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일본은 범죄자, 원자력 의존 정책 바꿔야"
20일 녹색성장회의 기조연설서... "한국도 바꾸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 개회식에 참석, 손정의 일 소프트뱅크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세계적인 정보통신업체인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의 말이다. 2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글로벌녹색성장서밋의 기조연설에 나선 그의 모습에선 더이상 IT 기업의 CEO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손 회장은 이날 연설에서 "그동안 정보통신 관련 일을 하면서, 수익창출에만 고민을 했었다"고 소개하고 "3개월 전 일본을 강타한 지진과 피해로 인해서 저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됐다"며 말을 이었다.
손 회장은 일본 동북부 대지진에 이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의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강하게 반대해 왔다. 이날 연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일본이 범죄자가 됐으며,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한 번의 재해로 인해 (한 국가의) 정치 경제적 상황을 바꿀 수 있고, 사람들의 생활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다"면서 "일본이 원자력에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원전 사고 대부분은 사람 실수...재생 에너지 비중 커질 것"
손 회장은 과거 원자력 사고의 사례 등을 들어가면서, "심각한 원자력 사고들은 (지진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의 실수로 일어난 경우가 더 많다"면서 "일본은 220건의 원전 사고가 사람에 의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실수를 할 수 있으며, 원전도 보호받을 수 없다"면서 "일본이라고 안심할 수도 없으며, 한국정부에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바꾸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독일과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정책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이어 "일본도 재생에너지 관련 법률을 준비중에 있으며, 오는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이상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재생에너지 기구 발족을 밝히면서 "일본의 47개 지차체 가운데 70%가 넘는 34군데에서 참여의사를 보였다"면서 "아마 일본이 대통령제 국가였다면 내가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참석자들로부터 웃음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무엇보다 "향후 10년후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은 크게 줄어들고, 재생에너지 활용을 통한 정책 등이 큰 관심을 받을 것"이라며 "긴 안목을 보고 에너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한국 회사들 가운데 친환경 개발회사가 많지 않다는 점을 들면서 "삼성과 LG, 현대차 등 대기업에 유능한 인재들이 많이 있으며, 이들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등에 투자하면 수출뿐 아니라, 세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눈물을 떠올리면서 "원자력 에너지는 사람과 자연을 훼손시키는 등 부작용이 너무 많다"면서 "사람에 대한 열정의 힘이 원전보다 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전부터 열린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 개회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지구환경과 인간문명이 함께 살아갈 '지구 3.0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정부가 주창해 만든 녹색성장연구소(GGGI)뿐 아니라, 녹색기술센터와 글로벌녹색기술상 등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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