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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이란 여행기 57]시아 이슬람 성직자의 모습에 반하다

등록|2011.06.21 09:37 수정|2011.06.21 09:37

▲ 카샨 바자르 초입에 있는 마트에서 만난 성직자. 사진 보다 훨씬 멋진 모습인데 사진촬영 기술이 부족해서 별로 안 나온 것 같다. ⓒ 김은주


기차가 카샨역에 도착하고, 숙소로 가기 위해 역 앞 광장을 걸어 나오는데 경찰이 쫓아왔습니다. 우리 일행을 인솔하는 길 대장은 조금 난감해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그렇지만 경찰과 얽혀서 좋을 건 없으니까요.

경찰은 우리를 광장 밖으로 못 나가게 했습니다. 아예 광장과 도로 사이를 바리케이드로 막아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인솔자에게 여권을 보여 달라고 했습니다. 여권을 보여주면서 길 대장은 불만이 많았고, 우리들도 현 상황이 사뭇 당황스러웠습니다. 장차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조금 불안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하고 달랐습니다. 경찰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경찰이 우릴 귀찮게 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던 것입니다. 경찰이 우리에게서 여권을 요구하고 우리를 광장 밖으로 못나가게 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의무감 때문이었습니다. 자신들의 도시를 방문한 외국 여자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여겼던 것입니다. 상대가 원하던 그렇지 않던 그런 건 관계없이 그들은 우리를 안전하게 숙소로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우리를 밖으로 못 나가게 하더니 자기들이 택시를 불렀습니다. 그래서 택시가 광장까지 들어오고 우리는 편하게 광장에서 택시를 탈 수 있었습니다. 경찰의 과한 의무감 덕에 편하게 택시를 잡고 펀하게 숙소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택시 속에서 시내를 구경했습니다. 다른 사막도시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낮은 건물과 다소 어두운 색의 외벽, 그리고 차도르를 한 여인들의 모습과 수염을 기른 남자들의 모습, 눈에 익은 풍경들이었습니다. 새로울 게 없었습니다.  그때 내 눈을 사로잡는 한 사람이 보였습니다. 이슬람교 성직자로 보이는 한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치렁치렁 늘어지는 짙은 베이지색의 겉옷과 하얀 터번, 그리고 검은 수염,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모습의 성직자를 여러번 봤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멋있다고 생각 못했었는데 지금 내 눈에 들어온 성직자는 무척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의 차림새와 그의 얼굴이 매우 잘 어울렸기 때문입니다. 성직자다운 얼굴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성직자로서 신뢰감을 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마도 매일 기도만 하는 사람에게서 나올 수 있는 모습입니다. 택시에 앉아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 대해 너무 확신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의 모습은 꽤 강렬했습니다. 성직자 한 사람 때문에 심심하게 여겨지던 카샨이 갑자기 종교적인 도시로 보일 정도였습니다.

▲ 숙소 인근에 있던 카샨 바자르 전경. 일상에 필요한 것들을 파는, 그야말로 카샨의 중심 시장이라서 현지인의 삶을 느끼기에 충분한 장소였다. ⓒ 김은주


▲ 카샨 바자르 풍경. 실을 파는 상인의 모습. ⓒ 김은주


우리가 묵을 숙소는 카샨의 대표적인 바자르에 가깝게 위치해 있었습니다. 숙소를 나오면 시장 골목으로 바로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돈은 있어도 살 데를 찾지 못해 배를 곯은 적이 많았는데 이제 마음껏 사고 싶은 걸 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 시장이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이나 파는 시장이 아니라 카샨 시민을 위한 시장이어서 일반 생필품이 위주를 이뤄 우리가 원하는 건 뭐든지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금방 구운 따끈따끈한 난도 마음껏 살 수 있고, 값은 싸면서 달고 맛있는 쿠키도 언제든 살 수 있고, 땅콩이나 해바라기씨 등 견과류도, 신선하고 푸짐한 과일과 야채도 마음껏 살 수 있었습니다.  숙소의 위치가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시장 초입에 있는 마트에 들렀다가 택시에서 봤던 성직자를 만났습니다. 카샨이 좁긴 좁은 모양입니다, 아니면 그와 나 사이에 어떤 인연이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교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 깊다고 하는데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만나고, 또 좋은 인상까지 받은 걸 보면 보통 인연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마트에 들어섰을 때 그는 냉장고 앞에서 검은 수염이 온통 얼굴을 덮은 남자와 얘기를 나누며 서있었습니다. 난 그가 택시에서 봤던 성직자인 걸 확인하고 솔직히 많이 놀라기도 하고 흥분하기도 했습니다. 놀라고 흥분했던 이유는, 우연히 톱스타를 만나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가까이서 봐도 그는 역시 멋졌습니다. 이탈리아 영화감독 난니 모레티의 지적인 면과 '신과 인간'이라는 영화에서 봤던 신부의 표정을 다 갖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란을 여행하면서 가장 좋은 이미지를 받은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난 양해를 구해서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영어든 이란어든 능통했다면 얘기를 나누었을 텐데 그게 안 되는 게 참 아쉬웠습니다. 종교인과 얘기를 나누려면 적어도 상당한 어휘를 써야 할 테고 언어실력이 좋아야 가능한 일인데 나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수박 겉핥기식의 반쪽짜리 여행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트에서 만났던 성직자에게 내가 묻고 싶었던 것은,

"무슬림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입니다.

지난번 다큐멘터리영화 <위대한 침묵>을 보면서 그리스도인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하나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면 행복해지는데 그게 삶의 목표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불교인의 삶의 목적은, 우리를 뒤덮고 있는 불필요한 생각과 편견을 걷어내는 것이어서, 결국은 아무런 상을 취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각 종교마다 가장 중요한 삶의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슬림의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 정말 신뢰감 가는 성직자에게 질문하고 싶었는데 언어 때문에 참 아쉬웠습니다.

이란은 매우 종교적인 나라입니다. 종교적인 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깊은 신앙심을 읽을 수 있습니다. 물질이 아닌 정신적인 걸 추구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감동을 주는 편입니다. 마트에서 봤던 성직자는 이란에 대한 나의 이미지를 구체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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