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야권대통합 위한 야4당 연석회의 열자"
이인영 "주춧돌과 기둥 빼고 다 열겠다".... 야3당 "연대 기초부터 잘 쌓아야"
▲ 이인영 민주당 야권통합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8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주재한 야권통합특위 첫 회의에서 "민주당은 본격적인 통합활동에 돌입한다"며 "민주당이 생각하는 통합의 제1목적은 정권교체이지만 그보다 반민생, 민주주의 후퇴, 서민경제 말살, 국가재정 위기 등 절박한 민생을 탈출하는 것에도 목적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 남소연
[기사보강: 10일 오후 3시 52분]
이인영 민주당 야권통합특위 위원장은 10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각 정당의 통합 관련 특위 위원장들이 참석하는 '통합특위 연석회의'를 열자"고 공식 제안했다. 그는 "이 연석회의에서 대통합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했으면 한다"며 "민주당은 통합을 위해 당의 주춧돌과 기둥을 빼고는 모든 면에서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지난 8일 특위 첫 회의에서도 "이제부터는 (야권대통합에 대한) 공개적·비공개적 다면적 접촉을 시도하겠다"며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4당이 참여하는 연석회의를 제안한 바 있다.
"오는 10월 이내에 야권대통합 논의 끝내자"
이 위원장은 이날 야권단일정당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4.27 김해을 재보선을 거론하며 '대립적 연대·경쟁적 단일화'로 진행되는 기존 선거연합의 한계가 뚜렷하고 국민은 2012년 총·대선에서 새로운 정치개혁과 제도 형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2년 총·대선은 이명박·한나라당 심판이라는 의미를 넘어서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치질서를 구축하는 선거"라며 "그동안 진보정당 통합 논의 과정을 지켜봤지만 이제 수면 위에서 대통합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무엇보다 "진보정당이나 민주당이나 국민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국민은 수권가능한 진보세력을 야권에 요구하고 있다,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시대적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민주당과 진보정당 간의 차이는 근소할 뿐이란 얘기였다.
그는 또 "특정정당으로의 흡수통합은 원칙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하나의 정당으로 통합하되 각 당의 정체성을 보장받아야 한다, 야권대통합당의 성격은 연합정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야권단일정당 창출 시민정치운동단체 '백만 민란' 등이 제시했던 정파등록제 및 정파명부식 투표제 등 제도적 방안들을 검토하고 논의할 의사도 밝히며 오는 13일 이와 관련한 야권대통합 토론회를 열겠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구체적인 통합 시점도 제시했다. 그는 "민주당은 오는 10월 이내에 (연석회의에서) 통합의 원칙, 과정, 방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이후에는 민주당도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어 당내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그 전에 (통합에 대한)흐름이 잡히지 않는다면 우리 당만의 전당대회가 열릴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책·노선 상당히 접근돼 있어... 민주정부 10년, 신자유주의 규정하는 것은 반대"
민주당의 통합 제안이 정권교체를 위한 정략적 접근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연합정치도 진화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그는 "기존의 선거연합을 통해 각 정당의 정책적 차이가 상당히 좁혀졌음을 확인했고 총·대선이 임박할수록 국민은 수권정당을 요구할 것"이라며 "국민의 요구에 따라 통합적인 수권정당을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야권통합특위 간사를 맡은 우상호 전 의원도 "민주당이 과거에도 정당통합을 추진한 바 있었지만 지금은 그때와 사정이 다르다"며 "당시에는 정당 자체의 위기 때문에 통합을 시도했지만 현재의 민주당은 지방선거와 4.27 재보선에서 승리한 당"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통합 논의는)위기를 모면하려는 정치공학적 측면이 아니라 정치혁신 전망에서 시작된 논의"라며 "과거 세력을 넓히려고 했던 통합과는 질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진보정당에 어느 정도나 양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이 위원장은 "구체적인 지분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의 기득권 구조가 개방될 수 있는지 여부"라며 "개방적인 정당, 민주적인 정당으로 변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진보정당들은 지분에 대한 양보 이전에 정책과 노선의 진보성을 더 중요하게 볼 것"이라며 "구체적인 정책을 놓고 볼 때 상당 부분 근접돼 있다, 6.2 지방선거나 4.27 재보선 당시 정책연합 내용은 한 당의 정책과 강령으로 만들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진보정당이 국민참여당에 통합진보정당 합류 전제조건으로 한미FTA 등 참여정부 당시 정책 과오에 대한 '조직적 성찰'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 견해이지만 민주정부 10년을 신자유주의 정권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신자유주의 정권은 이명박 정권으로 봐야 하고 대중적으로도 구분된다"며 "민주정부 10년 동안 신자유주의 정책이 일부 도입됐던 것은 사실이나 당시 외환위기라는 불가피한 제반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들의 요구는 어디까지나 야권연대 잘 하라는 것"
한편, 다른 야당들은 이 위원장의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국민들의 요구는 어디까지나 민주당이 야권연대를 잘 하라는 것"이라며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야권연대 합의문까지 작성됐지만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폐기돼 전국적인 야권연대가 성사되지 못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지방선거 당시 선거연합이 각 지역의 자발적인 연합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지 당 차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 아니었단 얘기다.
그는 또 "한-EU FTA 등 최근 민주당이 4.27 재보선 당시 맺었던 정책합의문을 어기고 야권연대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보를 하는데 국민의 우려가 크다"며 "민주당은 야권연대의 기초부터 착실히 쌓아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은 지난 3.27 당대회 결정사항을 인용했다. 당시 진보신당은 "진보정당이 지향하는 가치 기준에 반했던 정치 활동을 했던 세력은 조직적 성찰이 전제돼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강 대변인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민주당 역시 국민참여당과 함께 이 결정사항에 준하는 정당"이라며 "구체적인 제안이 들어온다면 공식적인 단위에서 (당의 입장을)논의하겠지만 현재로서 성사되기 어려우리라 본다"고 말했다.
국민참여당도 야권단일정당론에 부정적이다. 앞서 참여당은 진보양당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통합진보정당 합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사실상 민주당을 배제한 '비민주연합'을 구성하자는 주장이다. 참여당은 이날 오후 중앙위원회를 열고 통합진보정당 합류를 위한 수임기관 구성 및 임시전당대회 소집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백만 참여당 대변인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참여당은 현재 민주당을 제외한 (진보정당과의)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이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는데 민주당이 중간에 끼어드는 게 절차적으로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안 자체의 진정성은 인정하지만 현실적으로 진보양당, 참여당의 통합논의는 상당히 진척된 상황이다"며 "그동안 아무런 대화도 없던 민주당이 느닷없이 통합을 하자고 하는 게 정치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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