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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매달려 50대 구타... 끔찍했습니다

안타까운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 군대 폭력 없어지길

등록|2011.07.05 19:33 수정|2011.07.06 16:53
지난 4일 오전 11시 50분께 인천 강화군 길상면 해병대 2사단 8연대 모중대 소속 김 아무개 상병이 총기를 난사해 부대원 이승훈 하사(25)와 이승령 상병(20), 박치현 상병(21), 권승혁 이병(20) 등 4명이 숨지고, 김 아무개 상병과 권혁 이병 등 2명이 부상당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주었습니다.

김 아무개 상병이 왜 전우들에게 총격을 가했는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구타'와 '왕따' 원인이었음이 제기되었습니다. 김 상병은 5일 대전국군병원에서 처음으로 진행된 사고조사단과 문답을 통해 "이번 사고원인이 개인 신상 문제냐"고 묻자 "아니다. 너무 괴롭다. 죽고 싶다. 더이상 구타, 왕따, 기수 열외는 없어져야 한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특히 다른 군 병영문화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부대원들 사이에서 특정 해병을 후임자들이 선임 취급도, 선임자들이 후임 취급도 해주 않는 '기수열외'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입니다. 군대는 엄격한 계급사회입니다. 그런데 기수열외는 계급을 단박에 무너뜨리는 일종의 '하극상'입니다. 기수열외가 해병대에 얼마나 뿌리깊은 악습인지 모르겠지만 김 상병이 전우들을 살해한 가장 큰 원인이라면 해병대와 우리 군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사라져야 합니다.

김 상병은 기수열외만 아니라 구타까지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악습이 겹치고 겹쳐 결국 그는 전우에게 총격을 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상병 진술을 보고 개인적인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1987년 5월에 군입대를 했는 데 군생활에 적응을 잘하지 못해 이른바 '고문관' 소리를 자주 들었습니다. 선임병들 구타는 심했습니다. 특히 1987년 12월 18일에 잊을 수 없는 구타를 당했습니다. 24년 전인데도 날짜까지 기억하는 이유는 그날 당한 구타가 지금도 소름끼칠 정도로 끔찍했기 때문입니다.

경비부대는 오로지 24시간 경비만 섰습니다. 이번 총기사고난 해병부대도 야간근무를 마친 후 잠자는 동안에 벌어졌듯이 우리 부대 역시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취침을 했습니다. 부대 성격이 비슷해 김 상병이 더 생각났습니다. 김 상병에 근무한 해병부대는 어떤지 몰라도, 우리 부대는 5월부터 10월까지는 빵을, 11월부터 4월까지는 라면을 밤참으로 먹었습니다.

12월이라 라면을 먹었고 앞 근무자였던 선임병은 근무 완료 후 부대로 복귀하면 밤참을 먹을 수 없어 근무를 제대로 서지 않고 라면을 먹으러 갔습니다. 다시 돌아왔지만 그만 암구호를 잘 하지 못했습니다. 암구호를 잘 하지 못했다고 선임병은 나무에 나를 매단 후 소나무로 50대 이상을 때렸습니다. 나중에는 아프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단 한 가지 생각은 "너 죽고 나 죽자"는 생각만 머리에 감돌았습니다.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옆에 있던 단기사병(방위병)이 함께 울어주지 않았다면 정말 그 선임병에게 총격을 가했을 것입니다. 특히 그 단기사병은 내가 고문관이라며 구타 당할 때마다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부탁할 때마다 귀찮게 여기지 않고 꼭 들어주었습니다. 동료병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단기사병이 구타를 당하면 내가 위로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전우애가 50대를 맞아 선임병을 죽이고 싶었지만 나를 정말 생각해주었던 그 단기사병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진짜 전우애가 서로를 살린 것입니다.

그런데 김 사병은 구타와 기수열외, 그리고 왕따까지 당했다고 합니다. 오직 혼자였습니다. 기수열외가 해병대 악습이라 이를 거부하면 자신도 당할 수 있어 거부하기 힘들어겠지만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한 지금 생각하면 단 한 명이라도 김 상병과 함께 했다면 이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란 해병 정신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수열외라는 악습부터 없애는 것에서 시작함을 해병대는 알아야 합니다. 아직도 남아있는 군폭력 문화도 사라져야 합니다. 아들을 잃은 유가족에게 위로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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