모두로부터 똑같이 피부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UVA 광선은 주름살을, UVB 광선은 화상을 야기시키는 것으로 알려져있고, 이 둘 모두 피부암을 일으킬 수 있다.

지금껏 미 식약청은 UVB에 대한 보호 여부만을 선스크린의 조건사항으로 제시해왔다. 그리고 SPF(Sun protection factor: 태양 보호지수)도 UVB에 대한 효과만을 갖고 그 수치를 매겨왔었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제정된 규정에 따르면 이제 주름살 및 피부암을 일으킬 수 있는 UVA에 대한 보호여부도 선스크린 제품이 되는데 중요한 조건이 되도록 했다. 따라서 미 식약청은 UVA에 대한 보호 여부를 알 수 있도록 표준화된 테스팅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식약청은 또한 SPF가 15 이상인 제품으로 "광범위한 약효"의 조건을 갖춘 선스크린 제품에 한해서만 제조사는 "피부암의 위험을 줄이고 피부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도록 했다.

식약청은 또 선스크린 사용자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는 약어 및 숫자, 또는 기타 상징 기호 등의 사용을 없애도록 했고, 그간 UVA 에 대한 보호 제품임을 알리기 위해 선스크린 제조업에서 사용해왔던 "별 4개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없애도록 했다.

가령, 기존에는 선스크린의 SPF 수치가 UVB에 대한 효과만을 나타냈고, UVA에 대한 보호는 별 1개에서 4개까지를 매김으로써 그 표시를 해왔다. 미 식약청은 이 같은 표시 방법 때문에 그간 3천 여건에 달하는 불만을 제보받았다고 전했다.

따라서 선스크린 제조자는 이제 UVA와 UVB 둘 모두 피부를 보호할 수 없고, SPF가 15 미만인 선스크린 제품에는, "이 제품은 햇볕으로 인한 화상을 막는데 도움을 줄 뿐, 피부 암이나 피부 노화 방지를 돕지는 않는다"는 경고 문구를 삽입해야 한다.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 식약청 내 드럭 센터의 자넷 우드칵 소장은 "소비자들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우리는 생각한다"며 "이제 소비자들은 SPF 지수를 고른 후 '광범위한 약효'가 있는 제품인지를 확인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선스크린 제조자는 이제 선스크린 제품이 '방수' 또는 '땀에 지워지지 않는다'고 선전할 수 없게 됐다. 대신 표준 시험 결과에 따라 방수 효력이 얼마나 오래 발휘될 수 있는지를 제품에 표시할 수 있다. 이는 미 식약청이 "(선스크린의) 효과를 과장한다"는 이유 때문에 만든 새로운 규정이라고 한다.

그간 혼동이 많았던 SPF 수치에 대해서도, 미 식약청은 SPF가 15 이상인 제품에 대해서만 피부암을 줄일 수 있다는 문구를 달 수 있도록 허락했다. 이와 별도로 SPF의 최대 수치를 50까지만 허용할지에 대한 문제를 고려 중이라고 미 식약청은 밝혔다. 이는 SPF가 50을 초과한다 해도 그 효과가 SPF 50인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는 그간의 임상경험에 따른 것이다.

참고로 SPF 수치는 선스크린을 바른 피부와 그렇지 않은 피부를 비교했을 때, 피부가 화상을 입는데 필요한 태양 광선의 노출 정도를 나타낸다. 가령 SPF 30의 선스크린을 바른 피부는 그렇지 않은 피부보다 태양 광선으로 화상을 입는데 30배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존스 홉킨스 대학의 피부과 교수로 피부암 재단의 광생물학 위원회 의장이기도 한 워릭 모리슨 박사는 <뉴욕 타임스>에 미 식약청이 SPF  50을 초과한 제품을 금지하지 못한 것에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SPF 50을 초과한 제품이 태양 광선으로부터 어떤 의미있는 보호 효과를 더하는 것도 없으면서 피부에 트러블을 더 잘 일으키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미국의 일부 선스크린 제조업자들은 SPF 100 이상의 제품도 선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의 많은 피부과 전문의들은 이번 미 식약청의 결정을 매우 반기는 분위기다. 헨리 림 <전미 피부과 학회>의 대변인은, "이제 우리는 어떤 선스크린을 구하라고 환자들에게 얘기해 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미 식약청은 선스크린에 대한 새로운 규정의 발표와 더불어 선스크린에 사용되는 미세한 입자의 재료가 야기할 수 있는 일부 소비자들의 우려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간 일부 소비자들과 환경 단체들은 몇몇 선스크린에 사용되는 재료의 입자가 너무나 미세하여 인체 내부로 흡수될 수 있다고 우려해왔지만, 우드칵 소장은 미 식약청의 자체 조사 결과, 미세한 입자 형태로 선스크린에 포함되는 산화 아연(zinc oxide)와 2산화 티탄(titanium dioxide)등의 재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입자가 인체로 흡수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면서 "만약 어떠한 주요 성분이 식약청의 약품 안전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우리는 즉각 이 사실을 공개하고 해당 제품을 수거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스프레이 형태로 사용되는 선스크린 제품이 UVA와 UVB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만큼 충분한 양이 분사되는지 여부와 호흡기를 통해 들여마셔질 경우 야기될 위험성에 대해 미 식약청은 연구할 계획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용이 쉬운 탓에 아이들에게 많이 사용되는 스프레이 형태의 선스크린 제품에 대해 우드칵 소장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선스크린 스프레이를 뿌릴 때 아이들에게 잠시 숨을 참으라고 주의를 주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미 미국 인구의 노령화와 피부암에 대한 미국인들의 높은 경각심 때문에 선스크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이번의 새로운 규정으로 약 6억8천만 달러 규모의 미국 선스크린 시장은 큰 변화를 맞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Merck & Co사의 Copperstone 제품들과 존슨 앤 존슨 사에서 제조하는 뉴트로지나 선블록 크림들은 이미 "광범위한 약효의 UVA 및 UVB 보호"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의 대부분의 피부과 전문의는 SPF 30 이상의 "광범위한 약효" 및 방수효과가 있는 선스크린을 권장하며, 외출시에는 2시간에 한 번씩 덧발라주도록 권고하고 있다.

미 국립 암센터에 따르면, 매년 2백만 명 이상의 미국인이 피부암 치료를 받고, 작년에만 약  6만8130명이 피부암의 가장 위험한 형태인 흑색종을 진단받았으며, 이 때문에 8700여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질병을 치료하는데 매년 20억 달러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스크린의 사용으로 피부암의 가장 흔한 형태 중 하나인 기저 세포암을 예방하지는 못했지만 재발을 지연시켰으며, 피부암의 또 다른 흔한 형태인 편평상피세포암과 흑색종은 예방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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