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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박7일 사랑하는 우리... 지금도 죽어갑니다

'현대사진의 향연-지구상상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에서 8월 10일까지

등록|2011.06.17 10:46 수정|2011.06.17 10:46

▲ 1986년 체르노빌에서 2011년 후쿠시마까지 핵 재앙 등 로이터통신의 완결도 높은 사진 30점을 전시한다. 2006년 우크라이나 처녀가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감상선암에 걸려 목 부분을 수술한 사진도 보인다. 이에 대해 설명하는 최연하 전시기획자 ⓒ 김형순


'현대사진의 향연-지구상상전'이 8월 10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참여 작가는 닉 브랜트(Nick Brandt)를 비롯해 총 10명이다. 사진, 영상, 영화 등 170여 점을 선보인다. '체르노빌에서 후쿠시마까지'라는 제목으로 로이터통신사진 30점도 소개된다.

전시 구성은 1부 가슴으로 지구를 느껴보는 '어머니의 지구', 2부 사진으로 지구를 상상하는 '생태학적 상상력', 3부 사진으로 지구를 조망하고 '오래된 친구'로 나뉜다. 이번 전 이니셜 'EARTH'는 Environmental+ART photography+Healing of the earth에서 나왔다.

이번 전시는 3000만 종의 생물이 한데 어울려 사는 생명공동체인 지구에서 하루에도 수십 종씩 사라져 가는 생물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를 살려내는 작은 실천과 처방이 될 수도 있다. 사진은 빛의 그림이기에 환경적일 수밖에 없고 가장 대중적 매체이기에 대중들에게 다가서기 수월하다.

자연에 대한 생명권 보장, 사진으로 발언

▲ 닉 브랜트(Nick Brandt) I '먼지 터는 코끼리(Elephant with Exploding Dust)' Amboseli 2004 ⓒ Nick Brandt ⓒ



6박7일간 사랑을 한다는 코끼리. 그런데 닉 브랜트가 2004년에 찍은 '먼지 터는 코끼리'는 2007년에 결국 밀렵꾼에 의해 사살되고 만다. 작가가 이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단지 돈 벌려고 코끼리를 죽어야 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이 얼마였을까. 그러나 그 사진만은 이렇게 남아 우리가 보고 있다. 역시 사진의 힘이다.

사람에 대한 인권처럼 자연에 대한 생명권은 보장되어야 하고 우리는 이 덕목은 지켜나가야 한다. 이런 걸 호소하는 데는 말보다는 사진으로 말하는 것이 훨씬 더 위력이 있다. 또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코끼리사진을 통해서 발언하니 그 호소력도 커진다.

모성적 대지의 신성함 회복

▲ 닉 브랜트(Nick Brandt) I '코끼리 두개골' Amboseli 2007 ⓒ Nick Brandt ⓒ


브랜트는 케냐 암보셀리(Amboseli) 국립공원에 갔다가 거기서 황홀한 자연과 동물에 반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단다. 그러다보니 죽어가는 호수와 범람하는 강, 밀렵되는 야생동물 등 생태적 위기감을 더 심각하게 느끼게 됐다. 날마다 그의 고민은 커지고 생각은 많아졌다. 그래서 2010년에는 아예 환경재단을 만들어 환경실천가로 뛰어든다.

아프리카 동물의 생생한 모습을 누구보다 잘 담아낸다고 평론가로부터 극찬을 받는 브랜트. 그가 찍은 늠름하고 평화로운 코끼리 사진에서는 모성적 대지의 신성함과 야성의 위대함마저도 느껴진다. 브랜트가 이번 '지구상상전'에 참여하게 된 것은 특히 아시아인들이 코끼리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란다.

서구인도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고 인식

▲ 조이스 테네슨(Joyce Tenneson) I '양귀비 부케(Poppy Bouquet)' 2004. '다샤(Dasha)' 1998(아래) ⓒ Joyce Tenneson ⓒ


자연에 대한 태도가 동서양이 좀 다르다. 서양에서는 흔히 자연을 정복한다고 하고 동양은 흔히 자연의 품에 안긴다는 말을 쓴다. 그런데 최근 서구 지식인들은 자연과 인간이 하나라는 동양사상에 경도되고 있다. 프랑스 인류학자인 브뤼노 라투르는 <서구는 한 번도 근대인 적이 없었다>는 책을 통해 이를 수용하고 인정한다.

자연이 인간이고 인간이 자연이다. 꽃이 여인이고 여인이 꽃이다. 우리 시대 존경받는 여성 사진작가 조이스 테네슨은 이런 물아일체의 세계관을 50억 년 전 대지의 여신(가이아)이 세상을 다스리던 때의 신성한 꽃과 아름다운 여인이 하나였다고 말하듯 그렇게 사진을 찍는다.

녹색 감성은 흔한 자연에서 새로운 미 발견

▲ 루드 반 엠펠(Ruud van Empel) I '세상 23번(World #23)' ⓒ Ruud van Empel ⓒ


네덜란드의 블루칩 사진작가 루드 반 엠펠은 바로 녹색 감성으로 사진의 향연에 도전한다. 수백 장의 사진을 모아 한 장의 농축된 '사진드로잉'을 만든다. 포토샵이 없다면 불가능한 작업이다. 낙원의 약속을 찍은 것 같은 그의 사진은 동심의 순수성과 태곳적 풍경의 원시성을 연상시키며 잘 어울린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백 수천 장의 사진을 소비하며 산다. 그러다 보니 대중의 미의식도 빠르게 변한다. 루드 반 엠펠은 그런 욕구를 만족시키려고 장인처럼 오랜 시간 공들여 작업을 한다. 흔한 자연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해 낸다. 주최 측은 이번 전이 사진의 향연의 자격을 갖춘 건 처음 선보인 작품이 70%가 넘기 때문이란다.

생태학적 상상력의 발현

▲ 존 고토(John Goto) I Embarkation from Ham' 2006 ⓒ John Goto. 난파선 위에서 생존해가는 사람들의 간절함을 디지털기술로 잘 연출하다 ⓒ


▲ 지아코모 코스타(Giacomo Costa) I 'Aqua #10' ⓒ Giacomo Costa. 미래도시를 생태적 상상력으로 스펙터클하게 구성하다 ⓒ


이제 우리에겐 자연과 생태를 살리는 이념이나 구호를 넘는 생태학적 상상력이 요구된다. 존 고토와 지아코모 코스타는 이번 전에서 그런 면을 선보인다. 한 장의 사진으로도 놀라운 생태학적 상상력을 유발시킨다. 또한 미래의 꿈과 비전도 내다보게 한다. 영국 작가 존 고토는 "예술은 나를 표현하는 방법이며 우리가 어떻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라고 했는데 정말 그의 작품은 풍부한 이야깃거리와 상상력이 넘친다.

또한 산악인이었던 이탈리아 작가 코스타는 허리를 다쳐 뭘 할까 궁리하다 사진에 올인한다. 그는 이렇게 3D로 '사진보고서' 같은 미래도시를 상상하는 작업을 모색한다.

자연이 인간의 불안감 완화 가능성
 

▲ 피포 누옌-두이(Pipo Nguyen-duy) I '집 산책(A Walk Home)' 2003 Courtesy Sam Lee LA ⓒ Pipo Nguyen-duy ⓒ


미국작가 피포 누옌-두이는 베트남 전쟁과 9.11테러를 겪은 후에 과연 이제 우리 인간에게 안전한 곳은 어디인가를 묻는다. 불안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통해 존재를 확인한다. 아무리 봐도 그의 생각하는 이상향인 '에덴의 동쪽'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한 여인이 맨발로 혼자 길을 걷는다. 이상야릇한 분위기가 흐른다. 거기에는 인간의 불안이 도사리고 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안전을 어디까지 보장받을 수 있을까. 전쟁과 재난 등 공포와 불안은 이제 누구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그에게 이를 대치할 행동은 역시 사진작업인가 보다.

소비와 개발 최소화하는 유목적 삶 제시

▲ 메리 매팅리(Mary Mattingly) I '협력하는 집중성' 2004 ⓒ Mary Mattingly ⓒ


미국 사진작가 메리 매팅리는 작품을 통해 소비와 개발을 최소화하는 전형적인 유목적 삶의 양식(Nomadgraphies)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바닷물을 직접 정제해 마시는 사진은 많은 것을 암시한다. 거기엔 과학기술과 소비지상주의에 대한 경고와 경종도 담겨 있다.

그의 작품은 가까운 과거를 회상하듯 미래를 바라보는 여행기 같다. 공존공생에는 금보다 물이 더 소중하다. 유랑하는 유목민처럼 자급자족하며 상호 협력적 생활환경을 모색한다. 그렇게 관객에게 생태적으로 살아가는 '에코토피아'를 제시한다.

자연과 다시 사랑에 빠지게 하는 사진

▲ 아르노 라파엘 밍킨넨(Arno Rafael Minkkinen) I '자화상(Self-portrait with Maija-Kaarina)' Sysma Finland 1992 ⓒ Arno Rafael Minkkinen ⓒ


끝으로 작가 아르노 라파엘 밍킨넨의 작품을 보자. 그에게 자연은 바로 자기 자신이고 자신의 아내이고 자신의 우주이다. 자연의 생명력과 합일된 충일한 물 에너지는 양수처럼 느껴진다. 자연과 인간이 혼연일체가 되는 경험을 사진으로 승화시켜 자연에 바치는 연가를 읊조린다.

난이도 높은 곡예를 방불케 하는 포즈 사진도 많다. 인간에게 자연이 얼마나 꿈과 비전과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무한가능성의 공간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는 장만한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 같은 호숫가 땅을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라 자연의 재산으로 보는 것이다.

결론으로 말해 우리는 자연과의 공존에서 구원받을 수 있다. 자연을 대상으로 삼아 이를 파괴하고 악용하여 이득만 챙긴다면 생태계의 순환원리는 깨지고 말 것이고 우리도 결국 죽고 만다. 이번 전은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에 대한 처방전이라 해도 좋으리라.
덧붙이는 글 전시주최: '사진의 중심'에 서 있는 (주)한겨레(전시기획자 최연하)와 (재)환경재단
관람요금: 성인 1만원, 청소년 8천원, 어린이 6천원[수익금 일부 에티오피아 몽골 숲 조성에 쓰임]
더 자세한 정보 02)710-0766 www.jigusangs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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