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시] 버려진 생존권

등록|2011.06.16 10:42 수정|2011.06.16 21:47

▲ ⓒ 변창기


누군가 버렸다.
사람이 버렸다.
집에서 기르던 화초를
가위로 난도질한 후
살지도 못하게 뿌리째 뽑아 버렸다.

누군가 버렸다.
사람이 버렸다.
물화분에 개구리밥 너무 많다고
손바닥 넣어 퍼다 길가에 버렸다.
그는 곧 말라죽게 된다.

누군가 버렸다.
사람이 버렸다.
잡초를 모두 뿌리째 뽑아 버렸다.

그 사람은 그 생명이 하찮게 보이는가?
저도 살려고 살아보고 싶어서
그 척박한 흙에 뿌리를 내리고
피어난 생명인데
자기 눈에 거슬린다고
눈요기에 필요 없다고
들어내고
뽑아 버리고
난도질해 버리나?

잔인하다 사람이여
냉정하다 인간이여
잡초도 화초도
살려고 나왔으면
살아갈 권리가 있는 것을
생존권이 사람에게만 있으란 법이 있더냐?

허긴
어디 식물만 그렇게
잘려 버려지고
뽑혀 버려지고
들어내 버려지던가?

가만히 보니
자세히 보니
사람이 사람도 내치더라.

사용자라는 인간들이
비정규직이라고 두고
기간제라고 두고
계약제라고 두고
알바라고 두고
일당제라고 두고
노동자를 그렇게
써먹다 부려먹다
필요없다 싶어지면
쓸모없다 싶어지면
해고라는 명목으로
정리한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을 내세워
내치고 말더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
그들의 생존이야
내 알 바 아니라며
그렇게 내 꼰져 버리고 말더라.

잔인한 사람들
살벌한 인간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