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원에서 나가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기간이 다 되어 더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동안 나 빼고 가족들이 모두 열심히 일을 한 덕택에 엄마는 그 돈을 모아 오류동 부근의 다른 산동네 무허가 집을 한 채 살 수 있었습니다. 비록 무허가지만 처음으로 갖게 된 우리 집입니다. 이삿짐을 꾸리자 모자원 아줌마들이 모두 나와 우리를 배웅해주며 섭섭해 했습니다.
"그래도 학현이네는 집을 마련해서 나가니 다행스럽기 그지없다."
"내가 다 고맙네 고마워."
아줌마들이 하는 말을 뒤로 하고 우리 역시 리어카에 짐을 실어 오빠가 끌고 우리가 밀며 산동네로 향했습니다. 집은 산 꼭대기 맨 위에 있었고 부엌을 통해 방으로 들어가는 형태로 네 칸이 연이어 붙어 있었고 기억자로 꺾여 방 한칸이 더 있었습니다. 작지만 마당도 있었고 집에서 몇 발짝 떨어진 마당 한구석 산 밑에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방 세 칸을 세놓고 방 두 칸을 우리가 쓰도록 했습니다. 그러니까 네 가구가 또 한 지붕 아래 둥지를 튼 것이지요. 그래서 아침이면 화장실 앞에 줄을 서야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습니다.
언덕을 내려 오면 음식을 해먹는 우물이 있고 조금 아래 철우라고 하는 아이네 집 마당에 좀 더 깊은 우물이 있었는데 이 우물은 빨래만 빠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음식을 해 먹는 우물의 물은 정말 맑고 동네 사람들이 다 먹어도 언제나 같은 높이로 같은 모습으로 우물이지만 정이 가는 살아 있는 샘물이었습니다.
우리는 셋방살이 모자원에서 이제는 집 주인이 된 것입니다. 집 뒤로는 바로 산이 있어서 비가 오면 빗소리가 나무가 바람에 움직이며 내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듯 했습니다. 나는 이 집이 좋았습니다. 비록 좁은 방이었지만 우리도 텔레비전을 한 대 사서 텔레비전을 볼 수 있게 되자 나는 행복감에 가득차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사를 하고 얼마 되지 않아 사건이 하나 터졌습니다. 우리는 기억자로 꺽인 방을 두 개 썼는데 가운데 방을 쓰고 있는 상철이네 집에서 갑자기 통곡소리가 터져 나온 것입니다. 모두들 무슨 일인가 마당으로들 나와 그 방을 기웃거렸습니다. 방에는 상철이가 널브러져 있었고 상철이 엄마가 상철이 가슴을 내려치며 통곡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상철이가 죽은 것입니다. 경찰도 다녀갔습니다. 상철이는 열 아홉 살 밖에 안되었는데 학교에 다니지 않고 무슨 철공소 같은 곳에 다니면서 일을 하고 있었고 거기서 알게 된 여자아이한테 실연을 당해 자살을 하고 만 것입니다.
"아이고 글쎄 얘가 술병을 손에 들고 들어오면서 엄마 나 약 먹었어 하고는 쓰러졌다니까요."
경찰한테 상철이 엄마가 들려 주는 말 속에서 상철이가 산에서 술과 함께 농약을 먹고 비틀거리며 집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청춘의 덫이라고나 할까요. 여자한테 실연을 당해 자살을 하다니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일이었을까요. 상철이는 학교에는 다니지 않았지만 하얀 얼굴에 큰 키였고 언뜻 보아도 정말 장 생긴 용모를 지닌 청년이었습니다. 그런 상철이가 죽다니 난 사람이 죽은 것을 그때 처음 보았습니다. 상철이는 이불로 얼굴이 덮여져 있었고 큰 키 때문에 발 두 개가 삐죽 나와 있었습니다. 모두들 혀를 끌끌 찼습니다. 상철이 엄마 역시 남편을 잃고 혼자 아이들과 사는 과부였습니다. 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슬픔까지 겹쳐 오는 걸까요. 나는 상철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지만 오랫동안 그의 죽음이 내 머리 속을 맴돌았습니다.
얼마가 지나자 상철이가 죽어 사라져 버렸다고는 생각 못할 만큼 산동네 사람들이 상철이의 죽음을 잊을 만큼 되었을 때 상철이 엄마네는 또 한 사람이 죽는 사건이 일어 났습니다. 우리집 옆에는 상철이 엄마의 동생이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고 그 집 딸 선례는 나와 동갑이어서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는데 이번에는 선례네 아버지가 죽은 것입니다.
선례네 오빠는 선례 아버지와 함께 배를 타고 나가 모래 채취를 하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죽고 아들만 살아 돌아와 경위를 듣게 된 것입니다. 난 어른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모래선이 옆으로 기울면서 선례네 아버지가 물에 빠졌는데 아들이 손을 붙잡고 놓지 않자 억지로 손을 떼고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잖아요."
"아이고 아들 살리려고 그랬고만."
"아비란게 뭔지 그래서 선철이만 살아 돌아 왔잖아요."
나는 어린 나이에도 선철이 아버지가 선철이의 손을 억지로 뿌리쳤다는 말에서 눈물이 나왔습니다. 부모니까 그랬겠지요, 이제 상철이 엄마네 자매는 똑같이 과부가 되었습니다. 나는 이 산동네에 이사와 또 몇 개의 슬픈 죽음을 보게 되리라는 것을 그때는 전혀 몰랐습니다.
"그래도 학현이네는 집을 마련해서 나가니 다행스럽기 그지없다."
"내가 다 고맙네 고마워."
언덕을 내려 오면 음식을 해먹는 우물이 있고 조금 아래 철우라고 하는 아이네 집 마당에 좀 더 깊은 우물이 있었는데 이 우물은 빨래만 빠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음식을 해 먹는 우물의 물은 정말 맑고 동네 사람들이 다 먹어도 언제나 같은 높이로 같은 모습으로 우물이지만 정이 가는 살아 있는 샘물이었습니다.
우리는 셋방살이 모자원에서 이제는 집 주인이 된 것입니다. 집 뒤로는 바로 산이 있어서 비가 오면 빗소리가 나무가 바람에 움직이며 내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듯 했습니다. 나는 이 집이 좋았습니다. 비록 좁은 방이었지만 우리도 텔레비전을 한 대 사서 텔레비전을 볼 수 있게 되자 나는 행복감에 가득차 올랐습니다.
▲ 사랑에 죽다. ⓒ 장다혜
그런데 이사를 하고 얼마 되지 않아 사건이 하나 터졌습니다. 우리는 기억자로 꺽인 방을 두 개 썼는데 가운데 방을 쓰고 있는 상철이네 집에서 갑자기 통곡소리가 터져 나온 것입니다. 모두들 무슨 일인가 마당으로들 나와 그 방을 기웃거렸습니다. 방에는 상철이가 널브러져 있었고 상철이 엄마가 상철이 가슴을 내려치며 통곡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상철이가 죽은 것입니다. 경찰도 다녀갔습니다. 상철이는 열 아홉 살 밖에 안되었는데 학교에 다니지 않고 무슨 철공소 같은 곳에 다니면서 일을 하고 있었고 거기서 알게 된 여자아이한테 실연을 당해 자살을 하고 만 것입니다.
"아이고 글쎄 얘가 술병을 손에 들고 들어오면서 엄마 나 약 먹었어 하고는 쓰러졌다니까요."
경찰한테 상철이 엄마가 들려 주는 말 속에서 상철이가 산에서 술과 함께 농약을 먹고 비틀거리며 집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청춘의 덫이라고나 할까요. 여자한테 실연을 당해 자살을 하다니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일이었을까요. 상철이는 학교에는 다니지 않았지만 하얀 얼굴에 큰 키였고 언뜻 보아도 정말 장 생긴 용모를 지닌 청년이었습니다. 그런 상철이가 죽다니 난 사람이 죽은 것을 그때 처음 보았습니다. 상철이는 이불로 얼굴이 덮여져 있었고 큰 키 때문에 발 두 개가 삐죽 나와 있었습니다. 모두들 혀를 끌끌 찼습니다. 상철이 엄마 역시 남편을 잃고 혼자 아이들과 사는 과부였습니다. 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슬픔까지 겹쳐 오는 걸까요. 나는 상철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지만 오랫동안 그의 죽음이 내 머리 속을 맴돌았습니다.
얼마가 지나자 상철이가 죽어 사라져 버렸다고는 생각 못할 만큼 산동네 사람들이 상철이의 죽음을 잊을 만큼 되었을 때 상철이 엄마네는 또 한 사람이 죽는 사건이 일어 났습니다. 우리집 옆에는 상철이 엄마의 동생이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고 그 집 딸 선례는 나와 동갑이어서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는데 이번에는 선례네 아버지가 죽은 것입니다.
선례네 오빠는 선례 아버지와 함께 배를 타고 나가 모래 채취를 하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죽고 아들만 살아 돌아와 경위를 듣게 된 것입니다. 난 어른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모래선이 옆으로 기울면서 선례네 아버지가 물에 빠졌는데 아들이 손을 붙잡고 놓지 않자 억지로 손을 떼고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잖아요."
"아이고 아들 살리려고 그랬고만."
"아비란게 뭔지 그래서 선철이만 살아 돌아 왔잖아요."
나는 어린 나이에도 선철이 아버지가 선철이의 손을 억지로 뿌리쳤다는 말에서 눈물이 나왔습니다. 부모니까 그랬겠지요, 이제 상철이 엄마네 자매는 똑같이 과부가 되었습니다. 나는 이 산동네에 이사와 또 몇 개의 슬픈 죽음을 보게 되리라는 것을 그때는 전혀 몰랐습니다.
덧붙이는 글
학현이의 성장에피소드 <최초의 거짓말이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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