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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승자는 '친박 좌클릭' 유승민

예상 못한 2위 당선...달라진 친박계 위상 반영

등록|2011.07.04 21:17 수정|2011.07.04 21:17

▲ 4일 오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유승민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 남소연


7·4 한나라당 전당대회 최대의 승자는 당 대표가 된 홍준표 의원이지만, 또 한명의 승자는 총 득표수 2위를 차지해 최고위원에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다.

당초 유 의원은 4위 혹은 5위가 예상됐었다. 캠프 내부에서는 3위를 하면 대성공이라고 했었다. '친박계 유일 후보'여서 친박계의 표를 모을 수는 있지만, 일반인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게 한계였다.

유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에 이어 박근혜 전 대표 대선캠프의 핵심브레인으로 활약했지만, 지난 2007년 경선 패배 이후 국회 상임위 활동과 대구시당위원장을 맡은 것 외에는 별 활동이 없었다.

1·2위 당선은 어렵지만 친박계의 확실한 지지로 최고위원 당선은 무난하다고 평가됐던 유 의원은 한나라당의 정책노선을 수정해야 할 정도의 친서민 정책을 공약하는 강수를 뒀다. 

그는 출마선언과 함께 ▲소득세·법인세 추가 감세 중단 ▲무상급식·무상보육 수용 ▲정부·공기업의 비정규직 의무 감축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징벌적 배상제 도입 ▲대기업의 비정규직 현황 공개 의무화를 들고 나왔다. 여기 "4대강에 22조 원이나 쏟아 부으면서 복지예산은 없다는 것이 보수냐"며 이명박 정부를 강력 비판했다.

유 의원 자신이 '용감한 개혁'이라고 부른 이같은 공약은 상대 후보들로부터 '좌클릭 정책이다' '포퓰리즘이다'라는 등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 전당대회가 정책 논쟁의 장이 되게 만들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유 후보를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하는 요소가 됐다. 여기에 지난 3일의 선거인단 투표에서 조직력이 우세한 영남권의 투표율이 높았던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 의원의 '좌클릭'은 그가 주류 경제학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의외이기도 하다. 유 의원은 대구에서 민정당과 민주당 소속으로 재선의원을 지낸 유수호 전 의원의 아들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따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2000년 2월 이회창 총재에 의해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영입된 것이 정치권 입문의 계기가 됐다.

"3위만 해도 친박이 당 장악"...남경필과 함께 '좌클릭 복식조'

▲ 4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홍준표 신임대표가 환호하는 당원들 앞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왼쪽은 2위를 차지한 유승민 최고위원. ⓒ 남소연


▲ 4일 오후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박근혜 전 대표가 참석해 유승민 후보의 연설을 들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 남소연


유 의원의 2위 득표는 유 의원 개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급격히 우월해진 친박계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하다.

한 친박의원은 전당대회 당선자 순위 발표 직전 유 의원이 3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사실상 친박이 당을 장악한 것"이라고 평가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깬 2위였다. 

그의 2위 진입은 전당대회 후보 모두가 박 전 대표와 우호적 관계를 강조하고 나선 것에서부터 이미 나타났지만, 사실상 한나라당이 박근혜 전 대표의 당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한나라당 지도부 중에서 한나라당의 정책 노선의 '좌클릭'을 주장하는 최고위원이 유 의원과 남경필 의원, 2명으로 늘었다는 점이다. 현재 황우여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친서민 정책 현안들에 대한 당내 반발이 일 경우, '유승민·남경필 복식조'가 지원하고 나서는 상황도 예상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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