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느긋하게 대처할 문제 아니다"
[스팟인터뷰- 한나라당 대표 후보②] 남경필 의원
▲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4선의 '소장파 중진' 남경필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직에 도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장관들, 한나라당 중진들이 '등록금 대책은 서두를 문제가 아니다. 차분히 마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 대해 각을 분명히 세운 것이다.
정계 입문 뒤 줄기차게 정치개혁, 보수 혁신을 외쳐온 남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선 민생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당장 16일 등록금 문제를 포함한 교육문제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는 것을 시작으로, 일자리 문제, 중산층·자영업자 회생 대책, 물가 대책,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도심 군사공항 재조정 등 차례차례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남 의원은 특히 같은 당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대해 "또 다른 갈등을 막기 위해 주민투표제를 철회하고 정치적 타협을 이뤄야 한다"며 중재역을 자임했다. 한나라당 내에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반대가 많고 남 의원 자신도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이 문제를 주민투표로 해결하는 것은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양측이 타협해 주민투표를 철회해야 한다는 게 남 의원의 설명이다.
"특정 사람이나 세력과 연대할 생각 없다"
현재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 의원은 "한-EU FTA를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믿지 않고 그것이 가능할까 의심했다"며 "하지만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서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던 한-EU FTA를 무사히 처리했다"고 자신의 정치력과 '실적'을 강조했다.
남 의원은 "나는 전당대회에서 특정한 사람이나 세력과 연대할 생각이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 내놓을 정책에 동의하는 분들과 함께 당 쇄신을 이루겠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박 전 대표와의 연대, 쇄신파의 지원이 결과적으로 따라올 수 있겠지만, 나는 특정 세력과의 연대로 가선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계파나 세력 간의 연대와 제휴보다는 구체적인 정책으로 선택받겠다는 남 의원의 전략이다. 남 의원은 "나는 그동안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이런 (한나라당의 변화에 대한) 얘기들을 계속해왔고, 친이-친박 갈등에서 한 발짝 멀리 있었고, 한나라당이 이렇게 저렇게 바뀌어야한다고 얘기해왔던 그 진정성과 구체적인 정책을 갖고 국민에게 호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지도부는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지도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의원은 33세이던 지난 1998년 부친 고 남평우 신한국당 의원의 별세로 열리게 된 보궐선거에서 당선, 부친의 지역구를 계승한 뒤 18대 총선까지 내리 4선을 기록하고 있다.
다음은 출마선언 직후 남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용기 있는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등록금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2012년부터 시행에 들어가서 10년간 시행할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겠다. 들어가는 예산과 방법까지 한꺼번에 제시하겠다. 고등학교, 대학, 평생교육까지 포함해서 책임교육을 하겠다는 것으로 이에 대한 대책을 내일 내놓을 것이다. 교육문제뿐 아니라 일자리 문제, 청년실업 문제 너무 심각하다. 대책 없이 직장에서 구조조정 당하는 문제, 사회적 일자리 통해 몰락하는 중산층과 자영업자들을 회생시키는 문제, 물가 잡는 문제 내놓겠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문제 골목상권 살릴 수 있는 대책, 전국적으로 1000만 명의 주민들이 고통 받는 도심 내 15개 군사공항 재조정을 통한 주민피해 재산권 피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차근차근해 제시해 나가겠다. 당의 개혁, 정치권 개혁, 부패 청산, 권력층의 제도적인 기득권이 계속되지 않도록 하는 문제도 제기할 것이다."
- 사법개혁, 특히 대안 마련을 전제로 중수부 폐지를 주장해왔는데, 당 대표가 되면 사개특위에서 좌초한 사법개혁 쟁점들을 다시 끄집어낼 생각인지.
"정치개혁 문제, 사법개혁 문제 이런 것은 민생 문제를 먼저 얘기하고 차차 뒤에 가서 얘기하겠다. 그러나 분명히 포함할 것이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작한 무상급식 주민투표 문제를 신임 당 대표의 우선 해결과제로 제시한 것은 의외다.
"갈등을 해결하는 정치를 해야 하는데 이 문제가 갈등국면으로 가고 있다. 8월 전에는 해결해야 하는데, 무상급식을 민주당식으로 하는 것에 대해선 많은 분들이 반대하고 있었고, 저도 전면적 실시에 대해선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다만 이 문제를 주민투표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오세훈 시장의 뜻과 의지는 잘 알고 있지만 정치권이 나서서 양쪽을 설득하고 타협안을 만들어 갈등을 없애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이 일은 당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내 많은 의원님도 이 부분의 필요성을 느끼시지만 말씀을 못하고 계셨다. 당 대표가 되면 이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용기 있는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황우여 원내대표 체제에 대한 평가는.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할 일들이 잘 될 수 있도록 당과 정부와 청와대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의견을 모으는데 좀 소홀했다면 앞으로 그런 부분을 강화해야 한다. 당 대표가 되면 황우여 원내대표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현실화되도록 지도력을 갖고 뒷받침하겠다. 현재 반값 등록금 문제를 포함해서 교육개혁 문제는 내일 아주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하겠다."
-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된다고 가정하면, 당 대표가 박 전 대표에게 손발을 맞춰야 할 텐데.
"나는 전당대회에서 특정한 사람이나 세력과 연대할 생각이 없다. 앞으로 내놓을 정책에 함께 동의하고 가시는 분들과 함께 당 쇄신을 이루겠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박 전 대표와의 연대, 쇄신파의 지원이 결과적으로 따라올 수 있겠지만, 나는 특정 세력과의 연대로 가선 안 된다고 본다. 가치와 정책연대로 가겠다. 한나라당이 가야 할 길은 중산층을 살리고 두텁게 만드는 일이다. 그러면 한나라당에 지지가 온다. 중산층이 붕괴된 상태에선 한나라당이 아무리 도와달라고 외쳐도 지지하지 않는다. 서민들의 꿈을 실현시키고 중산층이 복원되도록 하는 것에 모든 초점을 맞추겠다."
- 직전 지도부가 이번에 다시 대거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구체적으로 누가 책임지라는 것이 아니고, 나도 책임이 있고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책임론을 제기할 생각이 없다. 다만, 지난번 전당대회 때 나온 분들이 모두 변화와 개혁을 얘기했고 수직적인 당청관계를 수평적인 관계로 만들겠다고 다 얘기했다. 근데 그걸 못해서 지난번 재보선에서 패배했고 이번에 전당대회가 열리게 된 것 아닌가.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모두 다 '중산층을 살리겠다' '당이 하나로 뭉치겠다' '변화 하겠다'고 얘길 할 거다. 그런데 그동안 그렇게 약속했고 당의 중요 역할을 맡으신 분들이 또 그 약속을 한다면 국민들이 믿겠느냐는 거다.
나는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변화를 하겠다. 나는 진정성 있게 이런 얘기들을 계속해왔고, 친이-친박 갈등에서 한 발짝 멀리 있었고, 한나라당이 이렇게 저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얘기해왔던 그 진정성과 구체적인 정책을 갖고 국민에게 호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지도부는 국민들이 믿을 수 있는 지도부를 만들어야 한다. 한나라당 위기의 가장 근본은 국민들이 한나라당이 얘기하는 걸 믿지 않는다는 거다."
- 친이-친박 계파 갈등 문제를 풀 해법은.
"지난번 전당대회에서 모든 후보들이 '친이-친박 문제 해결하고 당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했지만 안 되지 않았나. 당내 화합 문제도 중요하고 꼭 해결해야 하지만, 말로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국민들로부터 신뢰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은 아직도 남 의원에게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내놓는 주장을 보시고, 그 주장에 동의하시면 지지해주실 것이라고 본다. 나는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이 이 방향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민의 마음이 움직이면 당원 마음도 움직인다. 당원도 국민이다."
- 쇄신파의 지지를 받고 있는가.
"그런 거야 이심전심으로 하는 것 아니겠는가."
- 지난해 전당대회 결과를 보면, 당심은 민심보다는 계파로 분리돼 있다는 평가가 가능한데, 전당대회 투표인이 21만여 명으로 확대된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지.
"나의 유·불리를 떠나서 국민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니까 숫자가 많아지면 아무래도 좋지 않겠는가. 당심과 민심이 다르게 보였던 것은 전당대회에 나선 후보들이 구체적인 얘길 안하니까 당심도 계파로 갈려진 것이다. 대부분 후보들이 '계파를 없애겠다' '당청관계 정상화' 얘기만 하고 구체적인 대안이 없었다. 예를 들어서 '내가 대표가 되면 한나라당이 무상급식 갈등을 어떻게 해결 하겠다' 이런 얘길 하면 찬반이 있을 것이다.한나라당의 현재 이런 기조를 요렇게 바꿔서 어떤 예산을 갖고 실현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내놓을 것이다. 당원들이 이것을 보고 동의하시게 되면 자연스럽게 지지를 하시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선거운동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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