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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대학로' 북촌? 김수근의 선견지명

북촌아트홀 등 소극장 속속 들어서... 역사를 넘어 문화거리로

등록|2011.06.22 16:59 수정|2011.06.23 10:26

북촌북촌 8경 중 3경인 한옥내부를 감상 할 수 있는 가회동 11번지 일대 골목길 ⓒ 서울시



한옥마을 등 서울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북촌(北村)이 문화 콘텐츠를 덧입고 '제2의 대학로'로 변신을 꿈꾸고 있다. 그동안 역사를 매개로한 콘텐츠가 주를 이뤘던 이곳에 연극, 국악공연 등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소극장이 속속 들어서면서 이 같은 기대를 한껏 부풀게 하고 있는 것이다.    
북촌은 종로구 재동, 가회동, 삼청동에 걸쳐 조성된 마을의 별칭으로 종각을 기준으로 북쪽 지역을 일컫는다. 서울시는 이 지역을 보존하고 시민들이 질 높은 전통문화를 나눌 수 있도록 지난 2002년 북촌문화센터를 만드는 등 공을 들였고 지역민 역시 적극 동참해 지금은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 지난해 9월 200석 규모의 종합소공연장 '북촌아트홀'(대표 김창대)이 문을 열었다. 북촌아트홀은 20만 관객을 끌어 모은 인형극 '애기똥풀'(연출 서은영)을 전용으로 공연하면서 빠르게 자리 잡았다. 특히 야간에는 감성가족극 '동치미'(연출 김용을), '특별한 손님'(연출 서은영) 등을 공연하는 '2모작'(각기 다른 작품을 주야간으로 나눠 공연)으로 운영의 묘를 살리고 있는 곳이다.       

김수근의 공간사랑·허규의 북촌창우극장으로 유명

허윤정북촌창우극장 허윤정 관장. 국립극장장을 역임한 고 허규의 딸이다. ⓒ 허윤정


이 지역에는 북촌창우극장이란 유명한 소극장이 있다. 그동안 북촌을 지키던 유일한 극장이었다. 80년대 국립극장장을 지낸 '시대의 광대' 허규(2000년 작고)가 후배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곳이다. 1992년에 문을 연 이 곳은 1998년 허규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덩달아 파행을 겪었다. 

2006년에 '목각인형 마리오네트'를 필두로 인형극 전문극장으로 잠깐 거듭났다가 지난 2008년 허규의 딸(허윤정)이 운영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국악전용극장으로 재개장했다. 아버지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허윤정씨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6호 거문고 산조 이수자로 유명하다.


이들 극장은 보건복지부(계동 현대사옥) 뒤 원서공원과 인접한 북촌 초입에 위치해 있다. 두 극장은 나란히 붙어 있어서 '제2의 대학로' 모태가 되고 있다. 이곳에 최근 또 하나의 작은 극장 하나가 들어섰다.

북촌아트홀을 운영하는 김창대 대표가 '북촌나래홀'이라는 100석 규모의 소극장을 또 연 것이다.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 건너편엔 국악전용극장인 '창덕궁 소극장'(대표 박종철)이 있어 문화거리 조성에 한 발짝 씩 다가서고 있다.    

북촌 초입에는 검정색 벽돌로 지은 도시건축 전문업체 공간 사옥이 있다. 우리나라 현대 건축의 대가 김수근(1986년 작고)이 1971년 지은 사무용 건물이다. 당시 김수근은 공간 지하에 '공간사랑'이란 소극장을 만들었다. 북촌 최초의 소극장이다.

북촌북촌 초입에 소극장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모화거리 조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 서울시


누구보다 문화예술을 사랑한 김수근은 이곳에서 당시엔 무명이던 사물놀이 김덕수를 비롯해 병신춤의 대가 공옥진, 이애주의 살풀이 공연 등을 올렸다. 어쩌면 허규가 창우극장을 공간 사옥 바로 뒤편에 얻은 이유가 숨어있음직한 대목이다. 최근 소극장이 속속 들어서는 모양새를 보면 김수근이 북촌에 뿌린 문화예술의 씨가 이제 막 움트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여기에 지난해 말에는 '북촌문화마을가꾸기회'라는 주민자치 조직이 생겨나면서 새로운 '엔진'을 달았다. 모임 회장인 권대성 관장이 운영하는 한국미술박물관을 리모델링하면서 300석 규모의 공연장이 건립한다고 하니 '제2의 대학로'가 차츰 가시화 되고 있다. 지금의 대학로 공연과는 차별화된 공연예술을 보여주겠다는 게 현지 극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현재 북촌아트홀에선 극단 아름다운 세상의 '애기똥풀'과 극단 글로브의 '동치미' 등 다양한 아동극과 성인극이 7월말까지 공연된다. 7월 12일부터는 헬렌 켈러의 스승인 애니 설리번 이야기를 다룬 '유츄프라카치아'가 무대에 오른다.

북촌창우극장은 '창우아리랑 시즌3' 공연 막을 내리고 '시즌4'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8월 25일부터는 올해로 3회 째인 '월드뮤직 워크숍 페스티벌'을 공연한다. 북촌나래홀에선 극단 수레무대의 '꼬마오즈'가 오픈런으로 공연되고 있다. 이 극장에선 휴관일인 월요일을 이용해서 '세상을 품는 행복한 소통'이란 주제로 일반인이 자유롭게 참여해 꾸미는 무대도 준비 중이다. 창덕궁 소극장에서는 국악뮤지컬 '명랑토끼만만세'가 공연 중이다.        

북촌 8경과 다양한 박물관으로 볼거리를 제공하던 북촌에 공연문화예술 콘텐츠를 표현하는 극장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어떻게 변모될지 기대된다. 

▲ 김창대 북촌문화마을가꾸기 집행위원(북촌아트홀 대표) ⓒ 유성호



김창대 대표(47)는 "북촌은 '가족문화가 살아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기획사 조이피플과 북촌아트홀, 북촌나래홀을 운영하고 있는 김 대표는 북촌을 끔찍이 사랑하는 이들 중 한명이다. 공연문화의 '탈(脫)대학로'를 통해 새로운 문화공간을 찾던 그는 2006년 원서공원 뒤에서 개점휴업 상태에 있던 북촌창우극장을 만난다.

창덕궁과 붙어 있다시피 하고 인사동과 불과 10분 거리에 있는 북촌의 가능성을 본 것이다. 그는 북촌창우극장을 3년간 임대계약 하면서 북촌과 인연을 맺었다. 창우극장에 이어 그는 창덕궁소극장과 공동기획해 국악애기똥풀을 무대에 올리는 등 북촌에 애착이 많았던 그는 지난해 아예 극장을 차리기로 하고 갤러리 스페이스에이 지하에 북촌아트홀을 개관했다.

그리고 북촌문화마을가꾸기 집행위원이 돼 이 지역을 새로운 서울의 문화아이콘으로 만들기 위해 온갖 궁리를 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서 북촌은 '가족'을 오롯이 담을 수 잘 빚어진 그릇이다. 대학로는 청춘남녀들이 지배하고 있어서 가족문화를 담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반해 가정을 의미하는 '한옥'이란 터전이 있는 북촌은 때가 덜 타고 가족이 문화활동을 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북촌8경이 있고 각종 역사와 문화를 담은 박물관이 즐비한 북촌에 공연예술 콘텐츠가 더해진다면 가족들이 즐기기에 금상첨화인 곳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주차 문제 해소, 주거환경 개선, 문화 공간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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