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가 멧돼지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 우리 마을도 산자락의 밭에는 고구마를 심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숙지원은 길가에 있고 민가와 이웃한 땅이라고 하지만 한 면이 산과 접하였기에 해마다 고구마를 심으면서도 멧돼지로부터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돈 안 되는 텃밭농사 수준에 철조망을 휘둘러 감추기도 그렇고, 농작물 재해보험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다만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랐을 뿐이다. 그런데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괭이로 헤집은 듯 파헤쳐지고, 그 주변에는 아직 피지 못한 백합이 널부러져 있었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해코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보이지 않은 누군가를 상대로 분통을 터뜨리며 숙지원을 점검하던 우리 눈에 들어온 고구마 밭의 풍경을 보면서 "맙소사!"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이제 겨우 뿌리를 내린 고구마밭 여기저기를 뒤집어 놓은 것은 멧돼지의 소행이 분명했다.
그러나 고구마밭을 헤집은 것은 보았지만 백합 뿌리를 캐 먹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마을 노인들에게 물었더니 백합을 키워본 적이 없다는 대답이었다. 다만 잡식성이 멧돼지는 산자락의 대밭에 죽순도 남겨두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그로 미루어 보면 백합의 알뿌리를 먹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농촌에서 멧돼지에 의한 농작물의 피해는 심각한 정도를 넘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멧돼지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농민들이 하소연 할 곳이 없다는 점이다. 농민들에게 권하는 농작물 재해보험이 있지만 가난한 농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한 번 가입하면 계속 보장되는 보험이 아니라 당해 연도의 농작물 피해에 한정하는 보험이기 때문에 소득이 괜찮은 농민들에게도 부담스럽다고 한다. 우리역시 보험 가입을 않았기에 보험회사의 도움을 바랄 수 없다.
그렇다고 정부의 직접 도움을 바랄 형편도 아니다. 산사태, 홍수 등과 같은 이유로 농작물이 피해를 받은 경우에도 100평 이상의 피해를 입었을 경우만 보상한다는 규정도 우리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 년 전 마을의 노인이 피해를 입었기에 신고를 했더니 읍사무소에서 나온 공무원은 100평이 안 된다며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데 아마 우리역시 읍사무소에 신고를 해도 보상은 무망할 것이다. 금년 음력 6월의 토정비결이 나빴다고 포기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경험 많은 노인들의 말에 의하면 멧돼지는 한 번 눈여겨봐둔 곳은 집요하게 달려든다고 한다. 그러니 금년 고구마 농사를 포기하고, 그 자리에 콩이나 심으란다. 가을 수확을 앞두고 당했다면 속이 더 상했을 것이다. 때문에 지금 당한 것만도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홍수, 가뭄, 냉해 등 자연재해는 농민들에게 어쩔 수 없는 재앙이다. 농작물을 초토화시키는 갖가지 병충해는 농민들의 일차적인 적이다. 거기에 지금 산간 농촌 마을에서는 타협이 불가능한 멧돼지라는 또 하나의 적과 대치하고 있다.
요즘 숙지원 농사는 종잡을 수 없다. 잘 자라 열매를 맺던 토마토와 가지가 갑자기 죽어가는 바람에 걱정이었는데 다시 우리의 주력 작물인 고구마까지 멧돼지에게 당하고보니 앞날의 걱정이 더 크다.
토마토와 가지는 가지과에 속하는 식물이라 연작을 피하는 것인데 그걸 모르고 작년에 고추 심었던 자리에 그것들을 심은 것이 문제였다. 그런데 연작의 피해는 무식한 탓에 실패한 경우라고 하지만 멧돼지에게 당한 일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철조망을 치지 않은 등 대비하지 못한 점이 문제인가 아니면, 멧돼지가 좋아하는 고구마를 심은 것이 문제인가. 이래도 저래도 전적으로 나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 이제 고구마를 지키고자 한다면 숙지원 주변에 담장을 쌓든지 아니면 멧돼지가 다니는 길에 덫을 놓던지 그도 아니면 총이라도 구입하여 가족이 교대로 잠복근무라도 해야 하는가!
이제 숙지원에서도 고구마 농사는 멧돼지의 눈치를 봐야하는 현실이 되었다. 멧돼지가 얼마나 남기느냐가 고구마 농사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생각하니 실없이 피식피식 웃음만 나온다. 해학적인 그림 속에 서있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돈 안 되는 텃밭농사 수준에 철조망을 휘둘러 감추기도 그렇고, 농작물 재해보험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다만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랐을 뿐이다. 그런데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 멧돼지의 습격을 받은 백합밭미쳐 피지 못한 꽃봉오리도 보인다. ⓒ 홍광석
괭이로 헤집은 듯 파헤쳐지고, 그 주변에는 아직 피지 못한 백합이 널부러져 있었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해코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보이지 않은 누군가를 상대로 분통을 터뜨리며 숙지원을 점검하던 우리 눈에 들어온 고구마 밭의 풍경을 보면서 "맙소사!"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이제 겨우 뿌리를 내린 고구마밭 여기저기를 뒤집어 놓은 것은 멧돼지의 소행이 분명했다.
그러나 고구마밭을 헤집은 것은 보았지만 백합 뿌리를 캐 먹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마을 노인들에게 물었더니 백합을 키워본 적이 없다는 대답이었다. 다만 잡식성이 멧돼지는 산자락의 대밭에 죽순도 남겨두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그로 미루어 보면 백합의 알뿌리를 먹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 고구마밭멧돼지에 의해 파헤쳐진 고구마밭 일부 ⓒ 홍광석
농촌에서 멧돼지에 의한 농작물의 피해는 심각한 정도를 넘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멧돼지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농민들이 하소연 할 곳이 없다는 점이다. 농민들에게 권하는 농작물 재해보험이 있지만 가난한 농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한 번 가입하면 계속 보장되는 보험이 아니라 당해 연도의 농작물 피해에 한정하는 보험이기 때문에 소득이 괜찮은 농민들에게도 부담스럽다고 한다. 우리역시 보험 가입을 않았기에 보험회사의 도움을 바랄 수 없다.
그렇다고 정부의 직접 도움을 바랄 형편도 아니다. 산사태, 홍수 등과 같은 이유로 농작물이 피해를 받은 경우에도 100평 이상의 피해를 입었을 경우만 보상한다는 규정도 우리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 년 전 마을의 노인이 피해를 입었기에 신고를 했더니 읍사무소에서 나온 공무원은 100평이 안 된다며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데 아마 우리역시 읍사무소에 신고를 해도 보상은 무망할 것이다. 금년 음력 6월의 토정비결이 나빴다고 포기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경험 많은 노인들의 말에 의하면 멧돼지는 한 번 눈여겨봐둔 곳은 집요하게 달려든다고 한다. 그러니 금년 고구마 농사를 포기하고, 그 자리에 콩이나 심으란다. 가을 수확을 앞두고 당했다면 속이 더 상했을 것이다. 때문에 지금 당한 것만도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홍수, 가뭄, 냉해 등 자연재해는 농민들에게 어쩔 수 없는 재앙이다. 농작물을 초토화시키는 갖가지 병충해는 농민들의 일차적인 적이다. 거기에 지금 산간 농촌 마을에서는 타협이 불가능한 멧돼지라는 또 하나의 적과 대치하고 있다.
▲ 토마토연작의 피해를 입은 토마토. 가지 고추 토마토가 같은 가지과에 속한 줄 몰랐다. ⓒ 홍광석
요즘 숙지원 농사는 종잡을 수 없다. 잘 자라 열매를 맺던 토마토와 가지가 갑자기 죽어가는 바람에 걱정이었는데 다시 우리의 주력 작물인 고구마까지 멧돼지에게 당하고보니 앞날의 걱정이 더 크다.
토마토와 가지는 가지과에 속하는 식물이라 연작을 피하는 것인데 그걸 모르고 작년에 고추 심었던 자리에 그것들을 심은 것이 문제였다. 그런데 연작의 피해는 무식한 탓에 실패한 경우라고 하지만 멧돼지에게 당한 일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철조망을 치지 않은 등 대비하지 못한 점이 문제인가 아니면, 멧돼지가 좋아하는 고구마를 심은 것이 문제인가. 이래도 저래도 전적으로 나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 이제 고구마를 지키고자 한다면 숙지원 주변에 담장을 쌓든지 아니면 멧돼지가 다니는 길에 덫을 놓던지 그도 아니면 총이라도 구입하여 가족이 교대로 잠복근무라도 해야 하는가!
이제 숙지원에서도 고구마 농사는 멧돼지의 눈치를 봐야하는 현실이 되었다. 멧돼지가 얼마나 남기느냐가 고구마 농사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생각하니 실없이 피식피식 웃음만 나온다. 해학적인 그림 속에 서있는 기분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겨레 필통, 귀농사모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