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그램에서 전해주는 즐거움은 웃음코드를 어떻게 연출하느냐와 또 그 웃음코드를 실행하는 출연자 등에 따라 상이하게 달라지지만, 모든 프로그램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한 가지 법칙은 존재합니다. 그것은 바로 '의외의 인물들이 주는 웃음이 더 효과가 크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진지하고 무게감 넘치는 이미지의 사람이 알고 보면 허당이고 유머가 넘칠 때, 그 '반전'이 주는 의외성이 배가되기 때문인데요. 최근, MBC <무한도전>과 KBS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의외의 웃음을 선사하며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이 각각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바로, 정재형과 김정태인데요. 두 인물의 매력을 한 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우선, '베이시스' 출신의 음악가로 다수의 영화음악을 만들고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한 뮤지션 정재형입니다. 사실, 정재형은 그동안 '이봉원 닮은 뮤지션'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으며,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 이외에는 대중적으로 크게 인지도가 높았던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MBC <무한도전-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특집>이 방영되는 과정에서 정재형은 무도의 가장 큰 수혜자로 급부상하게 됩니다. 아니, 어쩌면 <무한도전-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특집> 자체가 정재형의 덕을 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뮤지션 특유의 예민함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정재형은 처음 파트너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정형돈을 지목하는 '변수'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더니, 스윗소로우를 가르키며 "욕 좀 해줘"라고 나즈막하게 말하고, 급기야 유재석과 이적 팀의 균열을 유도하기 위해 정형돈을 재촉하기에 이릅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전혀 오버스럽지 않고, 본인 특유의 까칠함을 내세움에도 불구하고 즐거움으로 다가옵니다. 여기에 파트너 정형돈, 애견 축복이가 가세하면 그 웃음은 '핵폭탄급'이 됩니다. 정재형이 트위터를 통해 정형돈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냈듯, 아마도 시청자는 <무한도전-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특집> 이후 꽤나 오랫동안 정재형을 그리워하게 될 것 같습니다.

웃음의 파괴력만으로 따진다면,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의 명품조연 특집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친 배우 김정태 역시 못지않습니다.

여배우 특집이 워낙 '빵 터트린' 까닭에, 명품 조연배우 특집이 상대적으로 묻힐 우려가 있었는데요. 개성 가득한 조연배우들의 활약 덕에 이번 특집 역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단연 김정태가 있습니다.

김정태는 그동안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서 악역을 주로 맡아왔는데요. 이번 <1박2일> 출연을 통해 사실상 첫 리얼버라이어티 신고식을 치른 그는 어떤 예능인 못지않은 끼를 한껏 발휘하였습니다.

오프닝에서 나영석 PD에게 "땅 좋아하게 생겼다. 공장 부지가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기선제압을 한 것은 서막에 불과했습니다. 이불과 침낭없이 취침해야 한다는 나PD에게 "잠깐 나랑 얘기 좀 하자"고 부드러운 협박을 가하는 것은 어떤 부분에서 시청자가 즐거움을 느끼고 또 재미있어 하는지, 이른바 '웃음코드'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몸개그도 마다하지 않고, 영화 <방가방가>에서 큰 웃음을 줬던 '트로트 강의'를 재연함으로써 그는 자신이 가진 팔색조 매력을 마음껏 뽐냈습니다.

또 한번의 의외성은 저녁식사 시간에 나왔습니다. 프로요리사 못지않은 그의 칼국수 요리 솜씨에 이르러서는 자연스레 "김정태를 고정으로"라는 구호까지 만들어 냅니다. 아들의 사진을 공개하며 애틋한 부정을 드러내며 감동을 주다가도 아들의 엽기 사진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모습은 '웃기지 않은' 1박2일 기존 멤버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각자 토요예능과 일요예능에서 게스트로 맹활약한 정재형과 김정태는 고정 멤버들 이상의 입담과 예능감으로 시청자들의 호평과 응원을 받고 있는데요. 심지어 어제(20일)는 정재형과 김정태 중 누가 더 웃긴가라는 설문이 트위터상에서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설문이 아직 하루 밖에 진행되지 않아 많은 분들이 참여하지는 않았는데요. 참가자 79명의 투표 결과를 분석하면, 정재형이 약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그 결과가 정재형이 더 웃기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정재형이 31표, 김정태가 21표를 얻었으며, '둘다 웃기다'는 항목에 투표하신 분도 21명에 이릅니다. 그만큼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는 뜻인데요. 조금 더 덧붙이자면, 정재형이 더 웃기다고 해주신 분들은 10대와 20대가 많았으며, 김정태가 웃기다고 해주신 분들은 남성이 더 많았습니다. 아마도 두 프로그램의 시청자 층이 반영된 결과로 보여집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모처럼 의외의 재미를 선사받아 너무도 즐거운데요. 앞으로 뮤지션 정재형, 배우 김정태 모두 자신의 영역과 예능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모두 성공하고 즐거운 웃음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무도' 정재형 VS '1박2일' 김정태, 누가 더 웃길까?

정답은, "모두다 웃기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