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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걸 엄마는 정말 두 살 딸을 죽였을까?

[해외리포트] 전 미국 달구는 토트맘 앤서니 재판

등록|2011.06.20 16:48 수정|2011.06.27 08:15
• 이름: 케일리 앤서니
• 생년월일: 2005년 8월 9일
• 키: 94cm
• 몸무게: 23kg
• 머리 색깔: 갈색
• 눈 색깔: 담갈색
• 실종된 곳: 플로리다주 올랜도

2008년 6월 16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2살된 백인 여자 아이가 실종되었다. 실종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 웹사이트에는 눈이 크고 예뻤던 이 여아에 대한 정보가 이렇게 올라왔다.

실종된 케일리의 사진 속 모습은 여느 아이들처럼 귀엽고 천진난만했다. 가족들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5만장의 전단지를 뿌리고 아이의 얼굴이 찍힌 티셔츠까지 만들어 아이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케일리는 실종 6개월만에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3년 전에 발생했던 케일리 실종·사망사건의 재판이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토트맘 살인 사건(tot mom은 어린아이를 뜻하는 'tot, toddler'에 엄마의 'mom'이 합해진 말)'으로 불리며 지난 5월 24일 시작된 이 재판은 양측의 공방이 뜨거워, 1995년에 발생했던 O.J. 심슨 사건을 연상시킨다. 이 사건이 화제가 된 것은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이 다름 아닌 젊고 섹시한 아이 엄마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 인터넷에는 케일리를 추모하는 웹사이트가 많다. 'Justice For Caylee'. ⓒ justiceforcaylee


"아이가 실종됐어요"

2008년 7월 15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오렌지 카운티 경찰서에 한 여자아이의 실종 사건이 접수되었다. 다급한 목소리로 911을 찾은 사람은 실종된 아이의 외할머니인 신디. 신디는 남편 조지와 딸 케이시, 외손녀 케일리와 함께 한집에 살고 있었다.

신디는 경찰 보고에서 외손녀 케일리가 한 달 전인 6월 16일에 엄마를 따라 나선 뒤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가족들은 케일리의 행방을 물었지만 그 때마다 케이시는 일이 바쁘다고 핑계를 대거나 "내일, 내일"로 미루었고 나중에는 보모 제니와 함께 테마공원에, 또는 해변가에 갔다고 둘러댔다. 물론 케이시가 한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케일리의 실종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접수 다음 날인 7월 16일 케이시를 전격 구속했다. 위증 및 아동 방치와 수사 방해 혐의로. 케이시는 보석금 50만 달러를 내고 풀려났다. 그러나 10월 14일, 대배심에 의해 다시 1급살인죄가 적용되어 기소, 구속되었다. 케이시의 부모는 10월 22일, NBC <투데이쇼>에 출연하여 케일리가 살아있고 곧 찾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케일리는 실종된지 6개월 후인 12월 15일, 집에서 겨우 400m 떨어진 숲에서 부패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충격적인 것은 케일리의 발견 당시 모습이었다. 검정 쓰레기 비닐봉투 안에 들어있던 케일리는 입과 코가 배관공사용 강력 테이프인 '덕테이프'로 칭칭 감겨져 있었고 감긴 입에는 분홍색 하트 모양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케이시에게 살인의 냄새가

▲ <피플> 매거진에 실린 케이시의 재판 전후 사진. 파티걸에서 살인용의자로 변신한 케이시. 법정에 선 사진이 10년은 더 늙어보인다는 설명이 나와 있다. ⓒ People


케이시 앤서니를 구속했던 경찰은 케이시가 딸 실종 이후 보인 몇가지 수상한 행동을 주목했다. 먼저, 사건 발생 뒤 31일이 지나서야 신고했다는 점이다. 더구나 그 신고마저도 엄마인 케이시가 한 게 아니고 외할머니인 신디가 했다. 정상적인 엄마라면 아이가 실종되자마자 곧 바로 신고를 했을 것이다.

또한 죄목에 이미 위증죄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케이시의 증언은 거짓말 투성이였다. 처음 사건이 보도되었을 당시 케이시는 케일리가 보모 제니에 의해 납치, 살해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 케이시가 말한 보모와 전화번호는 실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이번에는 말을 바꿔 딸이 자기집 뒷마당 풀장에서 사고로 익사했고 이를 감추려 납치 살해당한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케이시 앤서니 재판을 중계하면서 매일 이 사건의 속보를 전하고 있는 CNN의 자매사인 HLN의 <닥터 드루(Dr. Drew)>쇼 진행자인 의사 드루는 케이시 사건이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lies, lies, lies, lies, lies…)로 점철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케일리의 입을 가렸던 덕테이프 위의 분홍색 하트 스티커도 케이시를 의심하게 했다. 왜냐하면 케이시 집에서 비슷한 모양의 하트 스티커판이 발견되었기 때문.

살인의 의혹을 가중시켰던 것은 케이시 집 컴퓨터에서 찾아낸 수상한 검색어였다. '클로로포름' '목 부러뜨리기' '죽음'. 특히 마취제의 일종인 클로로포름과 관련해서는 클로로포름 제조법, 클로로포름 사용법 등 클로로포름 검색이 무려 84차례나 이루어진 사실도 드러났다. 실제로 케이시 자동차 트렁크에서는 클로로포름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한 케이시 트렁크에서 시체가 썩고 있는 것 같은 고약한 냄새가 많이 났다는 케이시 부모의 증언도 케이시의 살인 의혹을 더해주었다. 검사측은 죽은 케일리가 처음 케이시 집 뒷마당에 묻혀있다가 케이시 자동차 트렁크로, 마지막에는 집 근처 숲으로 옮겨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티걸 케이시에게 딸은 걸림돌?

▲ 딸이 사망한 뒤 2주일 만에 새긴 케이시의 '아름다운 인생(Bella Vita)' 문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이 문신을 두고 "아름다운 인생을 추구하는 양심없는 킬러인가, 아니면 딸에 대한 추모인가"라고 덧붙였다. ⓒ CSM


'이 뿐만이 아니었다. 케이시의 왼쪽 등에 새겨진 '아름다운 인생'이라는 뜻의 이태리어 '벨라 비타(Bella Vita)'도 의혹을 더해 주었다. 케이시가 이 문신을 새긴 것은 케일리가 실종된 뒤 2주일 후. 누구라도 자신의 딸이 실종, 살해되었다면 제 정신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케이시는 한가하게 '아름다운 인생(Bella Vita)'이라는 문신까지 등 뒤에 새겨 넣었던 것이다.

이런 케이시를 두고 사람들은 '정신병자(Psycho)' '악마(Devil)' '괴물(Monster)'이라는 말을 쓰며 케이시의 '벨라 비타' 문신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케이시는 19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누군지 밝혀지지 않은 딸을 낳았다. 자유분방하고 놀기 좋아하는 '파티걸'이었던 케이시에게는 딸이 자신의 자유를 구속하는 암적인 존재였을 것이다. 그랬던 만큼 케이시에게 딸이 없어졌다는 것은 이제는 싱글 라이프를 즐기고 부담스러운 양육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즉, 파티도 맘컷 즐길 수 있고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으로의 미래는 케이시에게 '아름다운 인생(Bella Vita)'이 된 것이다.

실제로 '올랜도 퓨전' 나이트클럽에서 손님들에게 술을 따라주는 섹시한 '샷걸(shotgirl)'로 일했던 앤서니는 딸이 실종된지 나흘만에 '핫바디(Hot Body) 컨테스트에 나갔다. 또한 남자친구와도 유쾌하게 어울리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질펀하게 놀았던 사진도 공개되었다. 

케일리 죽음은 살인이 아니고 사고

한편, 케이블 채널인 HLN을 통해 매일 중계되고 있는 케이시 앤서니 재판에는 검사측과 피고측이 요청한 증인들이 많이 등장했다. 이 가운데에는 케이시의 부모와 오빠도 있었고 FBI 수사 전담팀과 수많은 법조인, 법의학 전문가, 법 인류학자, 심리학자, 화학자, 정신과 의사, 심지어 곤충학자까지 등장했다.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인 이 자리에서 케이시 변호인측은 케일리 죽음이 살인이 아닌 단순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즉, 케일리가 집 수영장에서 놀다가 빠져 죽은 사고이고 익사한 뒤 외할아버지 조지 앤서니가 케일리 죽음을 감추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지는 법정 증언에서 이를 부인했다.

또한 변호인측은 케이시가 8살 때 부터 아버지로부터 성적 학대를 받아 왔고 오빠로부터 성추행을 당해왔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증언대에 선 케이시의 아버지와 오빠는 모두 이 사실을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케이시의 아버지와 오빠는 피고측 변호인이 요청한 케일리의 생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친부확인 DNA 검사를 받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친부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검사측과 피고인측의 주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논란이 된 덕테이프에 대해서도 검사측은 케이시가 클로로포름으로 딸의 의식을 잃게한 뒤 덕테이프를 사용하여 케이시의 입과 코를 막아 질식시켰다고 주장한데 반해, 피고측 증인인 법병리학자는 17일 증언에서 케일리가 죽기 전 덕테이프가 사용된 게 아니고 죽고 나서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누군가 시체를 옮길 때 턱뼈를 고정시키기 위해 사용된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케이시 앤서니 재판, 2011 여름을 사로잡다

▲ 케이시 앤서니 재판이 올 여름을 사로잡고 있다고 보도한 CNN. 케이시와 케일리 모녀의 행복했던 시절. ⓒ CNN


뉴스 전문 채널인 CNN의 온라인판 17일자 'Justice' 섹션에서는 화제가 되고 있는 케이시 재판을 일종의 '쇼'에 비유하기도 했다.

"케이시쇼가 어린시절 마법의 올랜도 디즈니월드쇼를 훔쳐갔다. 식당, 체육관, 미용실, 세차장 텔레비전은 온통 케이시 사건에 맞춰져 있다. 재판이 벌어지고 있는 올랜도에서는 낮 시간 동안 정규 방송 대신 케이시 재판이 생중계되고 있고 U.S. 오픈 골프 대회도 케이시 앤서니에 이어 두 번째다."

케이시 재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상상 이상이다. ABC, CBS, NBC 등 미국의 주요 TV는 케이시 재판을 방청하러 온 사람들이 제한된 50장의 방청권 티켓을 두고 벌이는 '티켓 전쟁'을 보도했다. 이들은 전날 밤부터 이불을 준비하고 줄을 서 기다리는데 화면에 비친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유명 가수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온 사람들 마냥 흥분되어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케이시 재판에 등장한 이른바 '샤피 레이디'다. 샤피(Sharpie)는 유성펜 등의 필기류를 제조하는 회사인데 '샤피 레이디'는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의 손목에 유성펜으로 번호를 매겨주는 여자를 칭한다. 물론 이들의 활동은 자발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한 샤피 레이디는 TV 인터뷰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새치기를 방지하고 화장실 등 급한 볼일이 있을 때 줄을 이탈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질서유지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방청권을 얻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심한 몸싸움 때문에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케이시 사건이 일반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에 대해 'TV와 대중문화'를 가르치는 시라큐스 대학의 로버트 탐슨 교수는 17일자 CNN 온라인판에서 이렇게 말했다.

"매력적인 젊은 엄마와 그 아이의 끔찍한 죽음. 그리고 거짓으로 지어낸 사건과 사람들. 31일 동안 실종된 아이. 이런 디테일은 케이시 사건을 어떤 범죄 드라마보다 더 재밌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그래서 한번 이 이야기에 빠져들면 그만 중독이 되고 말 것이다."

▲ 케이시 재판을 중계하는 케이블 채널인 HLN의 시청률이 많이 올랐다. 이번 사건으로 유명해진 HLN의 '낸시 그레이스'. 전직 검사인 낸시가 진행하는데 이날의 주제는 "케일리가 산 채 쓰레기 봉투에 들어갔을까?"였다. 케이시와 그녀의 변호를 맡은 호세 바에즈. ⓒ HLN


재판은 끝나도 케일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케이시 재판은 예정대로라면 오는 7월 초순경에 결말이 날 것이다. 이번 사건을 담당할 12명의 배심원(남5, 여7)도 이미 결정이 되어 있다. 이번 사건은 오렌지 카운티에서 발생했지만 배심원들은 모두 센트럴 플로리다가 아닌 플로리다 외곽의 피넬라스 카운티에서 선발되었다. 이 사건의 벨빈 페리 판사는 공정한 배심원을 찾기 위한 조처였다고 설명했다.

이제 몇 주 후면 3년을 끌어온 케이시 재판은 끝날 것이다. 검사측 주장대로 유죄 판결이 확정된다면 케이시에게는 사형 선고가 내려질 것이다. 또, 케이시 변호인측 주장대로 단순 사고로 결론이 난다면 케이시는 사형 등의 극형은 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그 어느 경우든 사랑스러운 케일리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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