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성적 오르면 상품권 지급"... 학교 맞아?
경북 지역 초교, 일제고사 때문에 과도한 경쟁... 초등생들 7·8교시 수업 논란
▲ 경북교육청 현관에서 일제고사 폐지를 요구하며 농성 중인 전교조 경북지부 황대철 지부장(가운데)과 김임곤 전 지부장(왼쪽), 이용우 총무국장(오른쪽) ⓒ 조정훈
경상북도교육청 산하의 초등학교들이 일제고사 성적 향상을 위해 평일에 7,8교시 수업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성적 향상 학생들에게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경상북도교육청이 일제고사에 대한 관리감독 수위를 높인 것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경북교육청은 오는 6월과 11월의 경북 일제고사와 7월 12일 전국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 대비하여 '학력 향상을 위한 컨설팅단'이라는 이름으로 교육장과 장학사들이 각급 학교를 직접 순시하도록 했다. 또한 일부 학교는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에서 내려오는 학력 향상 경비를 집행하기 위해 0교시는 물론 7~8교시 수업, 야간학습과 토·일요일까지 문제풀이식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금 쓰려고 초등학교 수업을 밤 9시까지
경북 지역 초등학교 491개 학교 중 148개의 학교가 학력향상형창의경영학교(학력중점학교)다. 경북교육청이 조사한 자료에도 70여 개 학교가 야간수업(오후 5시 이후)을 하고 있으며 일부는 오후 9시 30분까지 수업을 하기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동의 Y초등학교의 경우에는 6학년 담임교사 1명이 3월부터 5월까지 토요일과 일요일도 없이 아이들을 지도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고령의 G초등학교는 5학년은 7교시, 6학년은 8교시까지 수업을 하고 있으며, 토요일에도 5교시까지 수업을 실시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G초등학교의 교장은 "학력이 부진한 학생들과 저소득층의 학생, 그리고 다문화가정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평일 7, 8교시 수업과 주말(놀토, 일요일) 수업을 실시하며,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동의를 얻어 실시하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 전교조 경북지부가 입수한 경북 고령군 G초등학교 특별보충 심화학습 운영계획의 일부. 5학년은 7교시, 6학년은 8교시까지 수업을 하고 있으며 쉬는 토요일에도 5교시까지 수업을 하고 있다. ⓒ 조정훈
또한 학력중점학교의 경우 학생 수와 상관없이 수천만 원의 지원금이 배정되고, 일부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국·영·수 중심의 학력향상을 위한 보충수업'을 진행할 것을 조건으로 수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경북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도교육청이 방과후학교 지원비, 튼튼교실 지원비, 튼튼캠프 지원비, 기초부진학생 지도비 등 각종 명목의 '학력향상 지원비'를 무차별적으로 학력중점학교에 배정함으로써, 해당 학교에서는 이 돈을 쓰기 위해 밤 9시까지 또는 토요일, 일요일까지도 수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안동지역 학력중점학교 예산배정 현황(경북교육청 자료). ⓒ 조정훈
성적 오르면 상품권 준다?
특히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일정 점수에 이르면 2~3만 원에 이르는 문화상품권을 시상하도록 하거나 학교 혹은 학년 평균이 일정 점수 이상 오르면 모든 학생에게 상품권을 주겠다는 방법으로 성적 올리기에 비교육적인 방법을 사용해 학부모와 교사들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상주 H초등학교의 경우 학업 성취기준 도달시 학생들의 존중감을 증진한다는 명목으로 5,6학년을 대상으로 5천 원에서 2만 원까지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 전교조 경북지부가 입수한 상주 H초등학교 학력 증진 방안 중 일부. '학업성취보장제'를 운영하면서 5천 원에서 2만 원까지의 문화상품권을 주겠다는 방법으로 성적올리기에 비교육적인 방법을 사용해 학부모와 교사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 ⓒ 조정훈
이에 대해 상주의 H초등학교 교장은 "작은학교 가꾸기 시범사업과 학력중점학교로 지정되어 받은 예산을 다 쓰지 못해 학생들에게 성적이 오르면 상품권을 주고 그 상품권으로 원하는 물품을 사서 교사들에게 확인을 받고 쓰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대철 전교조 경북지부장은 "일제고사 준비로 아이들과 교사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도교육청은 일제고사가 있는 한 어쩔 수 없다고만 하거나, 오히려 파행을 조장하는 일제고사 준비 독려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반드시 일제고사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경북지부는 15일부터 아침 출근시간과 점심시간, 저녁 퇴근시간 등에 맞춰 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1인시위를 통해 일제고사 폐지와 학교교육 정상화를 요구하고, 각 지회에서는 일제고사 반대 교사선언, 학부모선언과 함께 일제고사 반대 현수막 달기 등 대국민 홍보를 진행해갈 예정이다.
한편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내년부터 경북교육청 자체적으로 치르는 일제고사에 대해서는 재검토해서 학생들의 수업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전교조 경북지부는 6월 15일부터 경북교육청 현관 앞마당에 천막을 치고 일제고사 폐지를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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