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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단수사태 재발, 소 잃고도 외양간 안 고친 셈

낙동강 해평취수장은 이미 기능 상실... 비산취수장도 우려

등록|2011.07.04 17:34 수정|2011.07.04 17:34

차량이동을 막는 수자원공사 직원들7월 1일 기자회견 참석차 이동 중 수자원공사 직원들로 보이는 이들이 차량의 이동을 일방적으로 막고 있습니다. ⓒ 안철



기억하실런지요? 5월 8일 새벽 낙동강 해평 취수장 붕괴로 5일간 단수사태가 발생했었습니다. 원인은 4대강사업으로 인한 과도한 준설이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할지 정부는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2009년 정부가 발행한 '4대강사업으로 인한 취수원 확보방안'이란 문건에는 구미 해평취수장에 관한 대략 이런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해평취수장의 경우, 4대강사업이 지금과 같이 시행될 때, 취수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평취수장의 횡단관로 유실현장. 준설에 따른 유속 및 쇄굴력 분석의 부족으로 횡단관로를 유실했다. 4대강사업의 전형적인 설계부실이다 ⓒ 안철



2009년 정부의 예언적 지적 때문인지, 역시 해평취수장에서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낙동강 본류의 대규모 준설로 취수장의 물막이가 낮아진 것입니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가물막이를 설치해 취수작업을 지속했지만, 가물막이는 적은 양의 봄비에 유실되었고, 5일간 단수라는 극단적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발언하는 박창근 관동대 교수낙동강 해평취수장 횡단관로 유실의 문제점을 공학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박창근 관동대 교수(시민환경연구소 소장/환경연합 4대강특위 위원장) ⓒ 안철



약 한 달 뒤인 6월 30일, 이와 같은 사건은 또 발생했습니다. 해평취수장에 새로 설치한 낙동강 횡단관로의 유실로 다시 단수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새로 설치한 관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니, 엄청난 충격입니다. 새롭게 공사한 낙동강 횡단관로 구간에서 벌어진 사고는 4대강사업이 해평취수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소 잃을 것을 알고 있었을 뿐더러, 소 잃어버리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아닐까요.

단수사건으로 신바람난 살수차낙동강 해평취수장 횡단관로 유실로 800여 가구 및 구미 4공단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자원공사의 대비책으로 살수차가 대규모로 동원되어있었다. ⓒ 안철



7월 1일 긴급 기자회견을 현장에서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들른 해평취수장과 비산취수장 또한 여러 가지 문제점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낙동강 해평취수장 1차 유실현장. 현장을 확인해본 결과 취수장의 수문 유실 및 하천의 우안이 유실되는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 안철



해평취수장은 장마 초기에 수문을 유실했고, 준설로 물길이 바뀌면서 취수장에 물이 공급이 되지 않아 어떤 대책도 없이 취수장 바로 앞에서 준설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해평취수장, 즉 낙동강 우안으로는 모래톱이 대규모로 유실되고 있는 현장도 발견했습니다.

취수장 앞 준설작업?낙동강 해평취수장 수문 앞 준설현장. 시민들이 마시는 물을 긷는 장소 앞에서 준설작업이 한창이다. 이미 한차례 단수사태를 겪고 상류쪽에서 많은 물이 유입되지 못하게 막았지만, 그로인해 취수장앞에서는 모래가 쌓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현장관계자는 응집제가 있어서 괜찮다고 말한다. 수질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응집제에는 알루미늄 성분이 대부분이라 시민이 마시는 물은 심리적으로 괜찮을지는 모르겠다. ⓒ 안철



비산취수장으로 가니 좀 곤란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비산취수장의 물막이가 늘어난 유량과 유속 때문에 절단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전체 물막이 중 1/4 정도가 유실되었고, 장마철 집중호우 시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보였습니다. 사실상 비산취수장의 정상적인 운영 자체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관계 당국자는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비산취수장 일부 기능 유실사석 및 시트파일로 물막이 공사를 마쳤지만, 하얗게 물보라가 치고 있는 부분이 유실되었다. 일상적인 장마가 아닌 집중 장마시 어떤 영향이 있을지 의문이고, 하천 좌안으로 쓸려간 모래톱(맞은편)이 위태로워보인다. ⓒ 안철



구미시는 비산취수장에 일부러 물꼬를 틔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트파일의 휘어진 정도를 볼 때, 일부러 한 것 같지 않다는 것이 박창근 관동대학교 교수(시민환경연구소 소장, 환경연합 4대강특위 위원장)의 주장입니다.

4대강사업의 사건 사고는 이제 시작입니다. 그동안에 정부에서 유야무야, 어찌됐건 무마를 시켰지만 이제 그런 전략은 활용하기 힘들 것입니다. 4대강사업의 핵심인 보와 준설의 공정률이 90%를 넘겼고 4대강사업의 완공식을 준비한다는 요즘, 정부와는 반대로 국민들은 4대강의 홍수 저지 능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경기도의회 4대강 그랜드오픈행사 자료홍수가 일어나고, 멀쩡했던 다리가 무너지는 요즘. 정부에서는 한창 완공식 기념행사 준비가 한창이다. 국민은 불안한데, 정부는 배짱만 부리고있다. ⓒ 안철



더불어서 4대강사업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어디까지 튈 것인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구미 해평취수장과 비산취수장의 문제는 낙동강 구미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4대강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모든 유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입니다.

무너진 왜관철교무너진 호국의 다리, 왜관철교의 흉칙한 모습.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뒤쪽의 왜관교도 교각보호공을 하지 않았다. ⓒ 안철



4대강본류의 지나친 준설로 멀쩡했던 다리를 무너지게 만들었습니다. 잘 사용하고 있던 낙동강 취수장은 제 기능을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본류의 지나친 준설로, 불안정했던 지천의 홍수 위험은 더 커지고 있고, 지천의 다리 또한 위험합니다.

정부는 4대강사업이 홍수 예방에 탁월하다고 합니다. 4대강사업은 만고의 진리이자, 신성불가침 영역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의문입니다. 4대강사업으로 뭐가 어떻게 좋아지는지요. 애초에 별 피해 없었던 본류에 홍수 예방이 웬 말일까요? 오히려 국민들의 피해를 요구하는 '막돼먹은' 사업이 아닐까요? 취수장의 피해가 발생할 줄 알고 있었으면서, 정부는 왜 4대강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일까요? 
덧붙이는 글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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