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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드니..."

[인터뷰] 전국한우협회 여수지부장 박계수씨

등록|2011.06.30 17:56 수정|2011.06.30 17:56

▲ 전국한우협회 여수지부장 박계수씨가 소에게 사료를 주고 있다 ⓒ 오문수


"구제역이 발생하기 전 한우 2등급 기준(550㎏) 암소고기가 산지에서 500~600만원 하던 것이 현재는 250~350만원까지 떨어졌어요. 그런데 정육점과 식당에서는 한우쇠고기 값이 그대로이니 한우를 먹겠어요? 게다가 한미 FTA체결과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허가로 농민들은 죽을 맛입니다. 보건복지부, 농림수산식품부, 농·축협이 합심해 노력해야 하는데 모두가 문제입니다. 결국은 대한민국 정부의 문제죠."

여수 시내에서 10분 거리인 덕양에서 소 60마리와 말 6마리를 키우는 박계수씨는 분노하고 있었다. 그는 전국한우협회 여수지부장을 맡고 있다. 15년 동안 농장을 경영한 그도 과거엔 농업 관련 공무원이었다. 따라서 어느 누구보다도 더 정부 쪽을 두둔할 줄 알았는데 더욱 비판의 날을 세운다. 반면 전문가답게 한우고기 소비가 떨어진 이유를 구체적으로 들었다.

"광우병이 발생했는데도 굴욕적인 외교를 한 정부와 농민들에게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는 정치권을 향해 농민들이 7월 중순부터 대정부 항의를 시작할 것입니다."

"60여 마리나 되는 한우를 혼자 기르기에 벅차지 않느냐?"는 질문에 "외부적 요인이 힘들지 내부적으로 힘들지는 않아요"라며 "국민들이 한우를 사랑해줘야 농민들이 산다"며 안타까워했다.

"농촌은 산소와 공기를 정화하고 기호보호에 도움을 주는 어머니 같은 곳입니다. 한우와 연관된 산업에 종사하는 인원이 400만명이에요. 도시에 사는 분들이 농촌을 사랑해줘야 합니다. 농민들은 경제적으로 참 힘들어요. 도시인들이 농민을 외면하면 농촌이 망하고 농촌이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합니다."

구제역 파동 당시 전국에서 350만 마리의 가축을 매몰 처리했다. 그 중 3만 5천마리가 한우였는데 매스컴에서는 포커스를 한우에 맞춰 보도해 한우 소비를 기피하게 만든 것도 한 원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열변을 토하던 그가 한우 사육 농민들이 어려운 점에 대해 4가지로 진단하고 대안도 제시했다. 다음은 그가 주장하는 '한우 농가들의 요망사항'이다.

▲소 사육두수 조절 - 농촌에서 돈 되는 방법 중 하나는 소 키우기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소를 기우고 정년 퇴직자도 나섰다. 전국민에게 적정한  한우 수는 250만 두다. 농가에서는 저능력우를 도태시키고 사육상한제를 구상 중이다. 사육상한제란 농가당 300마리 미만으로 소를 사육하는 걸 말한다.

▲구제역 백신 접종 후 국민들이 한우쇠고기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이 와중에 한우 소고기 값은 떨어지지 않으니 수입 소고기를 찾는다. 따라서 한우소고기 값을 할인해야 한다. 특히 대형유통업체와 농·축협, 정육점 등에서 특별할인을 실시하고 대기업과 협력하여 기업연계 소비 진작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군납이나 학교급식 확대도 추진 가능한 방안 중 하나다. 구제역 등으로 인한 소비위축을 범정부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 특히 전라도와 제주도에서는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는데도 똑같이 취급한다.

▲사료값 상승 - 국제유가와 곡물 작황이 나빠져 사료값이 상승했다. 구제역 당시에 비해 25%가 상승해 인상요인 모두가 농민에게 전가되어 소 1마리당 140만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사료값 인상분에 대한 경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FTA 체결과 캐나다산 수입쇠고기 수입허가로 농민들은 힘들다.  FTA체결로 대기업에 돌아가는 이익의 일부라도 농민들에게 환원해야 하는데 배려하지 않으니 노동자 농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범정부적 소비촉진 정책이나 행사가 필요하다. 특히 농협은 특단의  노력이 요구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4분기('11.3) 한·육우 사육수가 248만1천마리이고 산지 쇠고기 값도 내렸다. 이는 전분기(´10.12) 보다  4만 1천마리(1.4%)가 감소한 수치이며 산지 쇠고기값도 25~40%나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우고기 값이 내리지 않고 한우소비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농촌에서는 솔직히 해먹을 작목이 없어요. 그래서 너도나도 소를 키우는데 이마저도 이렇게 힘드니…. 농가에서 자기자본으로 농장을 할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어요."

위생적인 방법으로 소를 생산하고 국민들이 사랑해 주면 축산업의 전망도 어둡지 않다는 게 그의 지론이지만 그의 말엔 힘이 없었다. 며칠 전 여수축협에서 벌인 한우 반값 할인 판매 행사(6월 23~24)에서는 소고기가 없어서 못 팔았다. 행사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덧붙이는 글 '희망제작소'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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