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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려줄 게 없는 부모? 바로 나잖아!

[자녀교육백서 1] 한희석의 <물려줄 게 없는 부모는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라>

등록|2011.06.27 12:18 수정|2011.06.27 12:18
사교육 유혹,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유치원 다닐 때는 그저 건강하고 씩씩하게 스트레스 없이 친구들이랑 잘 놀기만 바랐는데, 학교는 드디어 제도권 교육의 시작이 아니던가.

나만 이런 걱정을 하나 싶어서 주변에 물어보니 1학년 엄마들은 다들 그런 걱정들을 한단다. 우리 애가 공부는 잘할 수 있을까, 친구들은 제대로 사귀고 있나, 선생님 말씀은 잘 듣고 있나,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궁금하다.

우리 애가 다니는 학교는 초등 1학년이지만 매번 수학과 국어 단원평가를 본다. 받아쓰기 시험을 포함하여 거의 일주일에 한번은 시험을 보는 셈인데, 엄마 입장에서는 처음에 '아니, 초등 1학년이 웬 시험을 이리 많이 보나' 하고 한숨이 나왔다.

시험에 대해 별 스트레스가 없는 아이지만 막상 학교 시험을 몇 번 치르고 나니 자기도 욕심이 생기는지 '엄마, 나 백점 받으면 좋을 텐데' 그런다. 누구 엄마는 애가 백점 받으면 선물을 사주기로 했다는 둥, 누구 엄마는 80점을 못 받으면 종아리를 때린다는 둥 별의별 얘기도 다 전한다.

흠, 이쯤 되니 엄마는 슬슬 고민이 된다. 누구네는 ○○학습지로 수학을 잡고, 누구네는 공부방을 보낸다는데 우리 애만 이렇게 집에서 놀려도 될까? 이제 초등 1학년을 붙들고 공부시키려니 마음이 안쓰럽기도 하다. 맘 약한 엄마는 그냥 집에서 문제집을 한 권 풀어 주기로 하고 사교육에 대한 유혹을 뿌리친다.

다행히 아이는 크게 성취도가 떨어지지 않고 학교생활을 잘 하는 듯하다. 이제 1학년이 이정도인데 참 앞으로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할지 고민도 된다. 이럴 때 만난 책이 바로 <물려줄 게 없는 부모는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라>다.

▲ 책 <물려줄 게 없는 부모는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라> ⓒ 명진출판

가난한 '무협 작가'가 쓴 공부법 


책의 저자 한희석씨는 그야말로 가난한 아빠다. 그의 직업은 '무협 작가'. 세상에는 대박 작가도 있지만 쪽박 작가도 있다. 저자는 책을 좀 내기도 했지만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한 쪽박 작가다. 그래서 그의 집은 가난하다.

본인이 가난하다고 하여 아이들에게 가난을 되물림할 수는 없는 법이다. 중학교에 입학한 딸 거울이의 성적이 반에서 거의 꼴찌한 성적표를 보고 저자는 담배와 술을 끊고 아이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평소 공부 습관이 잡히지 않은 아이와 평소 공부 한 번 가르쳐 보지 않은 아빠가 그 방법을 터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뉴욕대에서 의학을 공부하는 조카에게 아이의 공부 방법을 물어 본다.

조카가 알려준 방법을 간단했다. 다름 아닌 선생님을 귀찮게 하는 것. 첫 번째는 수업을 들을 때 선생님 설명을 열심히 듣고 기록하며 그러기 위해 반드시 선생님과 시선을 맞춘다. 두 번째는 선생님께 가능한 한 자주 찾아가 질문하는 것이다. 수업 중 궁금한 사항을 메모해 두었다가 직접 찾아가 물어보고 알게 된 것은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다.

저자는 딸 거울이의 책을 보고 그 깨끗함에 놀란다. 조카의 조언으로 수업에 집중하기와 메모하기를 실천한 거울이는 조금씩 성적이 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평소 수줍은 성격 때문에 선생님 찾아가기는 영 어렵다.

저자의 격려로 선생님을 찾아가 질문하기 시작한 거울이는 공부에 점점 흥미를 붙이고 성적이 올라간다. 저자는 이렇게 아이가 어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 대상자에는 친한 선배도 있고, 동네 학교 선생님도 있고, 일하러 간 집의 주인 아주머니도 있다.

저자가 아이 교육을 위해 실행한 방법들은 어렵지가 않다. 이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아이에게 도움될 만한 내용을 추천해 주는 것, 신문 칼럼을 오려서 화장실에 두고 아이에게 읽힌 것, 텔레비전의 다큐멘터리, 도서관과 박물관 등을 적극 활용한 것 등이다.

주변에 널려 있는 교육 자료들, 활용합시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니 우리 아이도 박물관에서 배운 내용들을 참 잘 기억한다는 게 떠올랐다. 며칠 전 선사박물관에 가서 선사 시대의 유물을 보고 왔는데, 너무 어려서 제대로 이해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 선사 박물관에서 밀돌을 체험하고 있는 아이 ⓒ 쫄쫄이 스타킹과 장딴지


하지만 어제 한국 역사 만화를 읽다가 갑자기 나에게 책을 들이밀며 말한다.

"엄마, 이거 알죠? 우리 선사 박물관에서 본 그거잖아. 빗살무늬 토기."

그렇다. 주변에 널려 있는 박물관, 과학관만 잘 활용해도 애들 공부는 저절로 된다. 게다가 국립 박물관이나 과학관은 입장료도 저렴하지 않은가. 무료인 곳도 많으니 돈 없는 부모에겐 최고의 놀이 공간이자 공부 장소가 아닐 수 없다.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책의 저자는 아이에게 필수 도서를 읽히기 위해 도서관을 제집 드나들 듯이 들락거렸다고 한다. 주말에 텔레비전을 끼고 앉아 늘어져 있는 것보다 가족이 도서관을 정기적으로 다니면서 책도 읽고 대화도 나누면 그게 바로 토론 수업이 아닐까?

거울이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에 합격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왜 꼭 그 학과를 가느냐고 물으니 '제일 경쟁률 높은 과에 도전해서 나를 시험해 보고 싶어서'라는 대답을 던졌다고 한다.

전교 꼴찌에서 명문대 합격생이 되는 길은 이처럼 사교육이 아닌 부모의 열성과 아이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저자의 사례는 서울시교육청에서 공모한 '사교육 없는 자녀 교육 사례'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굳이 거울이가 명문대에 합격했다는 성과를 들지 않더라도, 한희석씨의 노력은 훌륭해 보인다. 돈이 돈을 낳는다는 사교육 시장에서, 돈 없이도 아이를 잘 키워낼 수 있다는 희망을 모든 가난한 부모들에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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