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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이기는 법? 이걸 먹어봐

[푸드 스토리9] 둘쎄 데 레체, 달콤한 세계화

등록|2011.07.01 15:13 수정|2011.07.01 15:13
더운 날씨에 다들 별고 없으신가요? 밤이면 근처 늪에서 개구리가 꼬록꼬록 우는 소리가 막 들리는 거 보니 진짜 한여름으로 쑥 들어온 기분이네요. 요즘처럼 더운 날씨로 기운이 축축 처질 때, 어느 정도의 당분은 몸의 컨디션 조절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이글거리는 아르헨티나의 달콤한 디저트, 둘쎄 데 레체를 소개해 드리겠어요.

둘쎄 데 레체. ⓒ 조을영


둘쎄 데 레체를 우리말로 굳이 표현하자면 '달콤한 우유' 정도 라고 해두죠. 우리가 흔히 먹는 밀크 캐러멜과 같은 맛인데요, 더 쉽게 말하자면 어린 시절에 친구들이랑 학교 앞 문방구 앞에 쪼그려 앉아 먹던 '달고나' 있죠? 그거랑 매우 흡사한 맛이랍니다.

우유에다 설탕을 넣고 장시간 끓였기 때문에 부드러운 질감과 그윽한 밀크향, 설탕의 달콤함이 어우러져 세계인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는 둘쎄 데 레체! 아르헨티나 관광 책자에 빠지지 않고 등장할 만큼 관광 음식 1호로 자리매김했고 세계화에도 성공한 식품이랍니다.

방법만 알면 누구나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둘쎄 데 레체! 필요한 재료라고는 설탕과 우유 뿐이라서 더 반가운 음식이랍니다.

둘쎄 데 레체 재료. ⓒ 조을영


만드는 법은 다음과 같아요.

1.설탕과 우유 준비

설탕과 우유를 100:10 비율로 준비하세요. 색상을 보다 진하게 내고 싶으면 흑설탕이나 황설탕을 사용하는 게 좋아요.

우유와 설탕을 넣어서 끓이기. ⓒ 조을영


2. 우유와 설탕을 섞어서 끓이기

분량의 우유와 설탕을 냄비에 넣은 후, 죽을 쑤는 것처럼 계속 저어주세요. 온도가 올라갈수록 끓어넘치게 되므로 불 조절을 잘해야 해요. 깊이있는 냄비나 들통을 사용하면 끓어넘침을 예방 할 수 있어요. 보다 깊은 색상을 원한다면 커피가루를 추가해도 좋아요. 색다른 향기를 원한다면 계피가루를 넣어도 돼요.

완성된 둘쎄 데 레체. ⓒ 조을영


3. 완성된 둘쎄 데 레체

잼 정도 묽기가 되었을 때 불에서 내려주세요.

어떤가요? 너무 간단하죠? 작은 잼 병에 담을 양이라면 20분 만에 뚝딱 완성됩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이 맛에 푹 빠져서 식후의 디저트로 그냥 푹푹 떠먹기도 하고, 커피에 설탕과 프림 대신 넣어먹기도 합니다.

빵이나 비스킷에다 발라도 먹고, 과자와 과자 사이에 발라서 먹기도 합니다. '알파호르' 라는 아르헨티나 전통과자에도 둘쎄 데 레체가 들어가요. 잼을 넣은 것도 있지만 둘세 데 레체를 넣은 게 더 많은 인기를 얻는답니다. 문화면에서 연재하고 있는 저의 소설 '동굴 속의 탱고'에도 살짝 언급돼 있어요.

과일을 싫어하는 아이가 있다면 둘쎄 데 레체를 조금만 얹어서 먹여보세요. 그리고 좀 덜 익었거나 맛이 떨어지는 과일 위에 뿌려주면 그 단점을 커버해주는 것도 둘쎄 데 레체의 역할 이랍니다.

어느 과일에 올려도 상관없지만 부드러운 질감의 바나나, 망고, 메론과 특히 잘 어울려요. 밋밋한 빵과 과자에 데코레이션을 하고 싶다면 둘쎄 데 레체를 얹고 견과류를 그 위에 살짝 얹어보세요. 특히 베이글이나 식빵 같이 담백한 제과에 발라 먹으면 그 맛이 한결 살아난답니다.

둘쎄 데 레체를 얹은 과자와 과일. ⓒ 조을영


둘쎄 데 레체가 탄생한 아르헨티나는 아름다운 건축물과 탱고로도 유명하지만 음식도 관광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는 곳입니다. 소고기가 워낙 흔해서 인구 수보다 소의 수가 더 많은 나라. 오랜 옛날에 말을 타고 초원 위를 달리던 카우초(아르헨티나 카우보이)들이 말을 매둘 데가 없으면 총을 꺼내서 소를 한 마리 쏴 죽인 다음, 그 죽은 소의 몸뚱아리에 밧줄을 묶어 자신이 타고 온 말을 매어 둘 정도로 소가 흔했던 나라랍니다. 그리고 지금은 싼 가격에 소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곳이면서 둘쎄 데 레체 라는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디저트로도 잘 알려진 나라입니다.

아이스크림 메뉴에도 빠지지 않는 둘쎄 데 레체! 하겐*즈를 비롯한 여러 아이스크림 브랜드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로 사랑받고 있는 맛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음식의 세계화는 뜻밖에 간단한 메뉴에서도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우리의 비빔밥을 폄하하자 국민적 반감으로 불타오르던 일화, 떡볶이의 매운 맛을 중화시킨다며 이태리 크림스파게티 소스를 넣은 떡볶이로 세계화를 외치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인 듯 해요.

머핀 위의 둘쎄 데 레체심플한 머핀에 둘쎄 데 레체를 얹고 견과류로 장식한다. ⓒ 조을영


둘쎄 데 레체. ⓒ 조을영


그러니 음식의 의미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대다수 세계인의 입과 눈을 사로잡을지, 음식의 본 의미가 살아있는지 부터 파악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리고 둘쎄 데 레체처럼 흔하지만 맛있는 음식이 세계화 되는 것을 보니, 우리도 그와 비슷한 '달고나'를 세계화 하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하는 유쾌한 상상도 해봅니다. '달고나' 하면 맛도 맛이지만 그 안에 어린 시절의 훈훈한 스토리도 담겨있고, 연탄 불 위에서 국자 놓고 만들어 먹는 재미가 외국인들에게도 좋은 체험이 될 수 있다고 나름 생각해 봅니다.

한국의 김치 맛이 집집 마다 전부 다르듯이 아르헨티나의 둘쎄 데 레체도 그렇답니다. 우유와 설탕만 넣고 끓이는 집이 있는가 하면 연유, 생크림을 넣는 집도 있고, 계피가루를 넣어서 좀 더 고급스런 풍미를 즐기기도 한답니다. 이렇듯 다양한 맛을 가진 덕분에 고열랑이란 걸 알면서도 그 맛에 반해 푹푹 떠먹는 사람들이 많은 음식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용범위도 무궁무진해서 활용도가 너무너무 많은 식품이랍니다.

둘쎄 데 레체. ⓒ 조을영


보다 맛있게 먹으려면,

1. 빙수에 연유 대신 둘쎄 데 레체를 올리면 색깔과 맛이 고급스러워져요.
2. 우유에 둘쎄 데 레체를 넣으면 향긋한 캐러맬 우유.
3. 홍차에 둘쎄 데 레체를 넣으면 맛있는 밀크티가 만들어져요.

참! 둘쎄 데 레체는 우유를 재료로 쓰기 때문에 보관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요. 변질되지 않게 반드시 냉장보관을 하시고요, 적어도 2주 안에 다 드실 수 있는 분량만 만들어야 해요. 커피 마실 때 마다 너무 행복하게 꺼내보는 둘쎄 데 레체. 오늘은 조금 덜어서 커피숍에 들고 갔어요. 그리고 아메리카노에 살짝 타서 마셨더니 향긋하게 피어오르는 향에 너무 맛있게 커피를 마시며 행복해했답니다. 가게 주인은 그게 뭔가 싶어 묻더군요.

커피에 둘쎄 데 레체 넣기. ⓒ 조을영


너무 간편한 레시피지만 시간이 잘 안 나시는 분들은 더 쉬운 방법이 있으니 이걸 활용해 보세요. 마트에 가서 캔에 든 연유를 하나 구입하세요. 그리고 냄비에 물을 가득 담고 밀봉된 캔을 그 안에 집어넣으세요.

이때 반드시 캔이 물에 푹 잠기도록 냄비에 물을 가득 부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스에 불을 켜고 다른 볼 일을 보시면서 3시간 정도 끓여주시면 됩니다. 대신 중간 중간 냄비의 물이 모자라지 않게 보충해 주시고요.

불을 끈 후 상온에서 캔을 식히고 몇 시간 후에 캔 뚜껑을 열어보세요. 윤기 좔좔 둘쎄 데 레체가 방긋 웃고 있을테니까요. 맛있다고 너무 많이 드시면 살찌니까 조금씩 아껴가며 드시고 이웃에도 선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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