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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계가 심은 나무, 동네 아이들도 안다

천연기념물 제284호 대치리 느티나무를 만나다

등록|2011.06.20 12:02 수정|2011.06.20 12:02

느티나무전남 담양군 대전면 대치리 한재초등학교 교정에 서 있는 천연기념물 제284호 느티나무 ⓒ 하주성


태조 이성계가 심었다는 나무가 있다. 물론 정확한 것은 알 수가 없다. 다만 나무의 수령이 600년이 지났으며, 전하는 말에 의해 이성계가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니면서 공을 들일 때, 심었다는 것이다. 이 느티나무는 전라남도 담양군 대전면 대치리 788번지, 한재 초등학교 교정에 자리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284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 느티나무는 멀리서 보기만 해도 그 위용에 압도당할 만하다. 나무의 높이가 34m, 가슴높이의 둘레가 8.78m나 거목으로 생육의 발달이 좋다. 현재는 대치리가 평지로 변하고 한재초등학교의 교정이 되었지만, 이곳의 옛 지명이 '한재골'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아마도 산의 골짜기에 해당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가지동쪽인 운동장 쪽으로 뻗은 가지. 보기만 해도 생육의 발달이 좋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 하주성


가지서쪽으로 뻗은 가지. 이성계가 심었다는 나무이다 ⓒ 하주성


조선조 태조는 왜 이 나무를 심은 것일까?

마을에 전하는 바로는 기도를 마친 이성계가 기념으로 이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그 때도 기념식수를 심는 버릇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긴 전국을 다니면서 보면 많은 옛 사람들이 심었다는 나무들을 만날 수가 있다. 아마도 꼭 그런 일화가 아니라고 해도, 이성계와 연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느티나무는 보존가치가 상당히 높다.

우선 나무의 크기나 생육이 발달되어 있는 것을 보아도, 당당한 위용이 사람을 압도한다. 18일 오후에 찾아간 '대치리 느티나무'. 멀리서 보기에도 그 나무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학교 교정에는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공놀이며 각종 놀이를 하느라 소리를 치고 있다. 그런 어린 아이들에게 이 나무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줄기커다란 줄기가 양편으로 갈라져 위로 힘차게 뻗고 있다. 높이는 34m에 이른다 ⓒ 하주성


밑동나무의 밑동을 보면 이 나무가 잘 자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외과수술을 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 하주성


"이성계 할아버지가 심었다는 대요"

아이들이 나무 밑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일부러 카메라 앞으로 돌아다니는 녀석들이 있다. 우리도 예전에 저랬다. 소풍이라도 가서 누가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괜히 그 주변을 맴돌다가 앞으로 뛰쳐나가고는 했으니까.

"애들아 이 나무 누가 심었는지 알아?"
"그 나무요 이성계 할아버지가 심었대요."
"어떻게 알아?"
"거기 적혀 있어요. 그렇게요. 그리고 선생님이 알려 주셨어요. 이 나무 상당히 중요한 것이라고요."

껍질껍질은 마치 단단한 거북의 등과 같다. 그만큼 이 느티나무는 600년이 지난 세월을 잘 자라고 있다 ⓒ 하주성


연륜나무의 밑동 근처에서 세월의 연륜을 느끼게 해 준다 ⓒ 하주성


입을 모아 떠드는 녀석들 때문에 정신이 없다. 나무는 높기도 하지만, 동서로 뻗은 가지들은 땅에 닿을 듯 늘어져 있다. 버팀기둥을 받쳐 놓았는데도 늘어진 가지가 보기에도 멋들어져 보인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 조선. 그러나 이 나무는 그 숱한 역사의 아픔을 보듬고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천연기념물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몰지각한 사람들

학교 문 안으로 들어가다가 보니, 천연기념물인 나무 옆에 차가 한 대 서 있다. 좀 빼달라고 부탁을 하려고 보니, 입에 담배를 물고 있다. 그것도 초등학생들이 주변에 가득한 교정 내에서 말이다. 예전 같으면 벌써 한 마디 했겠지만, 날도 덥고 그럴 생각이 없다. 일일이 그렇게 역정을 내다 보니 이젠 내가 지쳐가는 듯해서다. 아무리 나무 아래 평상을 만들고 쉴 공간이라고 해도, 아이들도 있는데 버젓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아이들에게 무엇을 잘하라고 이야기 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휴식공간거대한 나무는 아이들에게 휴식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다 ⓒ 하주성


느티나무를 찬찬히 돌아본다. 세월의 연륜이 그대로 들어나 보인다. 밑동 쪽에 혹처럼 불어난 것들이며, 마치 거북 등짝같이 두텁고 거칠어 보이는 표피가 그러하다. 하긴 말이 600년이지 그 숱한 세월을 바람과 눈 비, 폭염에도 이렇게 버티고 있지 않은가? 이 느티나무를 보면서 갑자기 민초들이 생각이 난다. 아무리 험한 세상일지라도 이 나무처럼만 버틸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월을 먹고 산 것만 같은 천연기념물 제284호 대치리 느티나무. 그 웅장한 모습처럼 앞으로 더 많은 세월을 살아갈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티스토리 '바람이 머무는 곳'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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