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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교사 2700명, 학교별 차등성과급 반대 서명

전교조 울산 "교육활동 성과 돈으로 재단하는 것은 천박한 발상"

등록|2011.06.21 17:56 수정|2011.06.21 17:56

▲ 전교조 울산지부가 21일 오후 2시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차등성과급제를 폐지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박석철



울산교육청이 6월 말까지 지역 229개 초중고교를 등급으로 나누어 해당학교 교사에게 성과급을 차등지급할 계획을 밝히자, 전교조 울산지부가 "교사간 경쟁을 넘어 학교간 무한경쟁을 유발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올해 처음 도입되는 '2011년 학교별성과급 지급계획'에 따르면 울산지역 229개의 학교를 각각 S(69개교), A(91개교), B(69개교) 등급으로 나누어 등급에 따라 해당학교 교사에게 각각 43만3250원, 28만8830원, 14만4410원씩 차등지급할 계획이다.

울산교육청은 이를 위해 교육청 홈페이지에 차등성과급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 중인데, 전교조는 "설문 문항이 객관성을 상실한 채 현장의 분위기와 상당히 동떨어진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편향적인 자료로, 교육청이 악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설문 문항 편파적, 악용 우려"

설문은 "열심히 일하고 성과가 뛰어난 사람이 급여에서 우대받아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매우 찬성, 찬성, 보통, 반대, 매우 반대), "현행 교원 성과급제도가 위 1번의 취지에 어느 정도 부합된다고 생각하십니까?"(매우 부합, 부합, 보통, 무관, 전혀 무관) 등으로 되어 있다.

전교조 울산지부 박정호 정책실장은 "차등성과급제도에 비판적인 교사가 답할 수 있는 문항이 없는 경우가 다수"라며 "설문에 응하기만 하면 마치 성과급제도에 우호적인 것으로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설문조사를 당장 중단할 것을 교육청에 강력히 요구했지만 '담당자가 출장갔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밝혔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차등성과상여금제도 폐지와 2009개정교육과정 중단을 촉구하는 울산교사 2700여명의 서명지를 울산교육청에 전달했다. 울산지역 9000여명의 교사 중 30% 가까이 서명한 것이다.

전교조는 서명지를 전달하며 "울산교사 염원을 울산교육청은 진지하게 받아들여 지방교육자치에 걸맞은 교육행정을 구현해 나가라"고 촉구했다.


"교육활동 성과 돈으로 재단하면 공교육 붕괴"

울산교육청의 이같은 차등 성과등 계획에 대해 전교조 울산지부는 교육활동의 성과를 돈으로 재단하겠다는 천박한 발상자체가 문제라며 시급히 폐지할 것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울산전교조는 21일 오후 2시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교육 붕괴를 가져오는 성과급제를 즉각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는 "모든 교사는 초·중등교육의 일반적 목표가 올바른 민주시민의 양성으로 알고 있으며, 지난 3월 시도교육감 협의회에서도 성과급제도 개선을 교과부에 건의했고, 교장들조차도 지난 5월 설문조사에서 78.6%가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며 "이러한 각계각층의 강력한 반대에도 4대강 공사하듯 차등성과급을 강행하는 것은 교육철학의 부재를 드러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또한 특색사업운영, 방과후 참여율, 체력발달율, 중학교 학업성취도평가 향상도, 교원(직무)연수실적, 학생 1인당 장서 수, 학생동아리활동실적 등 차등성과급을 위한 분류지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방과후학교 참여율을 높이려고 학생들에게 강제로 참여시키는 비민주적 학급운영이 더 심화되고 학업성취도평가 성적을 올리기 위한 갖가지 행태들이 현재도 난무하는데 더욱더 심화될 것"이라며 "기존 0교시 강제를 비롯해 중학교 강제 7교시부터 강제 야간 자습까지, 모든 것을 강제로 학교등급을 올리는 파행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미 초등에서도 0교시, 수준별이동수업, 토요일 5교시 수업, 학습지풀이식수업, 사설모의고사, 달빛공부방, 월말고사 등 중등에서나 들어봄직한 이야기들이 버젓이 학교현장을 뒤흔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사와 학생간의 대화와 상담을 통한 인격적인 만남은 뒤로 밀려난 채 학교 등급을 올리기 위해 특색사업이 난무할 것"이라며 "다른 학교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온갖 전시성 특색사업을 벌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직무연수실적에 대해 "직무연수는 해당교사의 필요성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각종 평가와 늘어만 가는 잡무 속에서 교사들은 학교 전체의 등급을 올려야된다는 구시대적 책임감의 강요에 피로도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학교 도서수와 동아리수에 대해  "입시위주의 교육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는 현실에서 실적을 위한 전시성 도서 확보와 동아리수 늘리기에 급급할 것"이라며 "교육활동의 결과를 수량화하여 등급을 매기겠다는 발상도 놀랍지만 그것을 돈으로 환산하여 교사를 길들이겠다는 의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성토했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우리는 돈 몇 푼 때문에 학생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양심을 파는 교사이기를 거부하며 차등성과급제도의 즉각적인 폐지를 요구한다"며 "집중이수제를 비롯한 성급한 정책으로 파행을 겪고 있는 현실을 감안, 2009개정교육과정을 즉각 할 것을 울산교사의 이름으로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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