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대통령 비공식 '메모'까지 적극 홍보하는 청와대

등록|2011.07.08 12:02 수정|2011.07.08 12:02
메모는 아주 좋은 습관이다. 특히 기억력이 점점 떨어지는 40대를 넘긴 사람들에게 메모는 약속을 잊어버리지 않는 '도우미'이며, 걸음을 걷거나 차 안에서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를 메모하고 정리된 메모는 '보물창고'가 된다.

지도자들도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간단하게 메모로 정리한 후 나중에 지시한다. 그리고 이는 나중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 메모는 언론에 가끔 공개됐다. 

지난 3월 25일 천안함 1주기를 앞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비서관회의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남긴 메모를 공개하면서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이를 실제로 낭독하지는 않았지만 국가 지도자의 번뇌가 담겨 있다고 했다. 특히 메모 내용만 아니라 사진까지 찍어서 공개해 언론 관심을 받았었다.

▲ 천안함 1주기를 앞둔 지난 3월 25일 청와대확대비서관회의 이 대통령 메모 ⓒ 청와대


청와대가 공개한 메모 내용을 보면 "여러분은 칠흑 같은 한밤에 나라(대한민국)를 지키다 순국했습니다. 여러분은 분단된 조국에 태어난 죄밖에 없습니다. 잘못이 있다면 여러분을 지키지 못한 우리에게(나에게) 있습니다. 언젠가 하늘나라에서 만나면 여러분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 용서를 빌고 싶습니다"고 되어 있다.

아마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차디찬 바닷물에서 죽어간 46명 장병들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럼 대통령 메모는 언론에 자주 공개되었을까.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지낸 양정철씨는 지난 3월 27일 <양정철닷컴>에 쓴 <대통령이 긁적인 '비공식메모'까지 홍보하는 나라>제목 글에서 "대통령 메모지는 가로 12×세로 20cm 정도 크기의 백지로, 메모지 상단엔 대통령 상징인 봉황무늬가 금색으로, 하단엔 대통령 이름이 인쇄돼 있습니다. 한 장씩 뜯어서 사용할 수 있는 고급 제본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다"라고 밝혔다. 

메모지는 대통령 동선이 미치는 모든 공간에 비치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메모는 비공식 자료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고, 폐기 또는 퇴임후 대통령 사저로 가져갔다고 한다. 이 메모지를 대통령기록관에 넘긴 것은 노무현 정부때부터라고 양 전 비서관이 전했다. 대통령 메모는 언론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 아닌 원칙이지만 이명박 정권의 청와대는 이를 이 대통령 홍보에 적극 활용한 것이다.

그리고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 개최 직후 남긴 이 대통령 메모가 또 공개되었다. 청와대 이길호 온라인대변인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를 유치한 후 남아프리카 더반을 떠나며 대통령이 직법 쓴 아침메모라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이트인 (http://me2day.net/thebluehouse)에 공개한 내용에는 "모두 수고했다. 유치에 크게 기여한 분, 조금씩 힘을 보탠 많은 사람들 모두가 고맙다"며 동계올림픽 유치에 관여한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평창겨울올림픽 유치 후 남긴 메모 ⓒ 청와대


메모 내용은 이어 "이것이 압도적 승리의 원인의 하나가 된것 같다. 단합된 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DR콩고와 에티오피아를 성공적으로 방문하고 돌아가겠다"고 되어 있다. 이 대통령 메모 내용이 공개되자 지난 천안함 메모처럼 언론은 적극 보도했다.

천안함과 겨울올림픽 유치에 대한 메모는 국가기밀이 아니라 대통령 뜻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므로 공개 자체에 딴죽 걸 마음은 없다. 하지만 지난 정부 청와대까지는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유는 대통령 홍보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메모는 공개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유치를 얼마나 기뻐하고, 유치를 위해 수고했는지 국민들은 다 알고 있음을 청와대는 알아야 한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