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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위에 '나꼼수', 김어준 미치겠어요

[주장] '국내유일 가카 헌정방송' <나는 꼼수다>의 매력

등록|2011.07.09 18:20 수정|2011.07.09 20:11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방송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매주 음원차트를 싹쓸이하고 수많은 패러디를 만들어내는 MBC의 <나는 가수다>일까? 아니면 전국을 복불복의 경연장으로 만들어버린 KBS의 <1박2일>일까?

아니다. 여기 방송 듣는 이들의 충성도와 화제성만으로 따진다면 그 어떤 프로그램도 따라갈 수 없는 초유의 프로그램이 있다. 비록 TV도 아니요, 라디오도 아니지만, 한 번 들으면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는, 그리고 꼭 누군가와 같이 듣고 싶은, 그래서 다음 방송까지 1주일을 애간장 녹이게 만드는 프로그램. 그것은 바로 '딴지 라디오'의 <나는 꼼수다>이다.

김어준 딴지 총수와 시사 평론가 김용민, 민주당 소속 전 국회의원 정봉주, 그리고 최근에는 주진우 시사인 기자까지, 그렇게 말 많은 4명이 마포구 어느 골방에 모여 만담을 나누고 녹음한 뒤 팟캐스트(애플 아이팟(Ipod)과 방송(Boradcasting)이 합성된 신조어)에 올리는 <나는 꼼수다>는 현재 그 존재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이슈이다.

그동안 사회·정치 분야 팟캐스트 차트를 점령하고 있던 손석희의 <시선집중>이나 박경철의 <경제포커스>는 물론이요, 심지어는 라디오 계의 지존이라 일컬어지는 <2시 탈출 컬투쇼>마저 몰아내고 현재 팟캐스트 전체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니 <나는 꼼수다>의 인기는 그야말로 상상 그 이상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대중들은 <나는 꼼수다>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 내용만 보자면 <딴지일보>와 오십보백보인데 왜 사람들은 <나는 꼼수다>에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걸까?

팟캐스트 최고의 화제작, 거침없는 입담의 <나는 꼼수다>

딴지라디오 홈페이지현재 9회까지 나왔다 ⓒ 딴지 라디오


<나는 꼼수다>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진행자들의 속이 뻥 뚫리는, 거침없는 발언들 때문이다. 다른 공중파와 달리 아주 치사하고 사소한 기술(?)을 섞어 법망을 요리조리 비껴가며 현 세태를, 그리고 우리의 '가카'를 가감 없이 질타하는 그들.

정말이지 그들의 막 나가는 말들을 듣고 있노라면 청취자인 내가 대신 간이 오그라들 정도이다. 이렇게 이야기해도 되는 것일까? 쥐에 관련된 낙서만 해도 잡혀가는 이 암울한 시대에 이렇게 시원하게 가카에 대한 이야기를 해도 되는 것일까? 예컨대 제작자 김용민 전 교수가 내세운 프로그램 소개를 보자.

"국내유일 가카 헌정방송. 이 프로그램은 2013년 2월까지만 진행된다. 이후에는 그 분이 못 들으실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 나라가 IT강국이라 해도 감옥에서까지 스마트폰을 허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한 술 더 떠 공중파에서는 상상도 못할 'C*'라는 욕까지 구사해준다. 아직까지 그 수많은 욕이 우리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은 욕이 주는 카타르시스 때문인데, 그 욕을 <딴지일보>처럼 지면을 통해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우리의 귀에다 내고 내지름으로써 그 쾌감을 배로 만드는 것이다.

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발언이며 용감무쌍한 호연지기인가. 아무리 레임덕이 시작되었다고 추측(!)되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권력으로서 공권력을 함부로 휘두르고 계신 가카 앞에서 어찌 이런 무모한 짓을 벌일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이와 같은 우려는 딴지총수 김어준을 만남으로써 한낱 기우로 변하고 만다. 그가 누구던가. 그 어떤 외압과 협박에도 할 말 다 하고 마는 딴지총수 아니던가. 할 말 다 하기 위해 들어오는 광고도 마다할 줄 아는 남자. (유료광고, 공개방송을 제안한 김용민 전 교수에게 김어준은 '배고픈 사람들이 골방에서 시시덕거리며 떠드는 식의 콘셉트를 포기하지 말자'고 답했다 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명감, 아니다. 거대 담론, 아니다. 소명 의식, 아니다. 그냥 누구에게도 덕볼 생각이 없기 때문에, 그냥 막 사는 거다. 덕볼 생각 없어지면서 무서운 게 없다.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건 상대가 내게 줄 수 있는 이득을 잃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덕볼 생각 없어' 속 시원히 지르는 남자 김어준

딴지 총수 김어준공중파로 진출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듣게 되었다 ⓒ MBC 홈페이지


아마도 현재 기득권에게 있어서 김어준은 가장 골치 아픈 이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의 말대로 덕볼 생각이 없는 이상 꼬투리는 잡기 힘들며 기득권의 상식으로는 광고를 제의해도 거부하는 등의 그의 행위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협박하고 회유를 하자니 오히려 일이 더 커질 것 같고, 그렇다고 마냥 참고 있으려니 가슴 답답하고. 따라서 김어준이 건재한 이상 <나는 꼼수다>는 쉽게 사라지기 힘들 것이다.

요컨대 <나는 꼼수다>에 많은 이들이 열광하는 것은 진행자들의 거침없는 멘트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 때문이다. 소시민인 내가 감히 할 수 없는 발언을 누군가가 방송에서 더 찰지고 더 구성지게 해주는데 어찌 재미있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나는 꼼수다>의 인기가 단순히 거침없는 막말에서 나오는 것으로만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이 방송이 배설의 장을 넘어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는 것은 그들의 소설(?)이 매우 그럴 듯 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풍자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필요한데 그들의 소설은 마치 진실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절대 우리 가카가 그럴 리 없겠지만, 혹시 그럴 수도 있다며 늘어놓는 '뒷다마(뒷담화)'의 힘. 그것은 곧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실들의 이면이며, 또한 들어도 잘 몰라서 넘어갔던 사실들의 속사정이다.

다시 불거지기 시작한 BBK의 진실은 물론이요,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등록금의 실상, 청계 재단의 존재 이유, 인천공항 매각에 대한 '꼼수' 등 그들의 담화는 지금까지 성역없이 계속되고 있으며 또 매우 합리적이다. 그들의 말대로 오히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방송을 듣고 꼼수를 고칠 정도로 사실적인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한참 웃다가도 씁쓸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이 많은 문제들이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또 이를 감시해야 하는 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과연 그들의 소설이 진실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 것일까? 가카의 임기가 끝나면 과연 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까?

현재 <나는 꼼수다>는 9회까지 방송되었다. 좀 더 많은 이들이 이 방송을 들어 겁없이 마냥 고를 외쳐대는 그들에게 경종을 울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카. 우리는 가카의 꼼수를 다 읽고 있답니다. 물론 절대 그럴 리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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