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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정부 볍씨, 한해 농사 절단났다

충남 예산 고덕면이장단협의회, 종자원에 진정서 제출

등록|2011.06.20 15:56 수정|2011.06.20 16:38
"한해 농사의 절반이 못자리에 있는데, 종자 때문에 절단났다. 이젠 정부보급종 볍씨도 못 믿겠다. 정부가 농업을 천시하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지난 9일 충남 예산군 고덕면 황금들판에서 만난 농민 이아무개씨의 하소연이다. 이씨는 발아불량과 키다리병으로 모판을 버리고 어렵게 구한 모판으로 모내기를 한 논을 안심이 안 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정부를 향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올해 정부보급종 볍씨의 발아불량과 그로 인한 키다리병 발병으로 수많은 농민들이 골탕을 먹었고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자, 농민을 대표해 이장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충남쌀의 대표적 주산지인 예당평야, 고덕면이장단협의회 소속 이장 28명은 지난 10일 농림부 산하 국립종자원장에게 진정서를 냈다.

진정내용은 '2011년산 정부보급종 볍씨를 공급받아 파종했는데 특히 주남벼에서 전혀 싹이 나질 않고, 싹이 났어도 키다리병이 발생해 모내기를 할 수 없었다. 고덕면에는 7만1340㎏의 주남볍씨가 공급됐는데 대부분 발아불량과 키다리병이 발생, 영농에 차질을 빚었다'고 항의했다. 이어 '재파종에 소요된 종자대와 영농비 등 실비를 보상해 달라'고 요구했다.

전라남도 등 일부지역에서도 올해 불량볍씨로 인해 피해를 입었고, 종자원이 재파종에 대한 종자대와 영농비 실비를 보상한 사례가 있다.

고덕면이장단협의회장인 안영일 이장은 "농민들은 항상 앉아서 손해만 본다. 우리는 정부보급종 볍씨 종자에 문제가 있으니, 정당한 보상요구를 하는 것이다. 전라도에서도 종자문제로 재파종비용을 지급한 만큼 종자대와 영농비 실비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특히 우리 농민들이 체념하지 말고 적극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종자원 충남지소 서영훈 수급팀장은 농민들의 이와 같은 보상 요구에 대해 "일단 주남벼가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또 "우선 발아가 불균일했고, 키다리병도 발생했다. 현재 개별 농민을 대상으로 일일이 조사하고 있고, 발아가 불균일해 모판을 버린 농민에게는 가능한 선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키다리병은 농가별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지원하기가 어렵다는게 본원(국가종자원)의 입장이다"고 말했다.

발아가 불량한 원인에 대해서는 "종자 자체가 작년에 안좋은 기상조건에서 자랐다. 특히 주남벼가 실패확률이 높아 내년부터는 보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보상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농림수산식품부에 보고하고 예산을 확보해 7월 즈음 종자대와 상토비 정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범위의 지원에 대해 농민들은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다.

농민 이아무개씨는 "재파종에 들어간 인건비가 얼마이고, 다른 일도 못하고 속썩은게 얼마인데, 고작 종자대 정도 준다고하니 농민들이 치사해서 안받는다고 하는 거다. 정부 관계자들이 제발 제대로 눈을 제대로 뜨고 농촌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덧붙이는 글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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