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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유해발굴, 단돈 1원도 아깝나요?

[取중眞담] 발굴 중단된 공주 암매장지... 국군-민간인 희생자 공동발굴해야

등록|2011.06.20 21:00 수정|2011.06.20 23:13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6일 현충일을 맞아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을 방문해남긴 방명록 ⓒ 국방부


'최후의 한 구까지 찾을 때까지 최선을 다 합시다' 2011. 6.6 대통령 이명박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일 현충일을 맞아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을 방문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호국용사들이야말로 영원히 살아 있는 대한민국"이라며 "마지막 전사자의 유해를 찾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방부는 지난 2000년부터 유해발굴사업을 본격화해 지난해까지 5500여 구의 유해와 6만6000여 점의 유품을 발굴했습니다. 국방부는 아직까지 찾지 못한 전사자 유해를 13만여 명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4만여 명의 유해는 비무장지대와 북한 지역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6·25 전사자 유해발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힌 이 대통령의 마음 씀씀이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하지만 기자는 이 소식을 들으며  6·25 한국전쟁 당시 국군과 경찰 등 공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충남 공주의 왕촌 지역 민간인희생자 암매장지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09년 충남 공주 상왕동 왕촌 살구쟁이에서 모두 317구의 민간인희생자 유해를 발굴했습니다. 이들은 6·25 한국전쟁 발발 직후 보도연맹 활동 등을 이유로 공주형무소에 수감됐다 이곳에 끌려와 군인과 경찰에 의해 집단 희생됐습니다.

11년째 발굴중인 국군 유해-발굴도중 중단된 '민간인 희생자' 

▲ 국방부(육군 제32사단 99연대)가 지난 7일 개토식을 시작으로 내달 5일까지 충남 공주시와 연기군 일대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을 벌이고 있다. ⓒ 육군 제 32사단 99연대


▲ 한국전쟁 공주지역 민간인 희생자합동위령제에 참석한 유가족들 ⓒ 심규상


하지만 인근에 묻혀 있는 100여 구의 희생자 유해는 아직도 햇빛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산이 지원되기만을 기다리던 발굴팀이 못다 수습한 유해를 남겨두고 결국 현장에서 철수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유해발굴팀은 유해 발굴 보고서에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당초 진실화해위원회가 제시했던 조사지역 내 4개 지점 이외에 조사지역 밖에 다수의 유해가 매장되어 있는 것이 밝혀졌으나 시간과 예산상의 문제로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음을 아쉬워하며 이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계속돼야 할 것이다."

혹자는 민간인 희생자들은 나랏법을 어긴 '범법자'라며 웬 유해발굴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당시 강희락 경찰청장은 공주 왕촌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에 보낸 추도사를 통해 "깊은 성찰과 함께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공식 사과했습니다.

강 경찰청장은 "유족 여러분의 슬픔을 달래드리고 고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정부의 후속조치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을 다짐했습니다. 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공권력에 의해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는 슬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항상 주민을 섬기며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새로운 경찰의 모습으로 다가서도록 정성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경찰청장은 왜 60여 년 만에 공주 민간인 집단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사과와 유감의 뜻을 내비쳤을까요? 정부조사결과 최소 400여 명이 희생된 이 사건은 공주 CIC분견대, 공주파견헌병대, 공주지역 경찰 등 군인과 경찰에 의해 일어난 '명백한 불법행위'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가 지난 15일, 국방부가 벌이고 있는 연기 대평리 지구 유해 발굴 현장을 방문해 공익광고를 위한 예산편성 등 국회차원의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 심대평 의원 사무실


연기, 공주지역 국군유해발굴 중-민간인 유해는 60여 년째 방치 중

국방부(육군 제32사단 99연대)는 지난 7일 개토식을 시작으로 내달 5일까지 충남 공주시와 연기군 일대에서 6·25 전사자 유해발굴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곳은 1950년 7월 8일부터 16일까지 남하하는 북한군에 맞서 미 24사단이 벌인 조치원·전의지구(개미고개)와 공주지구, 대평리지구 전투 지역입니다.

반면 민간인 집단희생자들에 대한 유해발굴을 벌이던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해 말, 문을 닫았습니다. 또 남겨진 유해는 언제 발굴될지 기약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공주뿐만이 아닙니다. 대전의 산내 골령골 유해 암매장지를 비롯한 전국 168개 집단 학살지 중 37곳은 당장 유해 발굴이 가능한 곳이지만 어디에서도 수 년째 추가발굴이 이루어진 곳은 없습니다. 국방부가 전사자 유해발굴을 벌이고 있는 대평리지구 지근거리에 있는 세종시 건설현장에도 민간인 집단희생자들의 암매장지가 두 곳이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수조 원의 세종시 건립예산 중 이들에 대한 유해발굴 예산은 단 돈 1원도 서 있지 않습니다.

발굴된 민간인 집단희생자 1600구의 유해가 수년째 임시 안치소에 머물러 있지만 정식 안치소는 언제 만들어질지 기약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제안합니다. 국방부가 전사자는 물론 민간인희생자 유해발굴사업을 벌일 것을 말입니다. 민간 전문가들이 국군 전사자 및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해가 묻혀있는 지역의 조사사업을 맡고,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유해를 발굴하자는 것입니다. 군과 민이 공동발굴을 하다보면 사업의 효율성도 높이고 참된 화해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 지난 2009년 7월 공주 왕촌 살구쟁이 집단 암매장지에서 드러난 민간인 희생자 유해 ⓒ 심규상


국군- 민간인 희생자, 민관 공동 유해발굴 안 될까?

진실화해위원회 유해발굴단장을 맡아 민간인 집단희생자 유해를 찾는 데 발 벗고 나섰던 박선주 교수(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체질인류학). 민간인집단희생자 유해발굴에 주력하던 그는 지난 2000년에는 처음 시작된 국방부 국군유해발굴사업을 사실상 이끌었습니다. 그 또한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통해 국방부가 전사자는 물론 민간인희생자 유해발굴사업을 함께 벌이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전쟁에 나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하다 피해를 당한 전몰자와 전상자 등 피해자 희생에 보답하는 것은 당연한 나라의 의무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념적 대립 과정에서 국가에 의해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민간인 희생자들에게 진심어린 참회의 뜻을 전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일 또한 나라의 의무입니다.    

국가의 범죄행위로 남겨진 민간인집단희생자의 유해를 남겨둔 채, 전쟁과 갈등의 골을 극복하지 않은 채 화합과 새로운 21세기를 말하는 것은 누가 봐도 진정성이 없어 보입니다.  

'최후의 한 구까지 찾아내자'는 이 대통령의 다짐 속에 국군희생자와 함께 군인들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민간인 희생자들이 포함돼서는 정말 안 되는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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