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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집단 일제고사 첫 거부 "체험학습 할래요"

경북 다부초 6학년 전체 학부모, 오는 12일 일제고사일에 체험학습 계획

등록|2011.07.01 14:17 수정|2011.07.01 14:17

▲ 지난 6월 21일 경북 다부초 학부모회가 이 학교에 전달한 서명지. ⓒ 윤근혁




오는 12일 일제고사(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앞두고 경북에 있는 한 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 전체가 시험 당일 체험학습을 결의했다. 교사가 아닌 학년 전체 학부모가 일제고사 거부를 결정한 것은 일제고사가 생긴 2008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1일 경북 칠곡군에 있는 다부초와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다부초 학부모회는 지난 6월 21일 일제고사 거부와 시험 날 체험학습을 요청하는 40여 가구의 학부모 서명용지를 이 학교 교장에게 전달했다.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6월 23일 치른 경북 일제고사(학력실태조사)와 7월 12일 치르는 국가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진행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학교 이재노 학교운영위원장은 "전체 가구 가운데 2가구만 빼고 모두가 서명에 참여했고 참여하지 않은 가구도 23일 일제고사에 자녀를 보내지 않고 체험학습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12일 예정된 일제고사 대상인 6학년은 전체 11가구 모두 일제고사 거부 서명지에 이름을 올렸다.

학부모들은 '도학력 실태조사 및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란 제목의 서명지에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우리 학교의 교육 방향과 학부모, 학생들의 요구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 시험 당일 다른 교육활동(체험활동 등)으로 대체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적었다.

실제로 지난 달 23일 치른 경북 일제고사 때는 대상자인 3∼6학년생 42명 전체가 학교에 등교하지 않았다. 대신 학부모회 주관으로 체험학습을 진행했다. 그러나 '체험학습' 승인을 거부한 이 학교 강아무개 교장은 해당 학생 전체를 '사고 결석'으로 처리했다.

이 학교 6학년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곽선경 학부모회장은 "우리학교는 문화예술 교육을 중시하면서 시험 스트레스 없이 즐거운 교육을 해왔다"면서 "그런데 일제고사가 실시되면 이 시험에 집중해 교육과정의 맥이 깨지고 개성을 무시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 분명해 학부모 전체 회의를 거쳐 체험학습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종철 학교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은 '전교조 교사가 사주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오로지 우리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결정한 일"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전체의 일제고사 거부'라는 초유의 사태에 다부초와 경북교육청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다부초 최아무개 교감은 "우리는 도교육청에서 지시하니까 시험 보는 날 체험학습 허가를 내줄 수 없다"면서 "당일에 체험학습을 하면 사고 결석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도 "교과부가 올해부터는 일체의 체험학습을 불허해서 규정대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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