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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퇴진' 파면된 채수창 전 서장, 복직소송 승소

서울행정법원 "징계사유 인정... 파면은 징계재량권 남용"

등록|2011.06.17 14:27 수정|2011.06.17 14:27

▲ 2010년 8월 23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채수창 전 서울 강북경찰서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표창장과 함께 파면 인사발령통지서를 보여주고 있다. 채수창 전 서장은 조현오 서울청장의 실적주의를 공개비판하며 동반사퇴를 요구한 뒤 파면당했다. ⓒ 권우성


작년 6월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현 경찰청장)의 과도한 실적(범인검거) 위주 경쟁을 강하게 비판하며 사퇴를 요구하다 결국 '항명'으로 내몰리며 '파면'됐던 채수창 전 서울강북경찰서장이 복직소송에서 이겼다.

채 서장은 작년 6월 "서울지방경찰청의 실적주의에는 문제가 많다. 양천경찰서 고문사건도 실적주의와 인과관계가 있다. 따라서 그 근본책임이 있는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한다"는 등의 기자회견과 언론인터뷰를 2회에 걸쳐 했다.

그러자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은 "채 서장이 언론에서 '사상 초유의 항명ㆍ하극상 사태, 경찰 출신성분별 알력 다툼' 등 부정적인 내용으로 대대적인 보도를 하게 해, 경찰 고위간부로서 경찰조직의 명예 실추 및 대국민 불신을 초래하고, 조직 내 갈등 유발 및 지휘권 불신을 조장해 내부질서를 크게 문란케 한 것으로서 국가공무원법의 성실의무위반과 품위유지의무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작년 7월31일 파면처분했다.

이에 채 전 서장은 "경찰서별 성과등급 관리제에 의한 실적지상주의로 인해 국민에게 최종적인 피해가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자 기자회견 등을 한 것을 두고 성실의무를 위반했다고 할 수 없고, 또한 품위 손상에 해당할 여지도 없으며 오히려 주권자인 국민의 수임자로서 직책을 성실히 수행한 것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므로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할 수도 없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안철상 수석부장판사)는 16일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이 "부당한 실적위주의 '경찰서 성과등급 관리제'의 폐해에 대해 정당하게 개선방안을 제시했을 뿐인데 파면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며 경찰청장(조현오)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설령 원고의 주장대로 경찰 조직의 쇄신 및 발전을 위해 성과등급 관리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더라도, 원고가 업무시간 중에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것에서 나아가 경찰조직의 지휘부를 비판하고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취지의 기자회견과 언론인터뷰를 한 것은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국가공무원법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고의 기자회견 및 언론인터뷰는 제도 개선을 위한 건전한 제안ㆍ비판을 넘어서 위계질서를 문란케 하고 경찰조직의 결속을 저해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 자체로 국민들로 하여금 경찰조직 전체의 공정성ㆍ신중성 등을 의심케 해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고 경찰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결국 이는 징계사유로서 국가공무원법에서 정한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 및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가 발표한 내용 중 일부 표현은 개인적인 감정에 휩쓸려 지나치게 단정적이거나 과격하기도 하고, 원고의 주장대로 성과등급 관리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함으로써 경찰조직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취지였다고 보더라도 경찰인사 관련 제도개선 주장은 원칙적으로 내부건의 방식에 의해야 하고, 나아가 원고의 주장과 같이 내부건의를 통한 제도 개선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음을 보태어 보더라도 원고의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정도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특히나 원고는 서울지방경찰청 산하 경찰서의 수장 중 1인으로서 경찰 수뇌부 일원이어서 경찰행정권의 적정한 행사를 위해 경찰조직을 안정시킬 책임이 있음에도 내부보고절차 등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사견을 표명하는 기자회견 등을 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경찰조직의 내분으로 비춰질 만한 행위를 했고, 언론이 경찰 내부의 권력 다툼 내지는 경찰조직 내분의 관점에서 보도를 해, 원고의 행위가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같이 징계사유는 인정하면서도, 징계권자인 경찰청장이 징계처분 중 가장 무거운 징계인 '파면' 처분을 내린 것은 징계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징계사유 행위가 있더라도, 징계사유로 삼은 비행의 정도에 비해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비례의 원칙에 위반하거나, 합리적인 사유 없이 공평을 잃은 징계처분을 선택함으로써 평등의 원칙에 위반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법하다"며 "징계 재량권의 행사가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는지 여부는, 징계사유로 인정된 비행의 내용과 정도, 그 경위 내지 동기, 그 비행이 당해 행정조직 및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의 정도, 평소의 소행과 직무성적, 징계처분으로 인한 불이익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성과등급 관리제 시행 이전부터 태생적인 문제점 등을 지적하고 개선안과 대책을 제시해 왔고, 25년 3개월간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없는 반면 대통령으로부터 근정포장을 비롯해 총 20회에 걸쳐 경찰청장,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으로부터 표창을 받은 사실 등을 종합하면 원고에게 인정된 징계사유에 대해 가장 무거운 징계인 파면을 택한 처분은 원고 신분의 특수성, 징계권자의 권위, 징계로써 달성하려는 공익 등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판시했다.

그 이유로 원고가 기자회견이나 언론인터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익을 상정하기는 어려운 이 사건에서 원고로서는 평소 지론에 따라 '성과등급 관리제'의 시행에 따른 폐해를 지적해 제도 개선을 촉구함으로써 경찰조직의 발전을 위한다는 의도 아래 위와 같은 행동을 한 것이어서 그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원고가 기자회견이나 언론인터뷰 과정에서 경찰조직 지휘부의 무책임함에 분개한다거나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한다는 등의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했더라도, 이는 오로지 악의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당시 성과등급 관리제의 개선에 대한 국민 다수의 관심과 공감을 얻어낼 목적에 치중한 나머지 균형감을 잃었던 탓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원고가 징계조사 단계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내부보고절차 등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기자회견 등을 함으로써 경찰조직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하여는 깊이 반성하며 그에 상응하는 징계를 감수하겠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a href="http://www.lawissue.co.kr"><B>[로이슈](www.lawissue.co.kr)</B></A>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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