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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검사들, 검찰 수뇌부 사퇴 요구

일선지검 긴급회의, 집단 반발 움직임... "수사권 조정 책임지는 모습 보여라"

등록|2011.06.30 08:27 수정|2011.06.30 08:27
[서울=이웅 나확진 임수정 기자] 검찰 수뇌부가 국회의 일방적인 검·경 수사권 조정안 수정과 관련, 거취를 고심하는 가운데 평검사들이 책임론을 제기하며 수뇌부의 사퇴 결단을 요구, 파장이 예상된다.

29일 복수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귀남 법무장관, 김준규 총장이 서명한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되자 검찰 내부에서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미온적 대응을 성토하는 책임론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부산지검의 한 검사는 이날 오후 검찰 내부전산망인 `이프로스(e-pros)'에 올린 글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조직을 대표하는 지휘부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이 조직의 선배에 대해 너무 불충스럽다는 것을 알지만, 검찰제도를 지키고 싶은 검사로서 감히 말씀을 올린다"며 신중하게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이제 와서 너무 늦은 거 아니냐는 의견도 있을 수 있고 이럴 때일수록 조직의 대표가 더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지만, 검사들의 최고 어른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며 지도부의 단호한 결단을 거듭 요구했다.

일선 검찰청의 다른 검사는 "국회 본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수정된 절충안이 통과되면 검찰총장과 법무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평검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합의안 도출 과정에서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는 등 수사 현실을 고려해 충분한 양보를 한 만큼 수뇌부가 더 이상 후퇴하는 일은 미연에 방지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경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진정되는 듯했던 사태가 다시 악화되면서 검찰 내부 분위기가 수뇌부 책임론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검찰 측 협상팀을 이끌던 홍만표(52.사법연수원 17기) 대검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의 사의 표명도 책임론 확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전방에서 협상을 수행한 책임자로서 검찰에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합의안이 수정된 데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것이다.

이날 인천지검, 의정부지검 등의 평검사들이 잇따라 긴급회의를 열고 절충안을 강력히 비판하는 한편 수뇌부 책임론을 진지하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지검도 평검사회의를 준비하고 있으며 서울남부지검은 검사장 주재로 전체회의를 갖고 국회의 일방통행에 단호히 대응할 것을 주문하는 의견서를 작성해 대검에 전달하기로 했다.

전국의 다른 평검사들도 비공식 모임을 갖고 절충안을 성토하며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검사는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검찰에 치욕으로 남을 일"이라며 "검찰이 이렇게 무시당하고 모욕당해도 아무 말도 못하는 그런 조직으로 전락해 버린 것인가요"라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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