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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노-사, 첫 밤샘 교섭...타결 짓나?

24일 오후부터 교섭...국회 환노위 청문회 등 여론에 '압박'

등록|2011.06.25 09:27 수정|2011.06.25 10:09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오랫동안 갈등을 빚고 있는 한진중공업 노-사가 파업사태 이후 처음으로 밤샘 마라톤협상을 벌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진중공업 노-사 대표들은 24일 오후 4시부터 밤샘 교섭을 벌였다. 노-사 대표는 25일 새벽 5시경 정회한 뒤, 이날 오전 10시 다시 만나 교섭을 벌이기로 했다.

이번 교섭에는 노-사 대표가 각 5명씩 참여했다. 사측에서는 이재용 사장(조선부문)과 박승종·양민석·원광영 상무, 박찬윤 부장이 참여하고, 노측에서는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상지부 한진중공업지회 채길용 지회장과 최우영 사무장, 김창봉 부지회장, 박동엽 노안부장, 오길평 교선부장이 나섰다.

▲ 한진중공업 노-사 대표들은 24일 오후부터 밤샘 교섭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일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방문해 노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을 때 모습. ⓒ 유장현


이들은 24일 오후 4시부터 교섭을 벌인 뒤, 이날 오후 8시경 협상대표를 각 3명씩으로 줄여 집중교섭을 벌였고, 25일 새벽 1시간 정도 정회했다가 다시 교섭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교섭 내용이 외부로 알려지지는 않았다. 앞서 노조 지회는 사측이 구조조정 방침을 밝히자 2010년 12월 25일부터 총파업에 돌입, 지금까지 파업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한진중공업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문제뿐만 아니라, 2009년부터 타결 짓지 못하고 있는 임단협 문제, 파업 사태 이후 발생한 각종 민형사상 문제 등 풀어야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또 35m 높이 85호 크레인에서 171일(25일 기준)째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문제도 있다.

한편, 지금까지 대화를 거부했던 한진중공업 사측이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 관심을 모은다.사측은 앞서 지난 11~12일 한진중공업 조합원과 김진숙 지도위원을 지원·격려하기 위해 전국에서 왔던 '희망버스' 이후 폭력사건 등을 이유로 협상 거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희망버스' 이후 채길용 노조 지회장 등 지도부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렇듯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한진중공업 노사가 적극 대화에 나서게 된 이유에는 정치권을 비롯한 바깥의 여론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 "조남호 회장 출국, 도피성 아니냐"

▲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12일로 158일째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고공농성 중인 가운데,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크레인 아래에 모여 있다. ⓒ 윤성효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오는 29일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청문회를 열 예정이다. 국회 환노위는 지난 22일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의 출석을 요청했으나 조 회장은 17일 출국하고 말았다. 이와 관련 한진중공업은 "(조남호 회장은)7월2일까지 일본·홍콩·유럽 출장이 있어 국회에 나올 수 없다"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은 조 회장이 '도피성 출국'을 한 것이라 보고 있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이런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지역구로 하고 있는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전 국회의장)은 24일 성명과 CBS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기업 총수가 장막 뒤에 숨어만 있다, 조남호 회장에 대해 분명하게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국회의장을 지낸 그 지역 정치인인 내가 면담이나 통화 요청을 해도 거부하기를 벌써 십수 번이다, 나한테도 이 정도니 노동자들에게는 오죽했겠는가"라며 "이래서야 누가 회사 측의 진정성을 믿겠는가, 선대 회장이라면 이럴 때 어떤 모습을 보였을지 조 회장은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형오 의원은 "명백한 도피성 출국이고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우롱했다"면서 "집단해고와 경영구조 변화에 대해 해명하고 국회 질의에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은 조 회장밖에 없으니 즉시 귀국해 청문회에 나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조남호 회장이 29일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고발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청문회 이전에 노-사 협상을 벌여 타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허남식 부산시장도 중재 나서... 3년째 임단협 문제도 풀어야

허남식 부산광역시장의 중재도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허 시장은 지난 23일 이재용 사장과 채길용 지회장을 면담하고 대화를 촉구했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관계자는 "허남식 시장이 경찰 등 관계기관을 대표해서 입장을 전달하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권고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파업 사태 이후 밤샘 교섭을 한 적이 없었다, 회사가 부담을 많이 갖는 모양이다, 교섭 내용이 일체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며 "2009년부터 3년째 타결 짓지 못하고 있는 임단협 문제도 있는데, 온갖 문제를 다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 시장은 "법원은 조합원 출입금지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고,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노조측에서 냈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내린 상태다"라며 "회사로서는 그동안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데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의 여론에서 밀리고 있어 이번에는 적극적인 자세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 사측 관계자는 "노-사 양측 모두 부담을 가지고 있다, 한진중공업 문제가 사회나 정치권에서 이슈가 되고 있어 부담"이라며 "노-사 양측은 교섭을 계속 한다는 입장이다, 서로 대화로 풀어보자는 의지가 있다, 그러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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