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험악한 댓글과 쪽지...그래도 얻은 게 많구나!

[시민기자를 만나다] 11년차 기자의 브랜드

등록|2011.07.19 16:22 수정|2011.07.19 16:22
모든 시민은 기자다. 모든 블로거, 트위터리언, 그리고 페이스북 유저 역시 시민기자다. 이들은 때론 정규군보다 빠르고 깊이가 있다. 기존 문법을 파괴하는 촌철살인과 감각적 글쓰기. 뉴스게릴라들은 하루에도 수차례씩 인터넷 생태계 곳곳에 출몰해 융단폭격을 퍼부으며 의제를 설정한다. 바야흐로 시민기자 전성시대다. 김병기 뉴스게릴라본부장(편집국장)이 곳곳에서 활약중인 시민기자들을 만났다. 이 글은 지난 6월 24일 제주도에서 열린 '시민기자 1박2일' 행사에서 11년차 시민기자인 김강임씨가 발표한 사례를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말]
무척 반갑습니다. 그리고 보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지역 시민기자들은 서로 소통의 기회가 부족했는데, 지역투어 1박2일 행사를 통해 이렇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자리를 마련해 준 <오마이뉴스>측에 감사드립니다.

제 첫 기사가 2000년 8월에 떴으니까 <오마이뉴스>를 접한 지 올해로 11년째입니다. 여기 계신 기자님들 중에는 저보다 훨씬 오래 전에 기자 입문을 하신 분들도 있을텐데 연장자라서 사례 발표 단상에 오른 것 같습니다.

오마이뉴스 구두2000년 8월, 뉴스게릴라 상은 구두였습니다. ⓒ 김강임


기웃거리다 만난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에 글을 쓴 목적은 내 관심사를 전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금이야 카페나 블로그, 트위터 등 많지만 당시는 콘텐츠를 생산해 유통하는 경로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곳 저곳 인터넷을 기웃거리다가 만난 곳이 바로 오마이뉴스였어요. 당시, 오마이뉴스 매력이라면 전국은 물론 세계적 네트워크와 게릴라 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제주로 시집 와 외지인의 눈으로 보는 제주의 풍경, 정서, 제주 사회 이슈가 생소했습니다. 이 점을 해소하기 위한 탈출구랄까,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죠. 처음엔 기자라기보다 주관을 글로 쓰는 정도였죠. 

처음 쓴 기사는 '함덕 해수욕장 바닷물이 혼탁해져가는 것'이었는데 어설픈 기사였죠. 바로 잉걸에 올라가더군요. 그때 원고료는 천 원. 지금 생각하면 현장성이 부족했습니다. 바닷가로 피서 온 그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현장 인터뷰라도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거든요.

그 후 '나만의 취재대상', '나만의 분야', '내 브랜드를 찾자'는 생각으로 편집부에 '제주테마여행 연재'를 요청했습니다. 제주의 자연은 제 취재 대상이었습니다. 때 묻지 않은 오름, 감춰진 비경, 곶자왈 등을 찾아 다녔죠. 걷기 열풍이 확산된 것도 아니고, 제주오름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터라, 많은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물찻오름당시 취재했던 물찻오름 ⓒ 김강임


그런데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우선 이정표도 없는 감춰진 곳을 찾아가다 보니 무섭고 길을 헤매기 일쑤였습니다. 특히 힘들게 발품 팔아 기사를 올렸는데 제주 독자들로부터 지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기사를 내려라', '찾아가는 길 삭제하라'는 등의 댓글은 물론, 협박 쪽지도 많았습니다.

외지인들은 이미 알려진 관광지가 식상해 숨어있는 제주비경이 궁금했으나, 제주 토박이들은 자연과 생태를 보호해야 하는 처지니 이런 글이 반가울 리 없던 거지요. 그 대표적인 곳이 물찻오름과 섭지코지입니다. 결국 물찻오름은 휴식년제에 들어갔고, 관광객들로 발길에 흙먼지 날리던 섭지코지는 개발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님께서 인터넷에 올린 글 때문에 한동안 홍역을 치르고 지금도 치르고 있는 섭지코지가 고향인 사람입니다. 알게 모르게 결국에는 다 알게 되는 정보들이지만 꼭 필요한 아니 자연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만이 찾아가는 그런 아름다움이 남아 있는 곳을 지켜주는 것이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결국 이런 자료의 공개로 제주의 비경으로 몇 안 되게 남아있던 아부오름이나 섭지코지가 사람들의 무차별한 발길로 망가져 버렸습니다. 특히 지금 님께서 공개하고 있는 곳은 생태적으로도 보존, 보전되어야 할 중요한 곳인데 이 곳이 다시 사람들의 무차별적인 발길에 훼손되지 않을까 하여 걱정이 앞섭니다. 해서 주제 넘은 얘기 같습니다만 적어도 찾아가는 길은 삭제해 주셨으면 합니다.
- 기사에 달린 댓글

▲ 흙먼지 날리는 당시 섭지코지 ⓒ 김강임


▲ 취재 당시 섭지코지 ⓒ 김강임


아름다운 곳을 찾는 마음이야 누가 탓하랴. 너 같은 멍텅구리 때문에 자연을 훼손시키고 싶지는 않다.   
- 기사에 달린 댓글

서귀포층 패류화석유명관광지에 숨겨진 서귀포층 패류화석은 250만년전 시생대 비밀창고 ⓒ 김강임


서귀포 예래동 환해장성기단은 있으나 성벽이 무너져 가는 환해정성 ⓒ 김강임


정체성 혼란으로 과도기... 그만 쓸까?

이런 댓글과 쪽지를 자주 접하면서 그만 쓸까 고민하게 됩니다. 스스로 걸러내게 되면서 정체성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글에서 예민한 대목을 '삭제할까, 말까' 망설이는 내 자신을 발견한 것입니다.   

결국 전 기사쓰기를 중단했습니다. 이 과도기를 극복하게 한 것은 어느 독자의 관심이었습니다. 어느 날 점심시간이었습니다. 같이 점심을 먹던 선생님이 제게 이런 질문을 던지더군요.

"요즘 왜 기사 안 쓰세요?"
"예?  어느 기사요?"
"오마이뉴스 여행기사 말입니다.  김 기자님이 쓰시는 여행기사 읽고 저는 집사람과 그 기분으로 여행지를 찾아갑니다. 그런데 요즘은 기사가 안 올라오더군요."
" 그 기분요?"
"내가 느끼지 못하고, 토박이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여행 경험 말입니다."

그때 '여행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내 기사를 기다리는 독자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 서귀포70경 소낭머리 ⓒ 김강임


갖고 있는것을 버리는 작업 쉽지는 않지요. 조망이 아름다운 곳 . 이 겨울에 한번쯤 찾아가고싶은 곳이네요. 바위틈에 피어있는 야생화가 특히 인상 깊습니다. 님의 여행 기사를 통해 제주의 구석구석을 볼 수 있군요. 떠나지 못하는 자들의 옹졸함을 용서해 주시고 의미있는 말들이 많이 담겨 있어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군요. 다음에는 어디를 떠나실건지? 다음 기사가 기다려집니다.
- 기사에 달린 댓글

이후 오마이뉴스에 계속 기사를 쓰다 보니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고 방송에도 출연하게 됐습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얻은 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려니오름 등반로사려니오름 등산로 ⓒ 김강임


그동안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하다가 그만 둔 기자들이 상당히 많더군요. 이 분들에게 감히 이런 말을 전합니다. '자신만의 기사 브랜드를 하나씩 가지라'고 말입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는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기사쓰기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취재 여건도 열악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관심 분야는 다릅니다.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소재, 언제든지 취재가 가능한 자신만의 브랜드는 부담을 덜어 줍니다. 그래서 제 자동차 트렁트에는 늘 운동화와 카메라가 실려 있습니다. 자투리 시간이 나면 전 부담 없이 길을 떠납니다. 그 떠남이 곧 제 브랜드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편집부 기자님들이 오셨으니 한 말씀드립니다. 시민기자가 쓴 의도와는 달리 편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독자의 흥미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자가 쓴 의도에서 벗어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바꿀 때는 글 쓴 기자와 협의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여 기사 가치를 판단할 때 여러 잣대가 있겠지만, 어느 때는 '이 기사가 톱에 올라갈 만한가?'하는 의문을 품은 적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자들을 우대하는 것도 좋지만, 부디 공평성과 보편성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열린 세상을 꿈꾸는 시민기자들은 진화된 미디어를 꿈꾼다는 사실,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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