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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 말고 '장애인'이라 불러주세요"

[인터뷰] 평안밀알장애인지원센터 백성원 센터장의 장애인 이야기

등록|2011.07.08 10:03 수정|2011.07.08 10:03
우리 사회에서 언제부턴가 장애인들을 높인다고 '장애우'란 표현을 쓰곤 한다. '장애를 가진 친구'라는 뜻으로 딴에는 친구처럼 다가가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지만, 백성원 센터장(평안밀알장애인지원센터)은 말한다.

"'장애우'란 표현엔 동정의 느낌이 강해요. 친구처럼 장애우를 대하겠다는 것은 장애인에게 뭔가 베풀어야한다는 의미가 있어요. 그냥 '장애인'이란 표현이 제일 좋아요. 장애를 가진 한 사람이란 표현으로 객관적이고 당당한 표현이죠."

이제부터 우리도 신경 써서 말해야 겠다. '장애우' 아니고 '장애인'이다. 장애인들 입장에선 평범한 사람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 다만 비장애인일 테니 말이다. 관점의 차이다.

백성원장애를 가진 조카를 도우려고 장애인 복지를 배웠다는 백성원 센터장. 어느새 장애인 복지 전문가가 되었다. 앞으로도 그녀의 조카와 장애아동을 데리고 한 가정을 꾸리는 게 그녀의 꿈이란다. ⓒ 송상호


"담당공무원님, 제발 현장에 찾아가서 보세요"

수년간 장애인 복지 사역을 하는 백성원 센터장. 그녀는 그녀의 경험을 바탕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모든 복지대상자 심사가 서류위주로 이루어지기에 복지 사각지대가 많아요. 서류상으로는 대상자가 아니라도 실제로는 대상자가 되고도 남는 가정이 수두룩해요. 책상에 앉아서 서류로만 심사하고, 서류기준으로만 선정한다면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될 거라고 봐요."

그녀는 이 말에 적잖은 무게를 싣는다. 대상자 선정 과정을 2차 과정으로 제도화되기를 그녀는 당부한다. 1차는 서류심사, 2차는 현장심사로. 특히 현장심사가 선정 기준의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장애인이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도 복지사각지대가 된단다. 결혼한 장애인들의 부모가 살아 있을 경우, 그들의 부모가 경제적 지원이 가능하다는 이유란다. 장애인 부부가 자녀가 있으면 2중고에 빠진다. 기초수급자로 선정되기가 어렵다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모든 것이 담당공무원의 현장심사를 제도적으로 시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열악한 환경을 넘어서 알찬 프로그램 시행돼

그녀가 일하는 센터는 크게 세 가지 일을 한다.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 아동재활지원사업, 저소득 장애인 지원 사업 등이다.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는 센터에 속한 활동보조인 25명이 그들의 손발이 되어 서비스를 한다. 아동재활 지원 사업은 언어치료, 심리치료, 그룹치료, 사회 재활 등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저소득 장애인 지원 사업은 저소득장애가정을 발굴하여 각종 지원을 하는 사업이다.

그밖에도 저소득 장애아 1~2회 무상 물리치료 사업을 올 7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애아동토요학교'는 이 센터만의 자랑이다. '놀토'에 장애청소년과 비장애청소년이 친구로 만나는 시간이다. 초중고교 자원봉사자들과 어울리는 시간이다.

여기도 인력환경과 재정적 상황이 열악하다. 활동보조인과 자원봉사자가 부족하다. 시청 등의 공공기관의 재정적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시민들의 후원도 절실하다. 장애인들의 이동 욕구를 채워주려면 차량봉사자도 절실하다.

"그녀의 뜻과 함께할 멋진 남성이 어디 없을까"

백 센터장은 "장애인들은 장애인시설보다 집에 있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가족과의 이별, 장애인 시설에 대한 좋지 못한 추억, 재활하기 힘든 장애인시설 상황 등이 요인이란다. 복지국가를 꿈꾸는 대한민국이라면 이런 장애인들의 심정부터 먼저 헤아려야 할 듯싶다.

장애아동토요학교이 센터의 자랑인 장애아동 토요학교를 마치고 사진을 찍었다. '놀토'면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어울려 보내는 시간이다. 이밖에도 심리치료, 언어치료 등 저렴한 비용으로 재활치료를 행하고 있다. 여기로 전화하면 재가장애인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 송상호


그래서 그녀는 안성에 '장애아동 주단기 보호시설'이 생기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왜? 현재 안성에 한 군데도 없다. 나아가서 '장애아동 대안학교' 설립이 그녀의 꿈이란다. 자연과 벗 삼아 장애인 커리큘럼으로 교육되는 그런 학교를 말이다.

이렇게 그녀가 유독 재가 장애인에게 애정을 가지는 이유가 따로 있다. 장애인복지에 입문한 것은 순전히 그녀의 조카 때문이다. 자폐 발당장애를 가진 자신의 조카에게 실제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복지 분야를 배우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왔다는 것.

앞으로도 기회만 되면 자신의 조카와 몇 명의 장애아동을 데리고 가정을 꾸미는 게 꿈이란다. 그녀가 아직 36세 나이의 처녀로 사는 것은 이런 뜻을 같이할 남성을 만나지 못한 이유라고. 어디 그런 멋진 남성 없을까.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지난 6일 평안밀알장애인지원센터(상담문의 : 031-653-6513)에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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